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아들 살해한 76세 노모 '미스테리'..."내가 죽였다" 자백에도 '무죄'?

102㎏ 아들 살해한 76세 노모 '미스테리'..."내가 죽였다" 자백에도 '무죄'?

내외일보 2024-10-20 21:1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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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일보] 이현수 기자 = 2020년 10월 20일 인천지법 형사15부(재판장 표극창)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아들 B 씨(50)를 죽인 혐의(살인)로 기소된 A 씨(76·여)에게 징역 20년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76세의 고령이고 경찰에 자수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징역 20년도 봐준 형량임을 강조했다.

이날 재판부는 왜소한 체격의 70대 노모가 키 173㎝, 체중 102kg이나 되는 거구의 아들을 혼자 힘으로 죽인 것을 믿기 힘들어 "정말 죽였냐"고 물었지만 A 씨는 눈물을 흘리며 "내가 아들을 죽였다"고 했다.

"술만 마시면 변하는 아들이 미워 죽였다" 112 신고…소주병으로 머리 가격 후 수건으로

A 씨는 2020년 4월 20일 0시 56분 112에 "내가 아들 목을 졸랐는데 숨을 쉬지 않는다. 죽은 것 같다"고 신고했다.

인천시 미추홀구 A 씨 자택으로 출동한 경찰은 A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한편 저산소증으로 인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B 씨를 서둘러 병원으로 옮겼으나 몇 시간 뒤 사망했다.

경찰에서 A 씨는 "아들이 술만 마시면 이성을 잃고 행패를 부렸다. 가정도 없는 아들을 저대로 놔두면 아무 희망이 없을 것 같아 불쌍해서 내가 죽였다"고 진술했다.

범행 방법에 대해선 "술에 취해 곯아떨어진 아들 머리를 소주병으로 내려친 뒤 수건으로 목을 졸랐다"고 했다.

사업에 실패한 뒤 아내에게 아들 양육권을 넘기고 이혼한 B 씨는 양육비도 주지 못할 정도로 이렇다 할 벌이가 없었고 여동생 C 씨 집에 얹혀살았다. 평소엔 얌전했지만 술만 마시면 돌변, 어머니와 여동생 등을 상대로 거칠게 신세 한탄했다.

현장에 소주병 파편 없어…여동생은 오빠 행패 피해 밖으로

경찰은 사건 현장을 살폈으나 소주병 파편을 찾아내지 못했고 A 씨가 범행에 사용했다는 가로 40㎝, 세로 70㎝의 수건만 발견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아들 행패가 시작되자 딸(C 씨)은 밖으로 피신했다. 내가 아들 목을 조른 뒤 112에 신고, 경찰이 출동할 동안 딸과 통화하는 한편 소주병 조각을 쓸어 밖으로 내다 버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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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은 경부압박 질식사…여동생 "행패 피해 나갈 때까지 오빠 살아 있었다"

부검 결과 B 씨의 사인은 '경부압박에 따른 질식사'로 나타났다.

검찰과 경찰은 C 씨가 "오빠 행패를 피해 4월 19일 밤늦은 시간, 밖으로 나갈 때만 해도 오빠는 살아 있었다"는 말에 따라 A 씨가 4월 20일 0시에서 50분 사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1심 재판장 "내가 직접 실험해 봤지만 76세 할머니가 102kg 남성을 수건으로 목 졸라 살해?"

1심 재판장인 표극창 부장판사는 2020년 10월 20일 결심 공판 때 '76세 할머니가 102kg 남성을 수건으로 목 졸라 살해했다는 것에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어 사무실에서 개인적으로 재연까지 해봤다"고 했다.

즉 여성 실무관을 시켜 수건으로 자기 목을 조여보라고 한 결과 "피가 안 통하긴 했지만 불편한 정도였을 뿐 숨을 쉴 수 있었다"는 것.

젊은 여성의 힘과 악력이 76세 고령인 A 씨보다 강하면 강했지 약할 리 없다는 점을 볼 때 A 씨가 보통 크기의 수건으로 거구의 아들 목 졸라 숨지게 했을까 의심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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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자백이 유일한 증거, 70대 노인이 과연? 합리적 의심, 제 3자 있었을 가능성"…무죄

2020년 11월 3일 인천지법 형사15부(재판장 표극창)는 "징역 20년형을 내려달라"는 검찰 요청을 뿌리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가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유일한 직접적인 증거는 A 씨의 자백과 딸의 진술밖에 없다"며 "이 자백과 진술에도 합리적 의심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 가족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허위 진술했을 가능성 △ 제3자가 사건 현장에 있었을 가능성 △ 부검 결과 피해자가 반항하지 못할 정도로 만취 상태는 아니었던 점 △ 일반 가정에서 사용되는 수건으로 76살 할머니가 102kg의 거구의 50살 성인 남성을 숨지게 할 수 있는지 의문 등을 볼 때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했다.

1심 "소주병 파편 흩어졌는데 가슴에 상처도 없고 피고 범행 재연도 어설퍼"

또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 재연 동작이 어설펐던 점도 합리적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A 씨는 사건 발생 9시간 뒤 진행된 현장 검증 때 경찰이 '목을 졸랐던 그대로 동작해 보라'고 요구하자 되레 경찰에 "어떻게 하죠"라고 반문했다.

이밖에 재판부는 "소주병 파편을 치울 시간은 불과 3분 정도로 아들을 살해한 피고인이 그 짧은 시간에 청소를 말끔히 했다는 점도 이해가 되지 않고 아들의 머리를 소주병으로 내리쳐 파편이 흩어졌다면 가슴 등 상반신에 소주병 파편으로 인한 상처가 있어야 하는데 왼쪽 다리에만 상처가 나 있을 뿐이다"라는 점도 A 씨가 과연 범인일까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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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과연 76살 노모가? 합리적 의심…딸을 의심하는 게 옥살이보다 고통스러울 것"

2022년 4월 1일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엄상필·심담·이승련)도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역시 "연약한 70대 할머니가 50대 거구의 아들을 목 졸라 죽일 수 있겠느냐는 합리적 의심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무죄 이유로 들었다.

아울러 항소심 재판부는 "그날의 진실은 A 씨밖에 알 수 없겠지만 A 씨에게는 '내가 아들을 죽였다'는 말을 법원이 안 믿어주고 무죄를 선고, 딸을 의심하는 것이 교도소에서 몇 년을 사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제3자 개입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대법 무죄 확정…경찰 재수사 나섰지만

2022년 8월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 역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이에 인천경찰청은 2022년 10월 6일 이 사건을 재수사키로 했다.

하지만 단서라고는 A 씨 진술밖에 없어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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