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3대 요구 구체화' 주문은 '한동훈표' 구상으로 꽉 막힌 정국을 돌파해 보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한마디로 '거절의 다른 표현'으로 풀이된다. 3대 요구를 단칼에 잘라 악화한 민심에 기름을 붓는 길을 피하면서, 한 대표에게 되레 부담을 안겼다는 평가다.
대통령실은 '빈손 면담'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이튿날인 22일 △김건희 여사 활동 자제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 여사의 의혹 규명 절차 적극 협조 등 이른바 '3대 요구'에 대한 윤 대통령 답변을 공개했다.
당초 한 대표가 면담 결과를 국회에서 직접 브리핑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면담 후 곧바로 귀가했고, 대통령실은 서면 브리핑조차 하지 않은 데다, 한 대표가 귀가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불러 만찬을 함께 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했다'는 분석에 쐐기가 박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김 여사 활동 중단' 요청에 "(김 여사가)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꼭 필요한 공식 의전 행사가 아니면 이미 많이 자제하고 있고, 앞으로도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직 영부인 관례에 근거해서 활동도 많이 줄였는데, 그것도 과하다고 하니 더 자제하려고 한다"고 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위헌적", "헌정 유린"이라며 여당이 제동을 걸어준 것이 다행이고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인적 쇄신'과 관련해서는 "한 대표도 나를 잘 알지 않느냐. 난 문제 있는 사람이면 정리했다"면서 "인적 쇄신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구체적으로 무슨 행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얘기해줘야 조치할 수 있다. 소상히 적어서 비서실장, 정무수석에게 알려주면 잘 판단해 보겠다"고 답했다.
의혹 규명에 관해선 "일부 의혹은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의혹이 있다면 막연하게 얘기하지 말고 구체화해서 가져와 달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의혹 수사를 하려면 객관적인 혐의나 단서가 있어야 한다"며 "문제가 있으면 수사를 받고 조치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한 대표가) 나와 오래 같이 일해봤지만 나랑 내 가족에 무슨 문제가 있으면 편히 빠져나오려고 한 적이 있나"라고 되물으면서 장모가 감옥에 간 사실을 언급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답변은 한마디로 '한 대표가 김 여사와 관련해 제기했던 각종 요구안들에 대해서 보다 구체화해서 말하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객관적 혐의', '단서'라는 표현을 썼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그런데 한 대표는 속칭 '한남동 7인회'로 불리는 대통령실 비서관과 행정관 등 '김건희 라인'을 일일이 거명한 걸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이 구체화된 건의를 고수한 것은 한 대표 요청을 '일축'한 걸밖에 볼 수 없다는 진단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아이뉴스24> 통화에서 "최대한 용산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 정도 답변밖에 할 수 없었을 것 같긴 하다. 김 여사 라인을 지적하니,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바꾸겠다는 것"이라며 "다만 이는 평상시 화법이다. 지금과 같은 전시에서 할 말은 아니다. 위기의식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발언"이라고 했다. 아이뉴스24>
여권 다른 관계자는 "구구절절 얘기했는데 무엇을 더 구체화하라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현재의 당정 관계는 재앙적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외부자인 한 대표가 심층 조사를 해서 대통령실을 감사하다시피 해 '아무개가 언제 김 여사에게 가서 보고 했다'는 식의 얘기가 아니라면 더 이상 말을 꺼내기 어려워진 것인데, 그게 가능하겠나"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전반적인 면담 분위기, 전후 상황을 모두 고려해 보면 각자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강화군수 보궐선거 당선 감사 인사를 마친 뒤 '윤 대통령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 면담 결과와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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