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면담이 끝난 후 친한계 내부에서는 '한동훈 홀대론''찬밥 의전'이라며 격앙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날 면담 전후로 대통령실이 한 대표를 홀대한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어렵게 성사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 형식의 독대가 의전에서도 홀대 받고, 요구도 홀대 받았다. 한 대표가 '변화와쇄신'을 갈망하며 윤 대통령을 만났으나 용산의 내용과 형식 모두 '홀대'는 결국 모든 것이 거부된 '빈손 회동'으로 끝났다.
특히 이날 윤 대통령은 '김건희 비선라인'으로 지목된 비서관, 행정관들과 함께 한 대표와 만남에 나왔다. 결국 '인적쇄신'을 거부하겠다는 '명시적 메시지'다.
이에 친한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여당 대표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 대표가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있을 이재명 대표와의 2차 여야 대표회담을 계기로 친한계가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한편, 한 대표는 내일(23일) 취임 후 처음으로 자신이 임명한 당직자를 소집해 본격적인 세력화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동훈, 면담 전 20분 이상 밖에서 대기.. 의전 홀대론 불거져
'한동훈 의전홀대', 尹 '한 대표의 김건희 3대 해법' 거부하겠다는 메시지
홀대받은 韓 '김건희 비선라인 8명 실명 인적쇄신 요구'했으나 尹 거부
전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은 81분간 진행됐다. 두 사람은 10여분간 경내 산책 후 실내로 이동해 1시간이 넘게 국정 현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면담 후 한 대표는 예정된 브리핑을 취소하고 곧바로 귀가했다. 또, 오늘 오전 일정을 전격 취소하면서 정치권의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이 한 대표가 공개 제안한 김건희 여사 3대 해법에 대해 거부한 것이 1차적인 이유라고 보고 있다.
한 대표에 대한 의전 홀대는 곧 '한대표의 요구인 김건희 3대해법'을 수용치 않겠다는 대통령과 용산의 메시지이다. 의전에서 홀대받은 한 대표가 '만남 내용'에서도 결국 홀대를 받고 '빈손 회동'이 되고 말았다.
실제, 한 대표가 '김 여사의 대통령실 비선라인(한남동 라인) 8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인적쇄신을 요청했으나 윤 대통령이 거절했다. 한남도 라인인 이른바 '7가신'인 대통령실 비서관과 행정관 7명의 실명과 선임행정관 1명을 포함해 8명의 실명을 밝힌 것으로 정치권에서 알려지고 있다.
친한계 박정훈 의원은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에 출연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 문제를 풀어야지만 국정 동력이 다시 살아난다고 보았다. 중요도로 따지면 (김건희 비선라인) 인적쇄신이 한 대표가 생각하는 1번이었다"며 "한 대표가 인적쇄신 문제에 대해 아주 상당히 비중있게 다루었다. 한 대표가 10명 가까이 이름을 구체적으로 말하고 그분들이 지금 왜 문제인지도 설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배의>
박 의원은 "대통령은 그분들이(김건희 비선라인) 대통령실에서 일하는 용산의 대통령 참모이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여사하고 소통하는 거에 대해서 큰 문제의식이 없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그게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거냐는 인식이 용산 내부에 있는 것"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누가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 구체적인 문제가 있어야 조치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했고, 김 여사의 공개 활동 중단 요구에 대해서는 "필요한 공식 의전 행사 말고는 대외 활동은 이미 자제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재보선 기간 내내 가장 중요하게 강조해온 한 대표의 '대통령실 김건희 라인 인적쇄신'에 대해 윤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한마디로 거부한 것이다.
또, 한 대표가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특별감찰관 임명을 언급하자 윤 대통령은 "여야가 합의해야 될 문제"라며 "이미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이니 지켜보자"고 답했다고 전해진다.
정치권에서는 면담 전후로 대통령실이 한 대표를 대한 모습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대통령실이 공개한 여러 장의 사진을 보면 의도적으로 한 대표를 홀대했다는 평가다.
