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가입 국민투표는 가까스로 '찬성'…러시아 개입 시비 불거져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친서방'과 '친러시아' 진영의 싸움으로 전개된 몰도바의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승자를 가리지 못해 다음 달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스푸트니크, AFP 통신에 따르면 안젤리카 카라만 몰도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다음 달 3일 2차 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한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카라만 위원장은 "예비 정보에 따르면 11명의 후보 중 50% 이상 득표율을 받은 후보는 없다"며 "2주 후 결선 투표가 치러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캐나다의 재외국민 투표소가 마감되면서 이번 대선 최종 투표율은 51.67%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전날 몰도바 대선 1차 투표의 잠정 개표 결과에서 마이아 산두 현 대통령은 약 42%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 득표에는 실패했다.
산두 대통령은 약 26%의 지지로 2위에 오른 알렉산드르 스토야노글로 전 검찰총장과 결선에서 맞대결을 벌인다.
산두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결선 투표 끝에 친러시아파인 이고리 도돈 당시 대통령에 승리하며 정권을 잡았다.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산두 대통령은 유럽연합(EU) 가입 등 친서방 정책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개시하자 EU에 가입을 신청하고 2030년까지 EU 회원으로 가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무난하게 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차 투표에서 승부를 짓지 못하면서 산두 대통령은 곤란한 처지가 됐다.
친러시아 성향 사회주의자당의 스토야노글로는 집권하면 EU, 러시아, 미국, 중국 등과 균형 잡힌 외교 정책을 펼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EU 가입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국민투표와 동시에 치러졌는데, 선관위는 예비 결과에서 과반인 51.2%가 EU 가입에 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역시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다. 대선 전 발표된 CBS-AXA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63%가 EU 가입에 찬성했다.
전날 저녁에는 반대표가 57%에 달한다는 중간 개표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재외국민 투표에서 찬성표가 많아 근소한 차로 '찬성'이 과반이 됐다.
외신들은 산두 대통령이 결선 투표에서 승리할 것으로 점치면서도 '험난한 과정'을 겪을 것으로 관측했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정치학자 플로랑 파르멘티에르는 AFP 통신에 "친유럽 진영이 승리하더라도 이번 국민투표 결과로 산두의 리더십이 약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결선 투표가 산두 대통령에게 불리할 수 있다며 "1차 투표에서 떨어진 9명의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이 스토야노글루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예상했다.
산두 대통령의 부진은 인구 250만명인 유럽 최빈국 몰도바의 경제난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두 대통령은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을 주장했다. 그는 "외국 세력과 결탁한 범죄 집단이 국가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전례 없는 공격을 가했다"며 친러시아 세력의 개입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몰도바 경찰은 이달 초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범죄 집단이 몰도바 국민 13만여명에게 대선에서 친러시아 후보에 투표하고 EU 가입 국민투표에 반대표를 던지라며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저조한 지지율이 범죄 집단 때문이라는 증거를 제시하라"며 일축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오히려 산두 대통령과 EU 가입을 찬성하는 표가 막판에 증가했다는 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번 선거가 '자유롭지 않은' 조건에서 실시됐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산두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이후에도 몰도바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몰도바의 친러시아 분리독립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에는 러시아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수도 키시너우 남쪽의 자치지역인 가가우지아도 러시아를 지지하고 있다.
몰도바는 옛 소련권 국가로 우크라이나 남부와 루마니아 사이에 끼어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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