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예바는 17일, "글로벌 경제가 인플레이션 하락과 함께 연착륙할 가능성이 있지만, 경제 성장 전망이 여전히 미온적이고 보호주의 무역 장벽이 높아지는 것이 경제의 중요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게오르기예바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이 같은 발언을 하며, 각국 정부가 부채 증가를 억제하고 무역 긴장 완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IMF는 다음 주 워싱턴에서 열리는 연차총회에서 새로운 경제 성장 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7월 발표된 경제 전망에서 IMF는 올해 세계 경제가 3.2%, 내년에는 3.3%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번 전망에서 소폭 상승된 수치를 보일 가능성이 있으며, 게오르기예바는 이러한 개선된 전망을 언급하면서도 세계 경제에 여전히 많은 도전과제가 남아있음을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완화와 경제 성장 둔화의 이중 과제
게오르기예바는 각국의 통화정책과 공급망 문제의 완화, 에너지 및 식품 가격 통제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하면서도, 높은 물가와 공공 부채 증가, 경제 성장 둔화라는 지속적인 도전에 대해 경고했다. 특히 그는 보호주의적 무역 장벽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경제의 두 가지 주요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중동의 분쟁과 그로 인한 에너지 시장 불안정성,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했다. 그는 "중동 분쟁의 확산과 이로 인한 석유·가스 시장의 불안정 가능성에 대해 큰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지정학적 위기는 인도적 피해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게오르기예바는 경제 성장 둔화와 함께 전 세계 공공 부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IMF는 전 세계 공공 부채가 2024년 100조 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저성장·고채무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향후 경제 회복에 심각한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성장이 부족하다면 빈곤 퇴치, 일자리 창출, 필요한 투자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경제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억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경제 여건은 이러한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경고도 함께 했다.
게오르기예바는 경제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주요 경제국들이 경기 침체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글로벌 경제가 인플레이션 시기에도 대규모 실업이나 경기 침체 없이 버텨낸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고 말하면서, 다만 "이번 발표를 축하할 이유는 있지만, 아직 승리의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IMF는 각국이 무역 장벽을 낮추고 협력적인 경제 정책을 펼쳐야 함을 강조하며, 경제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당부했다.
차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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