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했던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여야의정 협의체와 별도로 추진 중인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가 의료계의 불참으로 파행을 겪고 있는 가운데 22일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가 의사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이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전날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면담 자리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위해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고, 윤 대통령이 이에 긍정적으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져 정부의 참여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8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의정갈등 해소의 첫발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으나 여전히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고 있어 큰 진전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동훈 제안 여야의정협의체, 정부·의사단체 이견에 좌초 위기
앞서 한동훈 대표는 지난 9월 초 의료 정상화를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를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와 의사단체간 이견차로 인해 석달 가까이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사단체는 내년 의대 증원 백지화 후 증원 규모를 논의하자는 입장이지만 정부와 대통령실은 일관되게 '2025년도 조정 불가, 2026학년도는 논의 가능'이라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지난 10일 의정갈등 상황에서 의정 양측이 처음으로 만난 자리에서도 평행선이 확인됐다.
이날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개최한 의료개혁 정책 토론회에는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실장급인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실무추진단장이 정부측 대표로, 의료계에서는 서울의대 비대위의 강희경 위원장과 하은진 비대위원이 참석해 접점을 찾으려 했으나 의견차를 전혀 좁히지 못했다.
의료계는 1년에 2000명을 증원하면 현실적으로 의대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와 대통령실은 의대 교육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7일 기자들을 만나 "교수 정원이나 시설 투자나 이런 게 가능하지 않으면서 교육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교육을 할 수 있는 숫자가 얼마인지를 봤을 때 2000명이 가장 안전한 숫자 내지는 실현 가능한 숫자"라고 말했다.
정부는 의정 갈등 해법으로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 구성을 추진 하고 있으나 의사단체들이 위원 추천을 미루면서 출범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휴학계를 낸 의대생의 수업 거부가 지속되면서 대학들이 휴학 승인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으며,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응급실 셧다운도 이어져 국민들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대한의학회 "전쟁 중에도 대화 필요.. 의정사태 해결 되길".. 의협은 불참
정부의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는 반응하지 않고 있는 의사단체가 여야의정 협의체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의료계 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와 함께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은 22일 학회 임원들에 의정사태 해결을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 회장은 메시지에서 "그동안 의학회는 의협 중심의 하나 된 목소리를 강조하며 힘을 보태왔으나 진전이 없는 상태"라며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 전임 회장님들과 심도깊게 논의했고, 운영위원회에서도 논의한 끝에 여야의정 협의체에 KAMC와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정 이후 여러 가지 비난이나 의학회의 입장이 어려워질 수도 있음을 충분히 수백번 아니 수천번 고민한 후의 결정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며 "부디 이번 결정을 통해 의정 사태 해결의 한 알의 밀알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는 22일 별도로 낸 입장문에서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해 전문가 단체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그동안 진행돼 온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대해 분명히 반대하고, 올바른 의료를 하겠다는 젊은 의사들의 충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국민과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때, 잘못된 정책 결정에 따른 대한민국 의료의 붕괴를 더는 묵과할 수도 없다"며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의대생이 제출한 휴학계가 협의체 발족에 앞서 대학의 자율적 의사에 따라 허가돼야 한다"며 "2025년과 2026년 의대 입학정원 논의와 함께 의사 정원 추계 기구의 입법화를 위한 구체적인 시행 계획과 로드맵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등에서 의료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정책들이 발표되고 있다"며 "특위는 개편을 통해 의료계가 모두 인정할 수 있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정책 결정의 장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학회와 KAMC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결정하면서 다른 의사 단체들의 참여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아직 파악한 바가 없다면서도 의학회와 KAMC 결정에 동참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법정 유일 의사단체인 의협은 협의체에 불참 의사를 밝혔다.
윤-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공감대.. 전공의 참여는 불투명
한동훈 대표는 22일 "의료계의 결단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여야의정 협의체가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오랫동안 국민들께 불편을 드려 온 의료상황을 해결할 출발점이 될 거라 기대한다"며 "좋은 의료진 양성을 위해 의대 학사 운영과 의평원(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자율성이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는 의료계 의견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건강만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우리 국민의힘도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었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진심으로 환영한다"라며 논평을 냈다.
한 수석대변인은 "여야의정이 머리를 맞대고 국민들께서 걱정하고 계신 의료공백 사태를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라며 "의료계가 대화와 협력을 통해 정부, 국회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 참여를 계기로, 여야의정 간에 활발한 논의가 오갈 수 있기를 바란다"라며 "앞으로도 국민의힘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으며, 여야의정 협의체의 조속한 출범을 위해 당력을 집중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위한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도 이에 긍정적으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져 이르면 내주 여야의정협의체가 출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전공의나 의대생의 참여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공의 단체는 내년 의대 증원 백지화를 비롯한 7개의 요구안을 제시하고 이것이 수용되어야 복귀한다는 입장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전협 비대위는 과학적 근거 없이 정치적으로 절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대전협은 각 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해 7개의 요구안을 제시했고, 이후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뿐만 아니라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등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 대한민국 의료체계 전반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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