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회동이 '빈손으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한 대표와 여당 내 친한(親한동훈) 그룹의 대응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한 대표는 이틀째 대통령과의 회동에 대해 직접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한 대표는 22일 강화군수 재보선 당선인사차 강화풍물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만 남겼다.
한 대표는 "저는 국민의힘이라는 우리 당 이름을 참 좋아한다"며 이같이 말하고 "국민의힘이 되겠다. 국민께 힘이 되겠다"고 부연했다.
여당 내 친한계는 한 대표의 제안이 사실상 전부 거부됐다는 점은 물론, 윤 대통령의 지각으로 한 대표를 25분간 홀로 실외에 서서 기다리게 하거나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과 한 대표의 자리를 동급으로 배정했다는 등의 '의전 논란'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동등한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본 것이다.
한 대표와 친한계의 정치적 선택에 대해서는 △국정감사·예산 국면에서 민생 문제에 집중하는 등 당분간 완급 조절(굴복) △여당 내 친한계 인원 확대 등 당내 세력전 시도(제한전) △야당과의 정치협상과 조직적 반란표로 '쌍특검법' 가결 시도(전면전)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尹 '김건희 3대 요구' 거부에 …韓측 "인식 격차 너무 커, 안타깝다"
친한계는 우선 전날 회동의 내용적 측면에 대해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쇄신 제안을 전면 거부한 것'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대표는 저희가 드려야 될 말씀을 다 드린 거고, 거기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반응은 별로 없었던 것"이라며 "별로 성공적인 결과는 아니었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면담 직후 한 대표의 반응에 대해서도 "굉장히 씁쓸해하시더라"라고 전했다.
면담 '실패'의 핵심은 역시 윤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콘텐츠 대표 문제를 둘러싼 인식 격차가 꼽혔다. 김 최고위원은 "지금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논란이 이 정권 출범 이후부터 2년 반씩이나 계속 블랙홀로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지 않나" 물으며 "현재 상황에 대해서 당의 인식과 대통령실의 인식이 너무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참으로 안타깝다"고 진단했다. 전날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대통령실 '김건희 라인' 인적 쇄신을 시작으로 △김 전 대표의 대외활동 중단 △김 전 대표의 의혹규명 절차 협조 △특별감찰관 도입 등 구체적인 '김건희 리스크 해소' 방안을 요청했으나 긍정적 호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적 쇄신이 한동훈 대표가 생각하는 1번이었다"며 "한 대표가 1번으로 생각했던 부분에 대한 (윤 대통령과의) 접점이 안 나오면서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어렵게 흘러간 것 아닌가"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한 대표는 이른바 '한남동 7인회'를 비롯 김 전 대표 관련 인사라인 10여 명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인적 쇄신을 요청했지만, 이날 대통령실 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에 "인적 쇄신은 내가 해야 하는 일", "나는 문제가 있으면 정리를 했던 사람"이라고 답하는 등 사실상 거부했다.
박 의원은 "용산 쪽 얘기도 들어보면 그런 기류가 있는 것 같다. (대통령실 인적 쇄신 문제를 이야기하면) '거기서 실제로 무슨 문제가 벌어진 거야? 그러면 그 문제가 도대체 뭐길래 확인이 된 거야?' 이런 식의 반론이 들어온다"며 "거기서도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 생각의 차이가 있었던 것"이라고 평했다.
친한계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사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다 하는데 고유 권한이라는 말이 맞는 말"이라면서도 "그런데 고유 권한이라는 게, 누구도 거기에 대한 의견 개진조차 하면 안 되는 거라고는 이해하지 않는다"고 윤 대통령의 답변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 대외활동 중단 요청과 관련해선 윤 대통령 답변에 대한 평이 다소 갈렸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해당 요청에 대해 "꼭 필요한 공식 의전행사가 아니면 이미 많이 자제하고 있고 앞으로도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고 알린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부분적인 수용이라고 볼 수 있다", "용산도 인지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씀"이라고 본 반면, 신 부총장은 "(한 대표는) '지난번 마포대교라든가 이런 대외활동은 좀 안 하는 게 좋지 않겠나', 이런 얘기였는데 그 점에 있어서도 이렇다 할 접점이 만들어지지 못한 것 같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윤 대통령이 "여야가 협의할 문제",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과 연동돼 있는 문제"라고 답한 '특별감찰관 임명' 요구에 대해서는 '면담 전부터 이미 거부 의사가 시사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면담 전인 전날 오전 '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강조한 추경호 원내대표의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이 이미 "(면담이) 좀 잘 안 될 것 같다"는 '징조'였다는 것이다.
신 부총장은 "저희 당에서는 (특별감찰관 추천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링크를 걸어놨다. 그런데 한 대표는 '지금 시국에서 그 링크를 계속 걸어야 되겠는가'(하는 입장이었는데) 어제 그 회의석상에서 (추 원내대표 말을) 듣는 순간 '오후 회담이 잘 안 되겠구나' 직감이 들었다"고 했다. 박 의원도 "'특별감찰관만 따로 빨리 진행하자'는 얘기를 사실상 거부한 전초전"이라고 했다.
