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2001년 한국시리즈, 비로 연기되면서 승부 반전
(광주=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가 31년 만에 격돌한 202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는 1차전에서 포스트시즌 사상 초유의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된 뒤 다음 날도 그라운드 사정으로 인해 경기가 취소됐다.
이틀 연속 1차전이 제대로 열리지 못하면서 과연 어느 팀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비로 인해 경기가 연기된 것은 8차례 있었다.
경기가 취소되면 플레이오프를 치른 팀이나 투수력이 약한 팀이 일단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물론 경기가 하루 밀렸다고 해도 전력이 강한 팀이 여전히 유리한 것은 분명하지만 앞서 역대 한국시리즈에서는 우천 취소 경기로 희비가 완전히 뒤바뀐 시리즈도 있었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가장 화제를 모았던 가을야구 중 하나는 초창기인 1984년 삼성과 롯데 자이언츠의 한국시리즈다.
당시 일찌감치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삼성은 '져주기 게임' 논란까지 일으키며 롯데를 상대로 택했다.
하지만 삼성이 만만하게 여겼던 롯데에, 그것도 최동원 단 한 명의 투수에게 4패를 당하며 우승컵을 내준 시리즈였다.
당시 최동원은 9월 30일 열린 1차전에서 9이닝을 혼자 책임지며 4-0 완봉승을 견인했고 사흘 뒤인 10월 3일 열린 3차전에서는 9이닝 2실점으로 3-2 완투승을 거뒀다.
다시 사흘 뒤인 10월 6일 열린 5차전에서는 또 완투했으나 8이닝 3실점 해 2-3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롯데도 2승 3패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하루 뒤인 10월 7일 열린 6차전에서는 5회에 구원 등판한 최동원이 5이닝 무실점으로 막아 구원승을 거뒀다.
시리즈 전적은 3승 3패가 됐지만 5·6차전에 연속 등판하는 등 8일 동안 4경기에서 무려 31이닝을 던진 최동원은 그야말로 녹초가 됐다.
하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비가 도왔다.
10월 8일 열릴 예정이었던 최종 7차전이 비로 하루 연기되면서 최동원이 다소나마 회복할 시간을 번 것이다.
운 좋게 하루 쉬면서 기력을 다시 차린 최동원은 10월 9일 열린 7차전에서 9이닝 4실점으로 완투하며 유두열의 역전 스리런에 힘입어 6-4로 극적인 우승을 견인했다.
2001년 열린 두산 베어스와 삼성의 한국시리즈도 비로 하루 경기가 취소되면서 시리즈 흐름이 달라졌다.
정규리그 3위였던 두산은 한화 이글스와 준플레이오프, 현대 유니콘스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1위 팀 삼성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두산은 체력적으로도 열세했다.
대구에서 열린 1차전은 예상대로 삼성이 7-4로 승리했다.
그런데 다음날 2차전 경기가 비로 취소됐다.
하루 휴식으로 컨디션을 다소 회복한 두산은 2차전에서 타선이 살아나며 9-5로 승리해 시리즈 균형을 맞췄다.
이후 서울에서 열린 3∼6차전에서 두산이 삼성을 압도하며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한국시리즈 경기는 1위 팀 구장에서 1·2차전, 플레이오프를 통과한 팀 구장에서 3·4차전을 치른 뒤 5∼7차전은 무조건 서울 잠실구장에서 치르도록 규정됐다.
한국시리즈에서 패한 삼성이 문제를 제기해 2002년부터는 경기가 홈 원정을 오가며 '2-3-2' 진행되다가 2020년부터는 1위 팀이 더 유리한 '2-2-3' 방식으로 개정했다.
이처럼 비로 경기가 연기돼 시리즈 향방이 바뀐 두 번의 한국시리즈에서 피해 구단은 공교롭게도 삼성이었다.
그리고 올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삼성 1-0으로 앞선 6회초 공격 도중 경기가 중단되자 박진만 삼성은 감독은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상황에서 경기가 중단됐기에 박 감독의 심정을 납득할 수 있다.
사상 첫 서스펜디드게임은 다음날도 경기장 사정으로 취소됐다.
한국시리즈 사상 처음 경기를 이틀이나 연기시킨 가을비가 과연 올해는 누구를 향해 미소 지을지는 조만간 드러날 것이다.
shoeless@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