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콴유 별세 뒤 형제간 분쟁…"싱가포르 정부 억압적"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싱가포르의 국부로 불리는 고(故) 리콴유 초대 총리의 차남 리셴양 전 싱가포르 민간항공국 이사회 의장이 영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해 승인받았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리셴양은 이날 페이스북에 2022년 망명을 신청했다면서 "영국은 내가 박해받을 위험에 처했다는 근거가 충분하고 싱가포르에 안전하게 돌아갈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 정부가 나를 공격한 것은 공적 기록에 남아 있다. 내 아들을 기소하고 아내를 징계했으며 가짜 경찰 조사를 벌여 몇 년간 질질 끌었다"고 주장했다.
리셴양은 리콴유 총리의 차남이며, 3대 총리로 20년간 집권 후 올해 5월 선임장관으로 물러난 리셴룽의 동생이다.
2015년 리콴유 총리 별세 후 리셴룽 전 총리는 사저 처리 문제로 여동생 리웨이링 전 싱가포르 국립 뇌신경의학원 원장, 리셴양과 수년간 분쟁을 벌였다.
리셴양과 리웨이링은 리셴룽 전 총리가 집을 허물라는 리콴유 총리의 유언을 어기고 사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리셴양은 이날 영국 일간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도 망명 신청 사실을 공개하면서 "싱가포르의 아주 발전된 경제적 번영에도 정부가 억압적이라는 어두운 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무기 거래, 검은돈, 마약·암호화폐 자금 등 분야에서 핵심 촉진제로서 싱가포르의 역할을 세계가 더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 정부는 성명을 내 보도에 근거가 없다면서 "싱가포르는 국제적 기준에 부합해 자금세탁과 불법 금융 흐름을 억제하고 막는 탄탄한 체계를 갖췄다"고 반박했다.
또한 "싱가포르에서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며 "초대 총리의 자손을 포함해 누구든지 수사 대상이 되고 법정에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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