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사람 관계 포기한 청년, 뒤늦은 관심에 마음 되돌릴까

사회·사람 관계 포기한 청년, 뒤늦은 관심에 마음 되돌릴까

르데스크 2023-12-20 16:47:30 신고

3줄요약
▲ 정부의 고립·은둔 청년 문제 해결책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회·사람과의 관계 자체가 한 번 끊어진 이후에는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관계 단절을 택하기 이전에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사진은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발표하는 이기일 보건복지부 차관. [사진=뉴시스]

 

'히키코로리'라는 일본어로 더욱 널리 알려진 고립·은둔 청년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정부 대책은 '사후약방문'에 가깝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책 내용이 고립·은둔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거나 이미 고립·은둔을 선택한 이들을 다시 사회로 끌어들이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다. 사회·사람과의 관계 자체가 한 번 끊어진 이후에는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만큼 관계 단절을 택하기 이전에 예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비슷한 문제를 겪어 온 해외에서는 이미 예방 위주의 대책이 시행 중이다.

 

사회·사람과 단절 택한 청년 50만명 훌쩍…정부·서울시 특단의 대책 마련

 

정부는 지난 13일 은둔·고립 청년을 다시 사회로 복귀시키기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주요 내용은 △사회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고립·은둔 청년을 찾아내기 위한 조기 발굴체계 마련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이들의 자립을 돕는 전문기관 및 전담 인력 배치 △학폭이나 부적응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을 돕기 위한 통합지원팀을 운영하는 '학생맞춤통합지원 선도학교' 확대 △쉬고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찾기 지원 등이다.

 

이번 정부 대책은 올해 초 서울시가 실시한 종합지원 대책과 상당히 유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4월 서울시는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종합지원 대책을 수립해 실행에 옮겼다. 당시 서울시가 발표한 대책은 △고립·은둔 청년 발굴체계 구축 △고립 정도와 은둔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진단 실시 △유형 맞춤형 재활 프로그램 가동 △사회복귀를 위한 일 경험 프로그램 제공 등이었다.

 

▲ [그래픽=김진완] ⓒ르데스크

 

서울시를 시작으로 정부까지 나서서 대책 수립에 나선 것은 사태가 그만큼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사회 은둔·고립 청년 수는 2019년 33만4000명에서 2021년 53만4000명으로 20만명이나 급증했다. 현재는 약 54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또 서울에 사는 은둔·고립 청년 수는 전체 청년 인구의 4.5%(약 12만9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작용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한창 일할 나이에 은둔·고립을 택하면서 사회적 손실 규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을 연령별로 봤을 때 25~29세(37%), 30~34세(32.4%) 등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고립·은둔을 시작한 연령대는 20대 60.5%, 10대 23.8% 등이었다. 학력별로는 대학교 졸업자가 75.4%로 가장 많았고 고등학교 졸업(18.2%), 대학원 이상(5.6%), 중학교 졸업(0.8%) 등의 순이었다. 일이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그냥 쉬고 있는 청년은 지난 7월 기준 약 40만2000명이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거나 실제 시도하는 은둔·고립 청년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고립·은둔 청년 중 고위험군 8436명을 조사한 결과, 75.4%(6360명)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다'고 응답했다. 이 중 26.7%(1698명)는 실제 시도를 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국무조정실이 발표한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서 전체 청년 중 자살을 생각한 비율(2.3%)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치다.

 

"병 걸린 후 처방 보다 예방에 주력해야…먹고 사는 걱정 덜어주면 다시 사회로 나올 것"

 

다수의 전문가들은 은둔·고립 청년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정부·지자체 대책은 '사후약방문'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큰 틀에서 봤을 때 발굴과 처방, 회복으로 이어지는 대책만으론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쉽게 말해 이미 병이 발병한 상태에서 처방과 치료를 실시하고 회복을 돕는 것보다 병 자체가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 다수의 전문가들은 은둔·고립 청년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정부·지자체 대책은 '사후약방문'에 가깝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큰 틀에서 봤을 때 발굴과 처방, 회복으로 이어지는 대책만으론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사진은 은둔·고립 청년과 대화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뉴시스]

 

한 사회학과 교수는 "은둔·고립이라는 것 자체가 사회·사람과의 관계가 단절된 상태라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미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는 것은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이고 설령 가능하다 해도 회복까지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투입된다"며 "차라리 관계 단절을 택하기 이전에 그런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하는 청소년 시절 조기 예방교육, 실직 이후 빨리 취직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는 게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우리나라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해외에서는 은둔·고립 상태로 내몰리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대책을 추진 중이다. 일례로 일본은 학교에서 직장으로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학교와 고용센터 간의 연계를 강화해놨다. 독일도 중학교 교육과정에서 학생이 관심과 소질에 근거에 직업을 선택하도록 지원하는 한편 졸업과 동시에 취직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 상태다. 핀란드 역시 청년을 대상으로 실직한 지 3개월 이내에 직장, 학습공간 등을 제공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은둔·고립 청년 발생 이유가 경제적 요인에 있다고 보고 이를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은둔·고립 청년 발생 원인은 해외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은둔·고립 청년 4명 중 1명은 직업 때문에 단절을 택했다고 답했다. 또 본인 스스로 경제 수준을 '하층'이라 생각하는 비율도 75.7%에 달했다. 집 밖으로 나오기 위해 '경제적 지원'이 가장 절실하다고 답한 비율도 88.7%나 됐다.

 

서진형 경인여대(경영학과) 교수는 "청년세대가 은둔·고립을 선택하는 이유는 사실 경제적 요인이 가장 크다"며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걸음이라고 생각해 이내 인생 자체를 포기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 경제적 요인에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해주면 상황 자체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당장 청년실업 대책에 집중하면 은둔·고립 청년 문제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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