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강상헌 기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제22회 쿠리하라배 특별경정 결승전에서 '백전노장 1가' 정민수가 우승의 한을 풀었다.
쿠리하라배 특별경정은 한국 경정의 아버지라 불리며 1~3기 선수까지 미사리 경정장에서 직접 지도했던 일본의 특급 경정 선수 '쿠리하라 코이치로'를 기념하는 대회다. 의미가 남다른 대회인 만큼 17일 미라시 경정장에 출전했던 선수들 모두 우승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예선전은 예상대로 흘러갔다. 첫 번째 예선전이었던 16일 14경주에서는 1번과 2번을 배정받고 출전한 '경정 황제' 심상철과 떠오르는 '여성 강자' 김지현이 각각 인빠지기와 붙어돌기로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펼쳐진 15경주에서도 1번 김민천이 출발부터 앞서가며 1위를 거머쥐었고 뒤이어 김민준이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로써 쿠리하라배 특별경정 결승전에는 한국 경정을 대표하는 최강자 6명이 결승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4월 언론사배(스포츠월드배) 우승과 6월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배 왕중왕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과거 기세를 되찾은 심상철이 1번을 배정을 받았다. 2번에는 이사장배 왕중왕전에서 심상철을 꺾고 13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김민천이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지난 5월 메이퀸 특별경정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현재 여성 최강자로 꼽히는 김지현이 3번, 지난해 그랑프리 우승자인 김민준이 4번, 노장 1기 정민수가 5번, 지난해 쿠리하라배 준우승을 차지한 조성인이 6번을 배정받았다.
경기 시작 전 인기 순위는 1, 2, 3번을 배정받은 심상철, 김민천, 김지현 순이었다. 정민수는 5위였다. 하지만 결승전 경기는 초반부터 모두의 예상과 다른 양상으로 진행됐다. 정민수가 19번 모터의 강력한 성능에 힘입어 가장 빠른 출발로 승부수를 띄우며 1번 심상철의 빈틈을 파고드는 휘감아 찌르기로 선두를 꿰찼다. 이후 그 기세를 앞세워 단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출발이 꽤 좋았던 심상철도 맹렬하게 정민수를 추격했다. 하지만 초반부터 많은 격차를 보이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3위는 마지막 선회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4번 김민준이 차지했다. 반면 2번 김민천과 3번 김지현은 출발부터 아쉬움을 남기며 입상권에서 밀려났다.
정민수의 이번 우승은 특별하다. 정민수는 2015년 이사장배 왕중왕전 우승 이후 무려 9년 만에 큰 대회 정상에 서게 됐다. 특히 2002부터 23년간 선수 생활을 이어온 그는 유독 쿠리하라배 특별경정 트로피와 인연이 없었는데 이번에 우승의 한을 풀어냈다.
정민수의 우승은 1기의 자존심을 세웠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2019년 그랑프리에서 이태희가 우승을 차지한 이후 좀처럼 큰 대회에서 1기 선수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정민수가 이번 대회 우승을 거머쥐면서 여전한 1기의 건재함을 증명해 냈다.
결승전 직후 열린 시상식에서 정민수는 "고객들의 많은 성원이 있어서 우승을 차지하게 된 것 같다. 스승이셨던 쿠리하라 선생님이 오신 대회에서 직접 악수하며 상을 받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조금 아쉽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재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쿠리하라는 매년 쿠리하라배 특별경정이 열릴 때마다 한국을 찾아왔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건강상의 이유로 시상식에 직접 찾아오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을 격려하고 축하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우승을 차지한 정민수를 비롯해 결승전에 출전한 6명의 선수를 위해 순금 메달을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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