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 AI는 게임을 포함한 콘텐츠 제작에 두루 사용되고 있다. 일반 사용자도 쉽게 이미지 등을 AI로 만들어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편하고 효율적이지만, 글이나 이미지, 영상 등을 만들어온 콘텐츠 창작자 입장에서는 본인이 만든 작품을 AI가 학습하고 이에 대한 결과물을 쏟아내며 생존의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생성 AI 시대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면 데이터 사용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공정이용’에 대한 법안 마련도 논의해야 될 시점이다.
이러한 주제에 대한 의견을 22일 열린 2024 콘텐츠분쟁조정포럼에서도 들어볼 수 있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분쟁조정위원회는 매년 콘텐츠 분쟁 최근 동향과 해결방안을 찾아보는 포럼을 열고 있다. 올해는 콘텐츠 산업환경 변화에 따른 신유형 콘텐츠의 분쟁을 주제로 AI 기반 콘텐츠 등으로 변화한 콘텐츠산업 환경과 관련된 분쟁을 살펴봤다.
기조연설을 맡은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는 생성 AI로 인해 콘텐츠 창작자 입장에서는 점점 더 저작권을 주장하기 어려운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AI 기술이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 여러 가지를 섞어서 결과물을 만드는 멀티모달로 넘어오면서 생성된 콘텐츠의 어떠한 부분에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느냐가 모호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적인 측면에서 보면 전통적인 저작권법으로는 생성 AI가 만든 콘텐츠에 대해 저작권 침해를 판단하기 어려워지는 시점이 오리라는 의견이다.
여기에 AI가 생성한 콘텐츠에 관련된 법적 분쟁도 점차 증가되리라 전망되고 있다. 이번 포럼에서 ‘AI가 가져올 콘텐츠산업 변화에 따른 새로운 영역의 분쟁과 입법안’을 주제로 발표한 MBC 박희경 변호사는 “3~4년 전에는 콘텐츠를 만들 때 AI를 써도 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면 지금은 기존에 만들었던 콘텐츠를 어떻게 AI 산업에 이용할 수 있을지, 반대로 다른 회사가 이용한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물어보기 시작했다”라며 AI로 생성한 콘텐츠에 대한 분쟁이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 MBC 박희경 변호사 (사진출처: 2024 콘텐츠분쟁포럼 온라인 생중계 갈무리)
국내의 경우 아직 생성 AI에 관련된 소송은 없고, 서울행정법원에서 작년 6월 30일에 특허출원무효처분 취소 청구의 소에 대해 인공지능에는 '사람과 법인이 아니기에 특허권이 없다'고 판단한 정도가 있다. 다만 해외에서는 더 타임즈 등 언론이나 소니 뮤직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음반사, 작가 길드 등이 MS나 오픈 AI와 같은 대형 기술기업을 상대로 생성 AI에 대해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이어서 AI에 관련해 국내에서 발의된 입법안은 AI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거나, AI가 생성한 결과물에 ‘AI가 만들었다’라고 표시하는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강유정 의원이 발의한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안이 ‘AI 생성 콘텐츠 표시’에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과 중국에서도 AI 콘텐츠 표시에 대한 법이 만들어지고 있고, 유럽에서는 AI 표시와 함께 학습데이터 목록 공개까지 나아가고 있다.
▲ 강유정 의원이 발의한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안 (자료출처: 의안정보시스템)
이 중 AI가 만든 콘텐츠를 표시하는 것에 대해 박희경 변호사는 “법으로 규율되는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법안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인공지능 기술이라고 되어 있는데, 인공지능 기술에는 패턴 인식, 기계학습, 생성 AI 등 여러 종류가 있다. 예를 들어 핸드폰에도 카메라에 AI 기술이 탑재되어 있는데, 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도 AI 생성물임을 표시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박 변호사는 “콘텐츠 제작에 대한 기여도에 대한 고려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생성 AI가 100% 만든 콘텐츠도 있을 수 있지만, 제작 과정에서 도구로 활용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영상의 경우 자막이나 일부 이미지만 AI로 만들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딥페이크와 동일하게 표시 의무를 부과한다면 저작물 전시 및 향유에 방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매체에 맞춘 적절한 표시 방법, 표시 의무를 부담할 주체를 결정하는 것 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생성 AI를 도구로 쓰고 사람이 만든 콘텐츠도 'AI 콘텐츠'라 표시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궁극적으로는 학습데이터의 공정이용에 대한 입법안을 마련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박 변호사는 “인공지능 발전으로 콘텐츠 창작이 감소하고 관련된 산업이 위축될 우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우려를 없애고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제작자 관점에서도 다양한 입법안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라며 “관련 이야기를 한 지 몇 년이 된 것 같은데 추가적으로 진행되거나 결론이 나온 판시나 법안이 적립된 바는 없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박 변호사는 “최근 UN이 데이터 이용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보장하는 전 세계적인 집단 행동으로 ‘AI 데이터 프레임워크’를 개발하자는 내용이 담긴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글로벌 논의 흐름은 상당히 빠른 것 같다. 국내에서도 좀 더 활발하게 관련 문제를 논의하고 그 내용이 정리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