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부터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KS)가 막을 올렸다. 2024 시즌 KBO리그 최강자를 가리는 단기전이 시작됐는데 다른 한편에선 내년 준비가 한창이다. KS에 오르지 못한 8개 구단이 한발 먼저 스토브리그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 프런트가 가장 바쁜 시간으로 '방출 선수 시장'부터 시작된다.
각 구단은 정규시즌을 마감하면 가장 먼저 기존 선수들을 정리한다. 매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최소 11명의 선수가 새롭게 영입돼 그만큼의 선수가 팀을 떠나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출 선수 시장은 연례행사에 가깝다. 구단들은 방출 선수를 2~3회에 걸쳐 발표한다. 가장 먼저 퓨처스(2군)리그가 종료되는 시점에 1.5군이나 2군 선수를 방출한다. 정규시즌이나 포스트시즌(PS)이 종료되는 시점과 다음 시즌 보류선수 명단을 제출하는 11월 25일 전에 마지막 정리를 한다.
기존 선수의 방출이 마무리되면 타 구단에서 정리된 방출 선수들을 검토한다. 의외의 선수들이 명단에 포함되기도 하는데 대부분 나이, 부상, 워크에식(work ethic·성실함)이 문제. 이 가운데 원소속 구단이 세대교체를 단행해 방출된 경우는 상황에 따라 쏠쏠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경험이 중요한 불펜 투수들은 나이가 많더라도 즉시 전력으로 영입된 사례가 적지 않다. 고효준(전 SSG 랜더스) 노경은(SSG) 김진성(LG 트윈스) 김상수(롯데 자이언츠)가 대표적이다. 2022시즌을 앞두고 영입된 고효준과 노경은은 그해 통합우승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기록뿐만 아니라 야구에 임하는 자세가 남달라 후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됐다.
구단으로선 타 구단의 방출 선수를 영입하는데 고민이 따른다.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면 기존 선수들의 기회가 줄어드는 걸 피할 수 없다. KBO리그는 구단 모두가 선수 육성의 가치를 높게 두고 있어 타 구단에서 자리 잡지 못한 선수를 굳이 데려와야 하냐는 반대 의견과 충돌할 수 있다. 그럼에도 타 구단 방출 선수에 주목하는 건 이들이 지속적으로 성공 사례를 만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영입 비용(연봉)이 저렴해 투자 위험성이 적으면서도 절실함으로 무장돼 있다는 점도 간과하기 힘들다.
올해 프로야구 방출 선수 시장이 조용한 편이다. 21일 기준, 10개 구단에서 78명이 팀을 떠났는데 이 중 내야수 강진성(SSG→키움 히어로즈)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영입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다음 달 25일 보류선수 명단 제출까지 30명 전후의 선수들은 추가로 방출된다고 볼 수 있다.
방출 선수들은 테스트라도 받으면 미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한국야구위원회(KBO) 또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KPBPA) 차원에서 방출 선수들 대상으로 트라이아웃이나 연습경기를 시행해 보면 방출 선수들이나 '진흙 속의 진주'를 캐고 싶은 구단들 입장에서 도움이 될 것 같다. 또한 이들의 사연이 미디어의 소재로도 활용될 수 있다. 방출 선수들의 재기와 그들의 스토리는 1000만 관중 시대의 KBO리그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전 SSG 랜더스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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