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웨스트햄유나이티드에서 가장 대인마크 능력이 좋은 수비수가 손흥민에게 붙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일대일 수비를 하지 않고 전술적 움직임을 통해 유리한 상황을 만든 뒤 비로소 개인기량을 발휘하며 ‘클래스’가 더 높다는 걸 보여줬다.
1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2024-202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8라운드를 치른 토트넘홋스퍼가 웨스트햄유나이티드에 4-1 대승을 거뒀다.
8라운드 경기를 가장 먼저 치른 토트넘은 시즌 4승 1무 3패가 됐다. 9위에 있던 토트넘은 다른 팀들 결과에 따라 최대 6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반면 12위였던 웨스트햄은 2승 2무 4패가 되면서 승점 8점에 머물렀다.
약 25일 만에 부상에서 돌아온 손흥민은 왼쪽 윙어로 선발 출장했다. 웨스트햄의 오른쪽 풀백 애런 완비사카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시절부터 대인수비는 정평이 났다. 그동안 손흥민과 여러 차례 부딪치면서 최소한 돌파는 허용하지 않는 선수였다.
이번 경기에서도 일단 완비사카가 수비 가능한 위치를 선점하면 손흥민으로서도 뚫는 게 쉽지 않았다. 손흥민이 제자리에서 공을 멈춰놓았을 경우, 완비사카가 앞을 빈틈없이 막아서는 바람에 볼 컨트롤 미스가 생기고 웨스트햄이 곧바로 역습에 나선 장면이 있었다. 전반 39분 페드포 포로의 땅볼 크로스가 손흥민에게 닿기만 하면 골이 될 상황이었는데, 완비사카가 높은 집중력으로 경로를 막고 걷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센스와 지능으로 완비사카를 비롯한 웨스트햄 수비를 흔들었다. 전반 15분 손흥민이 데스티니 우도기가 툭 내준 공이 좋은 타이밍에 연결되자, 손흥민이 가벼운 바디페인팅 후 오른발로 감아차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는 슛을 날렸다.
이날 공격 면에서 손흥민과 레프트백 데스티니 우도기의 호흡이 좋았다. 전반 28분 우도기와 손흥민이 완벽한 호흡으로 측면을 붕괴시키고 브레넌 존슨이 달려오며 헤딩하는 공격전술이 모처럼 완벽했는데, 헤딩슛이 경합 끝에 무산됐다.
전반전 마지막 공격이 무의미하게 끝날 듯한 시점에도 손흥민의 센스가 상대 배후를 흔들었다. 센터백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공을 잡았을 때 손흥민이 절묘하게 수비 사각으로 빠져나가면서 손을 번쩍 들었다. 이를 알아본 로메로의 패스를 잘 받았고, 골은 되지 않았지만 문전으로 연결하기까지 했다.
토트넘이 후반 초반 만들어낸 역전골 상황에서 손흥민의 기여가 빛났다. 파페 마타르 사르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측면으로 빠지며 완비사카를 유인했다. 수비를 벌린 뒤 침투하는 우도기에게 패스했다. 우도기가 뒤로 내준 공을 달려오던 이브 비수마가 노마크 상태에서 낮고 빠르게 마무리했다.
토트넘의 세 번째 골이 손흥민의 결정적인 기여에서 나왔다. 후반 10분 속공 상황에서 손흥민의 절묘한 아웃프런트 패스가 데얀 쿨루세프스키에게 이어졌다. 쿨루세프스키가 문전에서 상대 수비를 유인하는 사이 손흥민이 전력질주로 문전에 파고들었다. 패스를 이어받아 원터치 왼발 슛을 날렸다. 이 슛이 알폰스 아레올라 골키퍼와 장클레르 토디보를 연달아 맞히고 ‘3쿠션’으로 골문 안에 빨려 들어갔다. 아레올라의 자책골이다.
후반 15분 팀의 네 번째 골을 손흥민이 터뜨렸다. 손흥민이 역습 상황에서 사르의 속공 패스를 받아 왼쪽 측면부터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속공 상황이라 완비사카는 앞에 없었다. 토디보를 앞에 놓고 현란한 '헛다리' 드리블을 통해 수비를 흔들고 왼발 슛으로 니어포스트를 뚫었다.
현란하게 두 발을 휘젓는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휘청거리게 만든 뒤 재빨리 마무리하는 모습은 브라질의 전설적 공격수 호나우두를 보는 듯했다. 주제 무리뉴 전 토트넘 감독이 손흥민을 호나우두에 빗댄 바 있다.
골을 넣고 단 1분 뒤, 이번엔 웨스트햄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공을 손흥민이 주워 곧바로 슛을 날렸는데 골대를 맞고 나오며 멀티골이 무산됐다. 후반 23분에는 속공 상황에서 손흥민의 전진패스를 존슨과 솔랑케가 연달아 마무리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손흥민은 후반 30분 티모 베르너와 교체 아웃됐다. 현재까지 공격포인트는 3골 2도움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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