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션 생각하고 노련해지고 싶어
야스퍼스 경기 유심히 봐
최근 서울시청 훈련장인 서울 독산동 마이게임스당구클럽에서 만난 조명우는 세계 최고 자리에 올랐음에도 자기 당구에 만족하지 못했다. 화두는 ‘노련미’다. 그는 “주니어부터 시니어 데뷔 초기까지는 겁 없이 공격적으로 쳤다. 힘을 과하게 쓸 때도 있었다”며 “요즘엔 뒷공 포지션도 생각하면서 노련해지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세계 1위인 딕 야스퍼스(네덜란드)의 경기 영상을 자주 본단다. 조명우는 “야스퍼스는 공을 다루는 게 확실히 다르다. 힘 조절 등은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공을) 선택하는 것과 치는 방식이 달라서 늘 유심히 본다”고 했다.
팀선수권 이후 한동안 부진에 빠지기도
경기 전 화장실 가는거 새로운 루틴
우승 순간은 슬쩍 민망했다. 49:23으로 우승까지 1점을 남겨 놓은 상황. 배치는 뒤돌리기다. 조명우가 강하게 때렸는데 순간적으로 키스가 나면서 공이 제2적구를 스치듯 맞았다. 조명우는 멋쩍어했다. 이때 트란탄럭이 다가와서 “맞았다”고 하면서 축하의 악수를 건넸다. 이 상황을 언급하자 조명우는 “처음에 득점했다고 제스처했는데 심판은 안 맞았다고 하더라. 그런데 트란탄럭이 맞았다고 악수하러 왔다. 심판도 다시 보고 정정해서 멋쩍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내가 반대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트란탄럭이 멋진 선수라는 게 느껴지더라. 진심으로 나를 축하해준다고 느껴서 그런지 나도 나중에 (비슷한 상황이면) 그처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세계3쿠션선수권 역사상 6번째로 평균 2점대 애버리지 우승이어서 의미가 더 크다. 조명우는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7전 전승, 152이닝 330점으로 평균 애버리지 2,171을 기록했다. 그는 “정말 의미가 큰 것 같다. 애버리지가 안 좋아서 우승하면 운이 좋았다고 여길 것 같은데…”라며 “조별리그는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토너먼트에 와서 평균 2점대더라. 사실 (준결승에서) 애버리지 2.7대를 치던 에디 먹스를 이겼을 때 (우승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조명우는 올 초 보고타월드컵을 비롯해 아시아선수권, 세계팀3쿠션선수권 등 메이저 무대에서 부진했다. 지난 3월 국내 대회인 국토정중앙배 1회전에서도 탈락하는 등 장기 침체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스스로 심리적 요인이라고 했다. 조명우는 “장기적으로 안 풀렸린 빌미가 된 게 팀선수권이다. 너무 못하기도 했고 함께 출전한 (허)정한이 형께 죄송했다”며 “대회 끝난 뒤에도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반전 동력이 된 건 프로당구 LPBA에서 활동하는 ‘연인’ 용현지다. 그는 조명우의 스트로크 자세 등 미세하게 달라진 부분을 조언했다. 특히 조명우가 큐를 잡을 때 무게 중심이 평소와 다르게 앞에 쏠려 어깨 각이 달라진 점을 잡아냈다. 어깨 각은 두께 조절과 매우 밀접하기에 조명우도 무릎을 탁 칠만했다.
이제 목표는 국가대항전인 세계팀선수권 우승
딱히 루틴의 변화를 주지 않는다는 조명우가 딱 하나 달라진 것을 언급했다. 뜬금없을 수 있지만 화장실이다. 조명우는 “나이가 한 살씩 먹으면서 생각이 많아져서인지 모르겠다. 과거엔 생리적 현상에도 신경 안쓰고 참고 당구를 쳤다. 그런데 요즘엔 경기 전엔 꼭 화장실에 간다”고 웃었다.
얘기를 나누는 내내 조명우는 들뜬 미소 한번 짓지 않았다. 여전히 뭔가 이루고 싶은 욕망이 커 보였다. 그는 “세계선수권 우승했다고 뒤돌아볼 여유는 없는 것 같다. 3쿠션월드컵, 그리고 국내 대회에서 좋은 경기력을 계속 유지해야 진짜 챔피언”이라고 했다.
‘당장 이루고 싶은 것’을 물었다. 지체 없이 3쿠션 국가대항전인 “세계팀선수권”이라고 했다. 조명우는 “팀선수권은 팀으로 한국을 대표할 뿐 아니라 동료가 치고 자리에 앉아 나를 보지 않느냐. 사실 그게 부담이 크더라. 지난 대회에서 정한이 형이 ‘괜찮다’고 말씀해주시는 데 마음이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이 내 당구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다시 기본 공부터 집중해서 완벽에 도전하겠다. 팀선수권에 다시 나간다면 꼭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용일 칼럼니스트/스포츠서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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