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령으로 '안전 국가' 목록 수립…22개국→19개국 축소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최근 법원 판결로 지난해 11월 알바니아와 체결한 이주민 협정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 정부가 새로운 법령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22일(현지시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전날 긴급 내각회의를 소집해 이주민 관련 새 법령을 승인했다. 새 법령은 이주민 이송 기준이 되는 '안전 국가'를 총리령으로 지정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기존에는 외무부가 안전 국가 명단을 작성했다. 법적 위계를 높여 법원이 정부의 지침에 따르도록 유도하려는 의도가 담긴 셈이다.
안전 국가는 송환되더라도 해당 국가 정부의 박해를 받을 가능성이 없는 국가를 말한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은 각국이 독자적인 기준으로 안전 국가를 분류한다.
기존에 22개국을 안전 국가로 분류했던 이탈리아는 전날 내각회의 뒤 19개국이 전체 영토에서 안전하다고 변경했다. 카메룬, 콜롬비아, 나이지리아가 영토 일부에서 안전하지 않다는 이유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탈리아와 알바니아는 지난해 11월 알바니아 셴진 항구와 인근 자더르 지역에 이탈리아 이주민 수용 센터 2곳을 건설하고 이탈리아로 들어오는 불법 이주민을 5년간 관리, 억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협정에 따르면 이탈리아는 자국 해역에서 구조한 이주민 가운데 안전 국가 출신만 알바니아로 보낼 수 있다.
비록 안전 국가 수가 적어져 알바니아 시설로 이송되는 이주민의 수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법원 판결로 협정 자체가 원천무효가 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로마지방법원 이민전담재판부는 알바니아로 이송된 이주민의 출신국인 방글라데시와 이집트를 안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들을 구금하는 것은 이탈리아-알바니아 협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이달 4일 나온 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의 판례에 따른 것이다. 당시 ECJ는 지역 일부가 아닌 국가 전체가 안전할 경우에만 안전 국가로 지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로 자국으로 밀려드는 이주민을 제3국인 알바니아로 이송해 대부분을 본국으로 추방하려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구상은 첫 이주민 그룹 이송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ECJ 판결이 구속력이 없고, 새 법령에 따라 안전 국가의 정의를 엄격하게 한 만큼 알바니아 이송 계획이 법원의 판결에 발목잡히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카를로 노르디오 법무부 장관은 "새 법령은 판사가 적용하지 않을 수 없는 방식으로 짜였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탈리아 법원에서 새 법령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현지 언론매체들은 전망했다.
영국 정부가 이주민을 르완다로 이송하려다 법원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었던 과정과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영국의 르완다 정책은 키어 스타머 총리가 지난 7월 선출된 이후 폐기됐다.
결국 두 번째 이주민 그룹이 알바니아로 이송됐을 때 이탈리아 법원이 어떤 판결을 하는지가 '알바니아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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