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인간 활동으로 급증하는 이산화탄소는 나무와 땅, 바다가 흡수한다. 이런 균형을 통해 그동안 지구 환경과 기후 시스템은 순환했다. 그나마 자연의 흡수가 있었기에 지구는 인류가 살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균형에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최근 관련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 나무와 땅이 지난해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하는 양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탄소 흡수원의 갑작스러운 붕괴는 기후 모델에서 고려되지 않은 요소였다.
이 변수를 기후 모델에 적용하면 지구 가열화는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왔다.
영국매체 가디언 지는 최근 관련 연구 소식을 전하면서 “지구의 바다, 숲, 토양과 기타 천연 탄소 흡수원은 모두 인간이 배출하는 탄소의 약 절반을 흡수한다”며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과학자들은 이러한 중요한 과정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을 점점 더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역대 가장 더웠던 2023년 국제 연구팀의 예비 연구 결과를 보면 토지에 흡수되는 탄소량이 일시적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숲, 식물과 토양이 탄소를 거의 흡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다에 경고음이 울려 퍼진 것은 오래됐다. 그린란드 빙하와 북극 빙상이 예상보다 빠르게 녹고 있다. 이 때문에 멕시코 만류가 교란되고 바다가 탄소를 흡수하는 속도는 느려졌다. 1900년부터 바다는 지구 과잉열의 90%를 흡수하는 역할을 했다.
지구 시스템의 회복력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심각한 상황을 보여준다. 요한 록스트롬(Johan Rockström) 포츠담 기후영향 연구소장은 “숲과 토지 등 육상 생태계는 탄소 저장‧흡수 능력을 잃어가고 있고, 바다도 불안정한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자연이 탄소 배출과 흡수의 균형을 맞춰왔는데 이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2023년 육상 탄소 흡수원의 붕괴는 일시적일 수 있다고 전제했다. 가뭄이나 대형산불 등이 없다면 토지는 다시 탄소를 흡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탄소 ‘순 제로’에 도달하는 것은 자연 없이는 불가능하다. 대기 중 탄소를 대규모로 제거할 수 있는 과학기술은 아직 없다. 지구의 광활한 숲, 초원, 습지, 바다만이 인간의 탄소 오염을 흡수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다. 2023년 기준 그 양은 374억톤에 이르렀다.
이산화탄소 흡수원이었던 토지는 기온의 급격한 상승, 극한 기후 증가, 가뭄으로 그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1만2000년 동안 지구는 안정적 기후 패턴을 보였다.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였는데 실제로는 깨지기 쉬운 ‘균형 상태’였던 셈이다.
인간 활동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면 지연이 흡수하는 양도 늘어난다.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식물이 더 빨리 자라서 더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문제는 최근 지구의 열 상승으로 이러한 균형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아마존의 회복력 감소를 비롯해 열대 지역의 가뭄 등이 결합하면서 2023년 육지 흡수원의 붕괴를 촉진했다.
필리프 시아(Philippe Ciais) 프랑스 기후와 환경과학 연구소 연구원은 “2023년 대기 중 CO2 축적량은 매우 높으며 이는 육상 생물권에 의한 흡수가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자연의 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그동안의 기후모델이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자연 흡수원 변수는 그동안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라고 판단한 측면도 있다”며 “그동안 의존해 왔던 자연 흡수원이 작동을 멈춘다면 과연 우리 기후모델은 어떻게 될 것인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가디언지는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자연의 탄소 흡수가 급감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후모델에 적용되면 지구 가열화는 더 심각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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