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유엔 결정에 건국" 발언 비판에 분노
"장관들, 비공개 발언 왜곡 전달하고 기자들 받아쓰기"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이스라엘을 자극한 발언을 했다가 논란을 일으킨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발언을 전한 장관들과 이를 보도한 언론에 분노를 표했다고 일간 르몽드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화가 난 상태로 "몇 가지 규칙을 상기시키고 싶다"며 자신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된 점을 문제 삼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15일 국무회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자기 나라가 유엔의 결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이스라엘은 유엔의 결정에서 벗어나선 안 된다"고 발언했다고 복수의 참가자가 현지 언론에 전했다. 이에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끔찍한 역사 왜곡"이라고 비난했으며 프랑스 내 유대계도 깊은 유감을 표했다. 제라르 라셰 프랑스 상원 의장 역시 "이스라엘 탄생의 역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비판에 동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내가 했다는 발언에 대한 수많은 논평, 그 논평들에 대한 논평, 그리고 국내외 정치인의 반응을 읽으며 얼마나 놀랐는지 말해야겠다"며 "내가 정확히 어떤 말을 했는지 확인하려는 노력 없이 이들이 반응했다는 점에서 정말 충격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국무회의에서 정확히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보도된 발언은 앞뒤 맥락이 잘리고 왜곡됐으며 공개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중동 상황에 대해 충분히 말했다고 믿는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프랑스의 입장에 모호함은 없다. 프랑스는 항상 이스라엘 편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은 공적 논의의 붕괴와, 왜곡된 발언을 전한 장관들, 이를 받아 쓴 기자들, 그 발언의 진위를 따지지 않은 논평가들의 직업의식 결여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또 "매주 열리는 국무회의는 정부 대변인과 발표를 통해 언론에 전달된다"고 언급하며 "그 이외 정보들은 회의 참석자들이 정해진 규칙을 존중해 잘못된 정보나 왜곡된 발언, 맥락에서 벗어난 내용이 유포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들을 향해서도 "루머와 인용 발언을 신중하게 다루는 건 언론인과 논평가의 책임"이라며 "정부 대변인 발표문에 없는 발언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문제의 발언을 처음 보도한 매체 중 한 곳인 일간 르파리지앵은 "우리는 해당 발언을 검증하고 재검증하고 교차 확인했다"며 "엘리제궁도 국무회의 이후 이 발언을 부인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대통령실 출입 기자단도 엑스(X·옛 트위터)에 "대통령은 취재원을 엄격히 검증하고 교차 확인하는 언론 윤리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우리의 임무는 공식 성명을 반복하는 데에 국한해서는 안 된다. 언론의 정의는 대통령의 특권이 될 수 없다"고 항의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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