일례로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산책 사진 가운데 이기정 의전비서관이 파일철을 들고 걷는 모습이 함께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이 비서관은 한 대표가 대통령실 인적 쇄신을 요구한 김건희 라인 중 한 명이다. 즉, 김건희 라인 쇄신을 요구하는 한 대표에게 '그럴 뜻이 없다'는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 사진도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보통 정치권 회담에는 '원탁 테이블'이 등장하기 마련인데, 어제 면담에는 직사각형 테이블에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마주 앉고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한 대표의 좌측에 앉았다. 사진 속 윤 대통령은 테이블에 양 손을 뻗어 올리고 경직된 표정으로 앉아 있다. 한 대표는 무언가 이야기 하는 모습이다.
野, 조응천 "검사가 피의자 취조하는 듯" 우상호 "위아래 사람이 만나는 모습"
이는 지난 4월 윤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회담과 대비된다. 당시 윤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원형 테이블에 앉아 회담했고, 윤 대통령 앞에는 펜과 메모지도 준비됐다.
보기에 따라서는 마치 윤 대통령이 검사로 피의자를 신문하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야권에서도 일제히 '윤-한 회동' 의전에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조응천 개혁신당 총괄특보단장은 22일 채널A 라디오 '정치 시그널'에서 "검사실에서 검사와 피의자, 변호인이 저런 식으로 앉는다"며 검사가 피의자를 취조할 때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 대표가 푸대접을 받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우상호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JTBC 오대영 라이브에서 대통령실이 공개한 면담 사진에 대해 "제가 지금까지 대한민국 역사상 집권당 대표와 대통령의 면담에 저런 사진은 처음 본다"면서 "저거는 위아래 사람이 만나는 자리"라고 말했다.
친한계 폭발 "교장 훈시하냐...국민에 대한 예의 아냐""25분이나 밖에 세워놨다" "대통령이 김건희 비선라인 인사들 우루루 나왔다"
"홧김에 김건희 특검법 통과될 수도""제3자 김건희 특검법 갈수도"
그 누구보다 친한계 인사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친한계는 일제히 대통령실의 의도적인 '한 대표 홀대'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김건희 특검법' 찬성 가능성을 입에 올렸다.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22일 CBS 라디오에서 "한동훈의 진심이 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 부총장은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누구도 거기에 대한 의견 개진조차 하면 안 되는 고유 권한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여론을 항상 실시간으로 접하는 당대표 입장에서는 의견 개진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동의 모습이 참 국민들께 너무 송구하다. 이런 모습을 재현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2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전날 면담 전후로 이상한 대목을 하나하나 짚으며 "당원, 원외 당협위원장, 의원들과 통화를 해보니 다들 분개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독대가 아니라 비서실장이 배석한다고 했지만 어제 사진을 보면 용산에선 여섯 일곱 분이 우르르 나와 서 있고 당에서는 아무도 없이 한동훈 대표 혼자 거기 들어갔다. 모양이 너무 이상했다"고 했다.
이어 "4시 반부터 면담키로 해 한 대표가 도착했는데 대통령께서 EU 사무총장과 전화했다면서 25분 정도 늦게 오셨다. 그냥 한 대표를 밖에다 세워놨다. 계속 서 있게 했다"도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에서 배포한 사진을 보면 윤 대통령이 손을, 두팔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앉아 계시고 그 다음에 앞에 비서실장과 한 대표가 뒤통수만 보이는 모습이다. 마치 교장선생님이 학생들을 놓고 훈시하는 듯한 그런 느낌을 주는 사진"이라며 "상당히 놀라웠다"면서 "이재명 대표 면담과 비교해 보면 너무 차이가 나지 않는가, 당원으로서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대통령과 함께 왔던 분들은 한 대표나 언론에서 이른바 '김건희 여사 라인'이라고 얘기한 비서관을 대동한 것은 당에서 얘기한 인적쇄신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명시적 메시지 아니겠나"고 분개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금 김건희 여사 블랙홀 때문에 대통령이 잘하신 부분(한미,한일관계, 원전생태계, 방산업체 무기 판매 등)이 모두 다 빨려들어가고 있다"며 "대통령실이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해 당 인식과 태통령실 인식이 너무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친한계 인사들은 이대로 가다가는 '김건희 특검법 방어도 어렵다'고 엄포를 놓았다.
