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남대전지구대 소속 경찰이 실종자를 찾기 위해 노래방 입구에 들어선 모습 (사진=정바름 기자) |
16일 밤 12시께 대전 중구 남대전지구대에 실종자 부모의 애타는 신고가 접수됐다. 부사동을 돌던 순찰차는 112신고를 알리는 무전 소리에 황급히 실종 신고된 여성을 찾아 대흥동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단서는 여성 사진 한 장과 키 170㎝, 하늘색 셔츠를 입었다는 옷차림, GPS 상 마지막으로 있던 위치가 대흥동이었다는 것뿐. 실종자가 휴대폰을 꺼둔 상태라 실시간으로 위치를 추적하기도 어려웠다.
그렇게 새벽까지 술래잡기하듯 지구대 경찰 4명이 출동해 대흥동 일대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술집과 노래방마다 들어가 사진을 보여주며 협조요청을 구했지만, 업주들은 혹여 손님에게 피해가 갈까 이내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요즘은 카메라 보정 어플이 발달하면서 사진을 갖고 찾기도 쉽지 않다.
이날 실종자 수색에 나선 지구대 경찰은 "제발 한 번만이라도 연락을 받아줘…" 애타는 마음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날 실종자가 휴대폰 전원을 껐다, 켰다를 반복하고 연락도 닿지 않아 수색에 난항을 겪어 대전여고와 으능정이 지하상가 일대를 1시간가량을 찾아 헤맸다. 경찰서 실종자 수색팀에서도 폐쇄회로(CC)TV를 실시간 확인하며 추적에 나설 정도로 총동원됐고, 실종자의 동선에 따라 동구와 옥천에 있는 지역경찰관서까지 수색을 벌였다. 이 일련의 과정은 지구대,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지역 경찰에겐 일상이다.
지구대·파출소는 모든 112신고에 초동 대응을 하는 지역경찰관서다. 그중 대흥동, 부사동, 문창동 등 중구 7개 동을 담당하는 남대전 지구대는 대전 내에서도 112신고가 가장 많이 접수되는 곳 중 하나다. 정원 51명이지만, 휴직자를 제외한 지역 경찰 48명이 4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주간, 야간 나뉘어 11명씩 근무해 쉴 틈이 없다. 하루 평균 신고 건수가 35건, 많을 때 70건, 한 달에는 1000건에 이르기 때문이다. 경찰관 1인당 담당 인구는 평균보다 많은 748명에 달한다.
절도, 폭행 등은 물론, 야간에는 대흥동 일대 술집이 많다 보니 주취자 신고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 8월에는 술에 취한 40대 남성이 교도소에 가고 싶다며 문창동 일대 차량 3대를 벽돌로 부셔 현행범으로 체포한 사건도 있었다. 대전 0시 축제 기간에는 하루 야간에만 70건의 112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지역 특성상 고령 인구가 많다 보니 치매 노인 실종 신고와 함께 최근에는 자살신고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재개발 지역, 정신병원, 모텔촌도 위치하다 보니 112신고 처리와 함께 매시간 순찰 도는 것은 기본이다.
임정재 남대전지구대장은 "지역 경찰을 두고 아픔을 제일 먼저 느낀다고 해 송곳의 칼날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며 "현장 근무가 힘들다 보니 1명만 없어도 공백이 엄청 크게 느껴진다. 몸이 힘들 때도 있지만,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하루하루 사명감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Copyright ⓒ 중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지금 쿠팡 방문하고
2시간동안 광고 제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