25분 지각한 尹, 한동훈 의전 '홀대론'…"선생님이 학생들 훈시하듯 대해"
면담의 자리 배치 등 형식·의전에서부터도 대통령실이 한 대표를 홀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최고위원은 "충격을 받았던 것은 대표가 4시 반부터 (회동을) 하기로 해서 도착을 했는데, 대통령께서 EU 사무총장과 전화를 한다고 하면서 늦게 오셨다"며 "한 25분 정도 늦게 오셨는데, 대표를 그냥 밖에다 세워놨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어제 사진을 보시면 용산에서는 여러 분들이 나오셨잖나. 여섯 일곱 분이 우르르 거기 서 계시고, 당에서는 아무도 없이 한동훈 대표 혼자 거기 들어가 있는 것 아닌가"라며 "모양이 너무 이상하더라"라고 대통령실을 비판했다.
또 그는 "대통령실에서 배포한 사진을 보면 책상 앞에 윤석열 대통령이 손을, 두 팔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앉아계시고, 그다음에 앞에 비서실장과 한 대표가 뒤통수만 보이는 모습으로, 계속 그런 사진들이 릴리스가 됐다"며 "무슨 교장선생님이 학생들을 놓고 훈시하는 듯한 그런 느낌을 주는 그런 사진들이었잖나. 그것도 상당히 놀라웠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같은 의전이 '한 대표를 의도적으로 홀대한 것이라고 보나' 묻는 취지의 질문에 "그렇다"며 "이재명 대표와의 면담과 비교해 보면 너무나 차이가 나지 않는가"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그때 당시에 (대통령이) 이 대표 옆에 같이 앉아서, 마주보는 것도 아니고 함께 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어쨌든 의전 같은 것들을 최대한 해 주신 걸로 알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도대체 왜 (면담을) 하자고 하신 건지 저는 그것도 좀 의문이다"라고 했다. "당원으로서 상당히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라고도 했다.
신 부총장도 이 같은 '홀대론'에 대한 질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겠다"면서도 일면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윤 대통령의 지각 논란을 두고 "외교 일정이 있어서 불가피한, 대통령이 워낙 공사다망하시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대표께서는 바깥에서 계속…(기다렸다)"고 말을 흐렸다.
그는 "저 한 장의 사진, 오늘 아침 조간신문에 실린 그 한 장의 사진이 상당히 많은 것들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앞서 당 안팎에선 신 부총장이 언급한 면담 현장 사진과 관련, 테이블보가 깔려 있지 않거나 음식·다과가 부실하다는 등 '의전 홀대론'이 인 바 있다.
친한계, '김건희 특검'엔 "이탈표 우려"…'이재명과 중재안 도출 가능' 시사도
관심은 한 대표와 친한계 의원들의 향후 대응에 쏠린다. 특히 한 대표는 회동에서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을 시 특검법 이탈표가 우려된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는데, 윤 대통령은 이에 대해 "우리 의원들이 헌정을 유린하는 야당과 같은 입장을 취할 경우 나로서도 어쩔 수 없겠지만 나는 우리 당 의원들을 믿는다"고 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위헌 법안에 찬성하는 여당 의원이 과연 있겠느냐는 취지"라고 설명까지 했다. 한 대표 측이 특검법 이탈표를 레버리지로 압박을 시도했지만, 용산에서 '어디 한 번 해보라'고 일축한 모양새가 된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어떤 경우든 저희가 민주당과 손잡고 대통령실을 힘들게 하는 그런 방식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하지만 민심이 계속 나빠지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을 대통령실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다면 굉장히 불행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경고해 눈길을 끌었다.
김 최고위원은 "수풀 속에 고개를 처박은 꿩처럼 현실을 외면한다고 현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대통령실의 처사를 비판하는가 하면, '대통령의 현실인식에 대한 변화가 없으면 이번에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통과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굉장히 걱정하고 있다"고 동감하기도 했다.
박 의원 또한 "특검을 지금 받는다, 안 받는다 얘기는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받더라도 지금 구조로는 받을 수 없다"며 "채상병 문제 때 제3자 특검을 얘기했듯이 이 문제도 제3자 특검이라는 해법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라고 '중재안'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의원은 특히 "지금 이재명 대표하고 회담이 예정돼 있지 않나. 그러면 이 문제를 거기서 논의할 수 있다"고 하기도 했다.
그는 "특검 문제는 앞으로 야당이 계속 굴리기 때문에 이 문제하고 함께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하고 "(한 대표는) 그런 문제에 대한 고민을 지금부터 한다고 보시면 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그는 "아마 본인(한 대표) 나름대로 로드맵을 그리고 해법을 찾아서 용산의 부담은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지 않을까"라고 부연했다.
신지호 부총장도 "갑갑하다"며 "오던 길을 돌아갈 수 있는 건 아니다. 민심을 받드는 길을 계속 가야 되는데, 어제 상황이 있었으니 앞으로 어떤 속도로 완급 조절을 하면서 가야 될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당내 친윤계에서는 '빈손 회담' 평가를 경계하며 당정 간의 "단일대오"를 강조하고 나섰다.
친윤계 강명구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정부의 전체가 아니듯 당대표도 당의 전부가 아니"라며 "대통령께서도 한 대표의 의견을 경청하신 만큼, 한 대표도 대통령과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 조금 노력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친한계 측 '빈손 회담' 평가에 대해서도 "자꾸 이게 빈손회담, 빈손회담 또 얘기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이게 뭔가 남북 정상회담 하듯이 담판 짓는 게 아니"라며 "중요한 것은 지금 대통령과 여당 대표 간에 자연스러운 만남이었고, 어떤 결과가 어제 회동으로 바로 나오는 것도 이상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두 분께서 분열하시면 공멸이다"라며 "지금은 단일대오로 야당의 저 입법 폭주를 그리고 파상공세 탄핵까지 얘기하는 마당에 우리가 똘똘 뭉쳐야 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