옥정호수도서관 홍승주 관장 “도서관은 찾아오는 모든 이들을 환대하는 곳이죠”

옥정호수도서관 홍승주 관장 “도서관은 찾아오는 모든 이들을 환대하는 곳이죠”

독서신문 2024-10-23 06:00:00 신고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 그의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부서지기 쉬운 /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 마음, /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정현종, 「방문객」

우리는 살아가면서 실로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진다. 그 속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도, 가벼운 관계도, 그리고 일생을 함께하는 만남도 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가볍고 쉬워야 하는지, 진중하고 무거워야 하는지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저마다 다르게 여길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시인의 말처럼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지난 9월, 양주시 옥정호수도서관 홍승주 관장은 도서관 방문을 환대한다는 의미로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을 들려줬다. 도서관 이용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환대해주고 싶다는 그는 “도서관 안에서의 모든 만남과 도서관을 통해 만들어진 인연 모두 존중되었으면 한다”고 말하며 옥정호수도서관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양주시 옥정호수도서관 홍승주 관장. [사진=안경선 PD]
양주시 옥정호수도서관 홍승주 관장. [사진=안경선 PD]

Q. 양주시의 9번째 공공도서관이라고 들었어요. 옥정호수도서관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름다운 호수 뷰를 자랑하는 옥정호수도서관은 양주시의 중앙도서관으로서, 양주시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자료를 포함한 행정자료를 수집해 레퍼런스 라이브러리 역할도 수행하고 있고요. 도서관이 위치한 곳이 신도시이다 보니 젊은 세대와 아이들 이용자들이 많아요. 전국 인구 증가율 1위가 양주시라고 하는데, 그 말에 걸맞게 이곳의 인구도 꾸준히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죠. 그래서 그러한 변화에 맞춰 다양하고 많은 서비스가 필요했고, 주민들 역시 모두가 다 같이 이용할 수 있는 큰 규모의 도서관을 지어달라는 요청을 많이 보냈어요. 그렇게 많은 이들의 응원 속에 세워진 옥정호수도서관은 현재 양주시 대표 도서관이자, 도심 속 이색적인 독서문화 공간, 그리고 양주 시민들의 쉼터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Q. 개관 후 지금까지 5년, 시민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기대가 큰 만큼 부담감도 컸지만, 감사하게도 개관했을 때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고 지금까지도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도서관이 공원과 스포츠센터가 연결되어 있어, 운동하다가 구경하러 오신 분들, 산책하다가 잠깐 들르시는 분들이 많아요. 개관 당시 익숙한 도서관의 모습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바람이 컸는데,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서관이 목적을 두고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편안하게 들고 나고 할 수 있는, 시민들의 일상 속 일부가 되어가는 공간이 되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고요.

Q. 블로그나 SNS를 보면 데이트 코스 핫플로 많이 언급되더라고요.

요즘 도서관뿐만 아니라 미술관, 박물관에서 데이트를 즐기거나, 가족 단위로 나들이 가는 분들이 많다고 해요. 저희 옥정호수도서관은 평일에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지만, 주말에는 도떼기시장이 아닐 수 없어요. (웃음) 특히 여름에 도서관으로 피서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어떤 때는 주말 아침에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고 줄을 서 계시기도 해요. 도서관 오픈런이라 할 수 있죠. 캐리어를 끌고 온 가족이 자연스럽게 줄을 서 있는 그 모습은 정말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도서관에 근무하면서 열람실 줄을 서는 건 많이 봤지만, 단순히 놀기 위해 도서관 줄을 서는 건 들어 본 적도 없고, 막상 보고 있는데도 계속 의문이 들 만큼 생소하고 신기했으니까요. 도서관이 공부하는 공간을 넘어, 일종의 가족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공간이 가능하다는 게 신선하고도 기분 좋은 문화 충격으로 다가왔죠.

[사진=안경선 PD]
[사진=안경선 PD]

Q. 다양한 연령대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도서관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았다거나 양주 시민들에게 각인이 많이 된 사업이 있다면요.

