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여야가 22일 소위 '이재명 11월 위기설'을 앞두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충돌했다. 여야 모두 법원을 향해 '공정한 판단'을 요청했지만, 목적은 유무죄로 엇갈렸다. 법원은 "오직 증거와 법리에 따라 공정하게 판단하겠다"고 강조했다.
법사위는 이날 수도권 법원들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여야는 서울중앙지법과 수원지법에 초점을 맞춰 질의를 이어갔다. 서울중앙지법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와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공판을, 수원지법에선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 여사 의혹'에서 공수 전환…與, 총 공세
그동안의 법사위 국감에서는 주로 '김건희 여사 의혹'이 도마에 올랐지만, 이날은 이 대표 재판이 핵심이었다. 오랜만에 공수가 바뀐 여당은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전면에 내세우며 반격에 나섰다.
먼저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 재판 지연을 문제 삼는 한편, 실형 선고 시 '법정 구속'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중요 정치인에 대한 재판 지연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1년 안에 1~3심까지 모든 재판을 끝내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1심 선고까지 2년 이상 걸렸다"며 "다음 달 25일 선고를 앞둔 위증교사 사건도 1심 선고까지 1년 이상 걸렸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야당이 판사 선출제, 검사 탄핵, 법 왜곡죄 발의 등 재판부와 수사기관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런 부분에 대해 (고려해) 중요 정치인 재판일수록 신속하고 엄정한 재판을 해서 빨리 마무리해달라"고 당부했다.
곽 의원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법정 구속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아 이 대표 유죄 시 같은 일이 재연되지 않겠느냐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국민이 보기에는 중요 정치인이면 재판도 마음대로 지연시킬 수 있고 1심 항소심에서 실형이 선고되더라도 법정 구속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조배숙 의원도 "떠돌이 개한테 화살을 발사한 사람은 1심에서 징역 10개월 선고를 받고 법정 구속됐는데, 정치인이나 유명 인사에 대해선 법정 구속이 낮아졌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거들었다.
◇ "민주당, 장외투쟁으로 법원 압박"
야당이 이 대표 1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법정 외에서 법원을 압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당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2월 이 대표가 대장동 특혜 의혹으로 조사를 받자마자 장외투쟁에 나섰고, 이후 11건의 검사 탄핵을 발의했다"며 "지금은 이 대표 1심 선고공판이 11월에 예정되자 장외투쟁을 선언하고 있는데, 여론몰이로 사법부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그러면서 "탄핵 서명을 통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재판을 맡은 신진우 부장판사(수원지법 형사11부 재판장)를 압박하고 있고, (선거법·위증교사를 겨냥해) 장외 집회 여론 선동으로 1심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며 "특정 재판에 대해 장외 집회를 통해 정치적 압박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송석준 의원은 이 대표 1심 선고공판을 진행하는 서울중앙지법을 향해 "오직 법리와 사실관계에 따라 엄정하게 판결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송 의원은 "판사들이 여러 압력을 받을 것이고, (향후) 예상치 못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 영향을 받지 말고 강단 있게 사실 관계와 법리에 따라 판결할 수 있도록 신경 써 달라"면서 "우리 사회가 엄정한 판결을 앞두고 안 좋은 분위기 속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1 야당 대표 입에서 계엄령이 나오고 전국에 탄핵 명령 지도를 만들어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주장과 수사 중인 검사를 탄핵하겠다는 말도 나온다"며 "신속하고 엄정한 판결을 통해 혼란스러운 대한민국의 민심을 바로잡고 사법의 정의를 세워달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법원도 검찰 정치탄압 알고 있을 것"
반면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법원이 검찰의 '정치 탄압 수사'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공정한 판단을 당부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 관련해선 당초 대장동 수사가 풀리지 않자 성남FC 사건으로, 다시 풀리지 않자 백현동 사건과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이제는 5년 전 재판이 끝난 위증교사 사건을 만든 것"이라며 "이 대표를 표적으로 정치 탄압 수사를 하는 것으로 법관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검찰의 정적 죽이기 수사에 법원이 제동을 걸어줘야 한다"며 "과거 독재 시대 때는 법원이 제동을 걸어주지 않아서 인권 탄압 사례가 벌어졌지만, 지금은 민주주의 수준이 높지 않은가"라면서 "법원이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사회적 지위가 아무리 높아도 재판장에 서면 법원의 공정한 판단을 간절히 바라는 취약한 존재가 된다"며 "제발 고위 법관들이 이 점을 유념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이재명 11월 위기설'이 아닌,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 재판부 재배당 문제를 놓고 법원 설득에 총력을 쏟았다.
