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충남 태안에서 어업 일을 하는 선주 A(64) 씨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3명을 고용했지만 베트남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2명이 새벽에 야반도주하다시피 도망가는 바람에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A 씨는 “외국인 선원 2명이 최근 잠적해 버렸다. 당장 일손이 부족해 다시 인력을 신청했지만 고용센터에선 정확한 날짜를 고지하지 않아 답답하다”라고 토로했다.
#.2 B(58) 씨 상황도 마찬가지다. 최근 태국 외국인 노동자를 배정받았지만 한 달도 안 돼 사라졌다. 10년 넘게 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는 B 씨는 “고구마 수확을 위해 인력이 필요해 급하게 웃돈을 주고 국내 인력을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로 채워진 농어촌에선 말없이 잠적한 외국인 노동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내국인이 부족한 일손을 늘리고자 정부가 올해 E-9 비자 발급 규모를 역대 최다로 늘렸지만 추가 채용에는 상당 기간 소요돼 인력난은 되풀이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사업장을 쉽게 변경할 수 없는 등 고용허가제(E-9)를 전체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귀결된다.
21일 법무부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 체류하는 E-9 기준 외국인 근로자는 31만 825명이고 이 중 불법체류자는 5만 6328명, 불법 체류율은 18.1%나 된다. 지난해 소폭 하락했지만 E-9 외국인 근로자의 불법 체류율은 해마다 20% 수준을 기록 중이다. 2020년 19.9%, 2021년 23.4%, 2022년에 20.6%였다. 구체적으로 E-9 불법체류자는 2021년 9295명, 2022년 9804명, 지난해 9340명이다. 정부는 불법체류자가 좀처럼 줄지 않는 원인을 짧은 비자 기간으로 보고 E-9 체류 기간을 기존 3년에서 4년 10개월로 늘렸으며 재입국 없이 10년까지 확대한다는 방침까지 내놨다. 그러나 불법체류자 감소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시각이 존재한다. 대부분 E-9으로 입국한 뒤 근무지를 이탈한 외국인 근로자가 취업 불가능한 업종에서 일하기 때문에 정부의 대규모 단속이 있지 않은 한 불법체류자 감소는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결국 농어촌 지역의 인력난은 해결되지 않은 채 불법체류자만 늘어나는 실정이다. 정부가 E-9을 수정해 외국인 노동자가 사업장에서 오래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마련돼야 하는 동시에 농어촌 외국인 근로자 유지를 위한 노동권 보장 등 현장의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남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관계자는 “외국인 노동자가 6개월에서 1년 이상 이탈 없이 성실히 근무했다면 사업장 변경이 가능할 수 있도록 장치가 필요하다. 우선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보완책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정부가 이를 지원해야 농어촌에서의 인력난이 발생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yarijj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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