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최원영 기자) "에르난데스다! 팔 잡아!"
18일 서울 잠실야구장.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가 오후 6시 30분부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4차전 맞대결을 펼치려 했지만 오후 4시 10분경 우천 취소가 결정됐다. 오전부터 거세게 내린 폭우 때문이었다. 4차전은 19일 오후 2시 개시 예정이다.
원정팀인 삼성 선수들은 곧바로 짐을 싸지 않고 자율 훈련을 소화했다. 삼성의 원정 라커룸이 있는 3루 복도 쪽엔 LG 선수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LG의 라커룸 역시 3루에 있기 때문. 그런데 LG의 주요 선수 한 명이 삼성 선수들에게 붙잡혔다.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다.
삼성 투수 원태인은 계속해서 에르난데스의 뒤를 따라다니며 영어로 무엇인가를 주문했다. 눈싸움도 펼쳤다. 원태인이 먼저 고개를 숙였다. 황동재는 에르난데스의 팔을 잡고 손으로 자르는 시늉을 했다. 옥신각신하는 분위기 속 웃음꽃이 절로 피어났다.
에르난데스는 올가을 LG의 최고 필승 카드다. KT 위즈와의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서 5경기에 모두 등판해 맹위를 떨쳤다. 7⅓이닝서 1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뽐냈다. 역대 외국인 투수 최초로 준플레이오프 전 경기에 등판하는 진기록도 달성했다.
이어 지난 17일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6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출격한 뒤 3⅔이닝 2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투구 수 60개로 세이브를 챙겼다. LG에 1-0 신승을 선물했다. 시리즈 전적 2승으로 앞서던 삼성은 이날 패배로 2승1패를 허용했다.
원태인은 에르난데스에게 무슨 말을 한 걸까. 그는 "내일(19일 4차전) 경기에 나오지 말라고 했다. 물론 영어로 했다. 나도 영어 된다"며 "'투모로우 오프(Tomorrow off)!'라고 여러 번 말했다. 그렇게 무리하면 다친다고 위험하다는 의미로 '이멀전시(Emergency)', '댄저러스(Dangerous)' 등 아는 단어를 다 썼다"고 미소 지었다.
에르난데스는 그런 원태인에게 "나도 (등판 여부는) 모른다. 하지만 던질 수 있다"고 답했다는 후문이다.
에르난데스의 투구는 어떻게 봤을까. 원태인은 "진짜 멋있었다. 솔직히 반했다. 우리가 역전하길 바랐지만 정말 치기 쉽지 않은 공이라 생각했다"며 "패배 후 분해야 하는데 그냥 인정할 수밖에 없는 투구였다. 삼성전에 나온 게 처음이라 실제로 본 것도 처음이었는데 왜 준플레이오프 때 KT 타자들이 잘 못 쳤는지 알 것 같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뷰 도중 삼성의 베테랑 포수 강민호가 원태인 옆으로 지나갔다. 강민호는 "에르난데스가 뭐가 멋있노. 네가 더 멋있다"며 원태인을 치켜세웠다.
플레이오프가 5차전까지 이어질 경우 원태인은 5차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만약 4차전에서 삼성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면 원태인은 KIA 타이거즈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투수로 나설 수 있다.
원태인은 "제발 (한국시리즈) 1차전이 됐으면 좋겠다. 이제 벼랑 끝에서 그만 던지고 싶다. 5차전은 엄청 부담될 테니 1차전에 나가고 싶다"며 바람을 내비쳤다. 와중에도 지나가는 LG 김범석에게 "범바오~"라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원태인은 "하지만 난 언제든 준비돼 있다. 당장 지금 등판하라고 해도 할 수 있을 만큼 각오가 돼 있다. 반드시 이기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삼성의 주축 타자인 르윈 디아즈는 에르난데스와 구면이다. 디아즈는 "(미국 메이저리그)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3~4년 동안 같이 뛰어서 서로 아는 사이다. 원래 패스트볼과 커맨드가 무척 좋은 투수라는 걸 알고 있었다"며 "야구장 밖에선 서로 좋은 친구지만 그라운드에선 싸워야 한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홈런 등으로 되갚아주겠다"고 밝혔다.
에르난데스 공략법도 알고 있을까. 디아즈는 "3차전서 에르난데스와 첫 타석 상대 후 동료들에게 이야기한 게 있다. 에르난데스는 마운드 위에서 투구 템포가 무척 빠르다"며 "우리가 패스트볼 타이밍에 늦는다기보다는 그 템포에 준비가 늦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부분을 동료들에게 말했다. 잘 준비한다면 괜찮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3차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1피안타 3볼넷 3탈삼진 무실점, 투구 수 56개로 선전한 황동재는 "에르난데스의 공이 정말 좋더라. 칠 수 없는 볼이라 생각했다"며 "그 정도로 너무 좋았다. 진짜 배우고 싶을 정도였다"며 감탄했다.
한편 에르난데스는 19일 4차전 등판 여부가 불투명하다. 염경엽 LG 감독은 18일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에르난데스는 (팔에) 약간의 뭉침 증세가 있다.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내일(19일 4차전)까지 휴식을 취할 확률이 높다. 경기가 하루 연기됐으니 새로운 카드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진=잠실, 최원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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