김 최고위원은"의전적 무례에 대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굉장히 많다"며 " "저희는 '국민 눈높이에서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외 당협위원장이나 의원들과 통화하면 굉장히 분개하고 있다"며 "지난번에 4표가 이탈했는데 분위기가 나빠지고 여론이 나빠지면, 홧김에 김건희 여사 특검법(민주당 특검법)이 통과될까 겁난다. 굉장히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한계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MBC 라디오에서 "대통령도, 한 대표도 승부사 기질이 있는데, 대표로서는 여기서 승부수를 던질 것이다. 채 상병 문제 때 제3자 특검을 얘기했듯이 이 문제도 제3자 특검이라는 해법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한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여야대표회담에서 이런 문제가 논의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 의원은 "명태균씨 문제 등 여러가지 다 연결돼있기 때문에 한 대표가 김건희 특검에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며 "한 대표도 승부사 기질이 있어서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제3자 특검으로 해법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와 만나서 김건희 특검 문제가 논의 안될 수 없다"며 "제3자 특검으로 해법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 "남북정상회담 담판 아냐"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함께 대기" 홀대론 반박
반면 친윤계는 만남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강명구 의원은 이날 라디오 함인경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빈손회담이라고 얘기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게 남북정상회담 하듯이 담판 짓는 게 아니지 않나. 뭔가 협상을 통해서 성과를 내는 자리가 아니지 않나"라며 "대통령께서 여러 의견을 청취하고 계시고, 고견을 청취하고 계시니 적절하게 판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두 분이 분열하면 공멸이다. 지금은 단일대오로 야당의 입법 폭주와 파상공세를, 탄핵까지 얘기하는 마당에 우리가 똘똘 뭉쳐야 된다"며 "한 번 만나고 끝날 게 아니라 자주 뵙고 서로 신뢰를 쌓아가면서 국정 전반에 대한 문제들을, 현안들을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두 당정이 더욱 긴밀히 협의하면서 단합하고 하나 되는 그런 모습을 만들어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도 의전 논란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2일 언론에 "홍철호 정무수석이 한 대표를 직접 영접해 환담을 나누며 함께 대기했다"며 한 대표를 혼자 세워뒀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동훈, 내일 취임 후 첫 확대당직자회의.. 친한계 소집
이런 가운데 한동훈 대표가 23일 취임 후 처음으로 자신이 임명한 당직자를 한 자리에 모으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한 대표는 내일 오전 확대당직자회의를 열고 당직자들을 만난다. 이 자리에는 한 대표를 비롯해 추경호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서범수 사무총장과 최고위원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또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과 정성국 조직부총장, 장서정 홍보본부장 등 친한계 인사가 모두 자리한다.
이날 회의는 주요 당내 안건을 설명하고 결속을 다지는 차원에서 마련됐으나 친한계가 대통령실을 향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만큼 이 자리에서 향후 당정 관계나 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미 한 대표는 친한계 인사들과 만찬을 가지며 본격적인 세 결집에 시동을 건 상태다. 이에 내일 회의를 시작으로 당 세력 규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대표는 22일 인천 강화 풍물시장을 방문해 강화군수 보궐선거 당선 감사 인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저는 국민의힘이라는 우리 당 이름을 참 좋아한다. 우리는 '국민의 힘'이 되겠다. 국민께 힘이 되겠다"며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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