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강민호가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PO 4차전 8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터트린 뒤 포효하고 있다. 삼성은 결국 1-0 승리를 거두고 KS에 진출했다. 강민호는 생애 처음 KS에 출전하게 됐다. 잠실|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39)는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PS)’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4차전 8회초 결승 솔로홈런을 때리며 1-0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은 PS 전적 3승1패로 2015년 이후 9년 만의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진출에 성공했다. 또 강민호는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던 2004년 이후 처음으로 KS 무대를 밟게 됐다.
강민호는 “이 자리까지 오는 데 21년이나 걸렸다. 열심히 하다 보니까 좋은 기회가 왔다. 팀 분위기가 좋으니 (KS)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열심히 해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눈물이 나오진 않았지만, 살짝 울컥은 했다”며 웃었다.
4차전 결승 홈런을 장식한 과정에선 ‘실수’가 오히려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8회초 선두타자로 나섰는데, 2B-0S에서는 히팅 사인이 나왔다. 이후 3B-1S가 됐고, 공격적으로 쳐 홈런을 터트렸다”며 “사실 (볼카운트 3B-1S 상황에선) 벤치에서 웨이팅 사인이 나왔는데, 나는 못 봤다”고 말했다. 이어 “홈런을 치고 덕아웃으로 들어갔는데, 동료들이 ‘웨이팅 사인이 나왔는데 못 봤냐’고 묻더라. 그래서 ‘못 봤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잠실구장 인터뷰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4차전 초반 LG의 도루를 2차례나 저지하는 등 공·수에서 맹활약한 강민호는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그는 “3차전(17일)을 패한 뒤 후배들이 ‘이제는 형이 해줄 차례’라는 이야기를 했더라. (그래서) ‘난 수비에 더 집중해야 하니까 너희들이 열심히 치라’고 답했는데, 결과적으로는 후배들의 말대로 내가 멱살을 잡고 끌고 가는 모양새가 됐다. 전혀 예상치 못했다”며 에피소드를 하나 더 꺼내놓았다.
강민호는 KBO리그에서 무려 2369경기를 소화했다. 개인통산 최다 출장 기록 보유자다. 그동안 간절하게 우승을 바랐지만, KS 무대를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6차례 PS에 출전했지만, KS 진출은 번번이 무산됐다. 올해 초 스프링캠프에서 “KS 냄새라도 맡게 해달라”고 동료들에게 부탁하는 영상이 화제가 된 이유다.
올가을은 달랐다. 강민호는 “나에겐 항상 꼬리표가 붙었다. 최다 경기 출전을 하고도 KS에 못 간 선수라고. 그 꼬리표는 뗐다. 이번에 우승 없는 선수라는 꼬리표까지 떼어낼 수 있도록 해보겠다”며 “절친한 KIA (최)형우가 자신만만해하더라. 인생이라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멋진 승부를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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