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면담 자리에서 한 대표의 요구를 사실상 모두 거절했다. 이에 한 대표가 김건희 특검을 제3자 추천 방식 등으로 추진하는 등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대표는 21일 오후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건희 여사 활동 중단 ▲김 여사의 의혹 설명 및 해소 등 언론에 이미 공개한 ‘3대 요구’를 직접 제안했지만 기대했던 답을 듣지 못했다.
친한계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 용산 내부에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건데’라는 인식이 있다. 어제도 그 부분에 대한 간극이 좁혀지지 못한 것”이라며 “(김 여사 의혹에 대해서도) 대통령께서는 지금의 의혹이 나온 부분은 일종의 야당의 프레임이라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여사 대외 활동 중단’에 대해선 “부분적 수용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미 자제하고 있다는 건 김 여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국민이 어떤 감정을 갖는지 용산도 인지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씀이셨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계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가 주장하는 ‘민심에 따르는 정치’에 동참하지 않으면서 조만간 ‘헤어질 결심’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김 여사에 대한 여론이 점점 악화하는 만큼 김건희 특검을 제3자 추천 방식 등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 의원은 “대표로서는 여기서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며 “특검을 지금 ‘받는다, 안 받는다’ 얘기는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받더라도 지금 구조로는 받을 수 없다. 채상병 문제 때 제3자 특검을 얘기했듯이 이 문제도 제3자 특검이라는 해법으로 갈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하고 회담이 예정돼 있다. 이 문제를 거기서 논의할 수 있다”며 “아마 본인 나름대로 로드맵을 그리고 해법을 찾아서 용산의 부담은 최소한으로 줄여서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한 대표에게 ‘김건희 특검 찬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더니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어제 면담은 국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맹탕이었다”며 “한 대표도 이제 결단해야 한다. 김건희 특검을 거부하면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같이 죽을 뿐이다. 김건희 특검은 필연이다”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촌평을 통해 “‘빈손회담’은 모두가 예상했던 결과”라며 “한 대표의 결기를 기대한다. ‘김건희 리스크’ 제거를 위해 ‘김건희 종합 특검법’ 국회 통과에 협조하길 바란다. 아니면, 국민의힘이 관련 특검법을 새로 발의하든가”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채상병 특검’처럼 이번에도 말만 할 뿐, 민심을 따르는 ‘성과’를 보이지 않으면 한 대표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날 면담에 대해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당대표로 인정하지 않는다’ ‘당정관계에서 우리가 우위다’라는 걸 보여준 것”이라며 “한 대표가 수평적 당정 관계로의 변화, 국정 기조의 변화 등을 부단히 요구해 왔는데 전혀 변함이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 대표가 채상병 특검에 대해 꼬리를 내리고 말았는데 이제는 ‘김건희 특검’으로 정말 승부를 걸어야 한다”며 “한 대표가 오늘 ‘민심’ 얘기한 것 말고는 아무 발언이 없던데 그렇게 계속 가다가는 결국 당대표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당내 분열 가능성’에 대해선 “잠재해 있다고 보는데 한 대표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 한 대표가 총대를 매고 사즉생으로 가면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에서 이탈표가 더 나오리라고 본다. 그런데 또 말만 굉장히 강하게 하고 꼬리를 내리면 한 대표의 미래도 없다. 끝이다”며 “그러면 정치공학적으로 여권에서 윤 대통령의 승리다. 다만 국민의 승리는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 대표는 이날 인천 강화 풍물시장을 방문해 강화군수 보궐선거 당선 감사 인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저는 국민의힘이라는 우리 당 이름을 참 좋아한다. 우리는 ‘국민의 힘’이 되겠다. 국민께 힘이 되겠다”며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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