요즘 도서관은 책만 읽고 공부하는 곳이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어요. 옥정호수도서관 3층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두의 미술관’은 그러한 도서관 트렌드(?)에 맞춰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죠. 전시를 열고 싶어도 공간이 없어서, 대관료가 비싸서 등의 이유로 작가들이 애를 먹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그래서 도서관 벽을 활용해 전시 공간으로 만들고, 작년에 시민들에게 무료로 공개했습니다. 다양한 주제와 분야의 예술 작품을 길게는 한 달, 짧게는 2주 정도 전시하고 있죠. 애초에 전시를 희망하는 작가분들이나 동호회분들을 위해 기획했던 사업이었는데, 도서관 방문객들 반응 또한 좋아서 계속해서 신청을 받고 있어요.

이용자들에게 각인이 많이 된 행사를 하나 꼽자면, 토요일마다 진행하는 ‘짬 연주회’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토요일 오후 3시가 되면 20분씩 연주회를 진행하곤 하는데, 게릴라 공연처럼 갑자기 연주가 시작돼요. 지금은 많이들 익숙해지셨는데, 연주회 초반에는 당황해하시는 분들이 많았죠. 시끄럽다는 민원도 있었고, 정숙한 분위기의 도서관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라 이용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시간이 분명히 필요했고요. 지금은 연주가 시작되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각자 하고 있던 활동을 잠깐 멈추고, 20분의 시간 동안 연주회를 같이 즐겨주시곤 하죠. 옥정호수도서관의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했는데, 이렇게 도서관이 문화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게 새삼 반갑고 놀라곤 합니다.

Q. 말씀처럼 옥정호수도서관은 문화 전반을 다루는, 기존의 도서관 성격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의 도서관 형태를 띠고 있어요. 관장님이 생각하시는 오늘날의 도서관 역할은 무엇인가요.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다’ 랑가나단의 도서관학 5법칙에 나온 말이에요. 도서관은 시대에 따라서 계속 성장해가는 유기체라 할 수 있죠. 물을 담는 그릇을 보면, 그릇의 모양에 따라 담아지는 액체도 다르고, 반대로 무엇이 담기느냐에 따라 그릇이 변하기도 하잖아요. 도서관 역시 그러한 그릇처럼 항상 변화될 수 있고, 변화하는 과정에 있어 주저하거나 망설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오늘날 도서관은 여러 가지 도전과 기회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서관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사회적으로 긴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방향의 모색이 점점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죠. 일상 안에서 AI가 차지하는 영역이 점차 확대되어가고 있는 지금, 도서관은 AI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의 기술을 도입하면서 동시에 그간 해왔던 교육, 문화, 커뮤니티의 중심지로서 역할도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 나아가 누구나 누리는 독서복지를 구현하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다리 역할, 나와 타인을 마주하는 커뮤니티 공간, 그리고 모두의 아지트, 쉼터 같은 공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Q. 도서관에 근무하면서 가장 중점으로 생각하는 가치가 있다면요.

단순히 책을 읽고, 공부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아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아무런 목적 없이 편하게 도서관에 와서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도서관의 역할이고 가치라고 생각해요. ‘내 삶을 바꾸는 도서관’이라는 말을 평소에 많이 내뱉곤 하는데, 많이들 도서관을 통해 조금이나마 삶이 변화될 수 있으면 합니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떠오르면 좋겠고, 잠시 편히 쉬고 싶은 순간에 도서관이라는 정거장에서 쉬었다 가면 좋을 것 같아요. 세상 모든 것들의 플랫폼이 도서관이 될 수 있으면 더 좋겠고요.

Q. 끝으로 옥정호수도서관이 이용자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기억됐으면 하나요?

저마다 생각하는 도서관은 다르겠지만, 오래 머물러도 불편하지 않고 편안한 공간이라는 느낌은 다들 갖고 있었으면 해요. 혼자 있을 때도,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하고 있을 때도 언제나 즐거운 경험이 먼저 떠올랐으면 하고요. 더 나아가 그 공간에서 도서관 방문을 환대해준 사서분들도 같이 기억해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웃음)

양주시 옥정호수도서관. [사진=안경선 PD]
양주시 옥정호수도서관. [사진=안경선 PD]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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