현재 이 대표의 대북 송금 사건은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다만 형사11부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해 징역 9년 6개월(1심)을 선고 탓에 민주당은 "확증편향을 가지고 심리에 임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대표 측 변호인의 재배당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북송금 재판부 조작된 전언만으로 재판"
장경태 의원은 "유죄 판결을 내린 재판부가 자기 재판을 뒤집는 판단을 할 수 있겠나"며 "확증편향을 가지고 심리에 임할 것이고, 모든 심증이 형성된 상황에서 재판한다면 스스로 판단을 뒤집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쌍방울 그룹과 국정원 내부 문건이 공개됐는데,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전언만 증거 능력이 입증된다고 한다면 국정원 문서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라면서 "국가 문서를 바탕으로 재판해야 하는데, 이미 조작된 전언만 가지고 재판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되고, 사법부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현희 의원도 "신 판사는 이 전 부지사 재판에서 쌍방울 대북송금이 이 대표 방북을 위한 비용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며 "이 사안은 중요한 쟁점인 만큼, 이 대표 재판에선 이 대표에게 불리한 심증과 예단을 가지고 재판에 임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한 "판사가 같은 사건을 담당했을 때 본인이 내린 판결은 새로운 증거나 결정적 변동이 없는 이상 똑같이 판결할 가능성이 명확하다"며 "'대법원에서도 '공소장 일본주의'를 위반하는 공소제기에 대해서 공소 기각 판결까지 한 상황에서 수원지법이 재배당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했다.
박균택 의원도 "이미 이 대표에 대해 유죄 심증을 드러냈던 재판부인데, 계속 재판을 맡겠다고 고집하는 것이 타당한지 모르겠다"며 "국정원·통일부·경기도 문건 등 증거가 있고 참고인에 의해 진술되고 있는데도 (신 부장판사가) 얼마나 정확한 재판을 하려고 노력하는지 모르겠지만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재배당을 고려해 줄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더욱이 "진실의 적은 거짓이 아니고 편견이라는 말이 있다"며 "이 정도 편견을 가지고 있으면 깨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지 우려스러운데, 법적 회피 사유가 규정에 명백하지 않아도 재배당한 사례가 있는데 참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 수원지법원장 "특정 재판부 배제, 오히려 공정성 우려"져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재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재판 관여 목적"이라고 반발했다.
유 의원은 "대북송금 사건 공범으로 기소된 이 대표 재판을 같은 재판부가 맡는 것은 부당하니 재배당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며 "(이 전 부지사) 1심 판결은 잘못된 판결이고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 법원에 답변을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재판 소추에 관여할 목적이라고 국민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 주장은, 예를 들어 조직범죄가 많은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공범 중 일부가 먼저 잡혀서 재판을 받으면 중간에 잡혀 온 사람은 이전 (재판부가 앞선 공범) 재판서 조사 심리에 관여했기 때문에 다른 법관한테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 대표를 옹호하는 입장은 알겠지만 이렇게 되면 법원에서 기본적 사실관계를 가지고 중복해서 계속 심리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도 민주당의 재배당 요구에 난색을 표했다. 이 전 부지사 관련 재판을 했다고 해서 재판 배당에서 제외하면 오히려 공정성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세윤 수원지법원장은 "종전 사건(이화영 부지사 사건)과 별개의 사건이기 때문에 그런 경우엔 제척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강조했다.
'의도를 가지고 재배당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 아니냐'는 주장에도 "임의로 배당한 것이 아닌 사건 배당 시스템으로 전산에 따라 자동 배당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배당권자의 임의성에 개입한 바 없고, 관련 법령·예규에선 공범에 대해 재판할 경우 제척 사유나 배당 제외 사유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이 상황에서 공범에 대해 재판을 했다는 이유로 특정 재판부를 배당에서 제외하면 오히려 배당의 공정성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배당에서 배제하지 않고 공정하게 전산으로 자동 배당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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