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선 전쟁'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코리아 원팀' 가능할까

'특수선 전쟁'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코리아 원팀' 가능할까

주주경제신문 2023-12-15 16:00:31 신고

3줄요약

방산 사업이 부상하면서 국내 특수선(함정) 분야 톱2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수주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수주의 경우 한화오션이 승기를 잡은 모양새다. 해외 수주에 있어서는 HD현대중공업이 '코리아 원팀'의 필요성을 내세우면서 양사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함정을 건조할 수 있는 조선사는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HJ중공업, SK오션플랜트 등이 있다. 다만, 규모나 건조 실적 측면에서 볼 때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시장의 파이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

기존 조선업계에서 특수선 사업 영역은 중요한 사업이 아니었다. 발주처가 방위산업체뿐이고, 각종 무기와 부품 등을 외부 업체에서 구매해야하기 때문에 비용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대한조선학회에 따르면 세계 함정시장 규모는 2020년 340억달러(약 44조9000억원)에서 2030년 444억달러(약 57조3000억원)로 연평균 2.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 한국이 수출 가능한 함정시장 규모는 2022~2031년 기준 총 590억달러(약 76조2000억원) 수준이다.

최근 지정학적 분쟁이 늘어나며 전 세계 각 군의 함정 수요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좋고 빠른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으로 ​해외에서도 국산 함정에 대한 수요가 떠오르고 있다. 양사는 내년 사업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캐나다·폴란드 잠수함 프로젝트에 참여할 계획이다.

◆특수선 사업 매출 한화오션 '2조9000억원', HD현대중공업 '2조원' 목표

자료 : 각사 종합

한화오션의 특수선 매출은 가파르게 상승하는 모양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한화오션의 해양·특수선 부문 매출 비중은 25.3%(1조3106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10.4%(3553억원) 대비 14.9%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회사는 특수선 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투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1조5000억원 가량의 자금 중 1500억원을 함정 건조 시설에 투입할 예정이다. 또 차세대 함정을 위한 신기술 개발에도 2024년부터 2026년까지 621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

현재 한화오션의 건조 능력은 수상함 2척, 잠수함 2척 수준이다. ​2029년부터 연간 수상함 4척, 잠수함 5척, 창정비 2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규모의 인프라가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은 특수선 사업 매출을 2030년까지 2조9000억원, 2040년까지 7조300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HD현대중공업의 올 3분기 누적 기준 특수선 매출 비중은 3%(2565억원) 수준이다. 작년 연간 기준으로는 7.8%(7073억원)를 차지했다.

건조 능력은 수상함(호위함) 3척, 잠수함은 0.5척 수준이다. 국내에서 호위함급 이상 함정을 독자 설계하고 건조할 수 있는 기업은 양사뿐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그동안 경영 계획에 따라 꾸준히 특수선 사업 관련 시설 투자를 진행해 왔다고 사측은 설명했다. 향후 △잠수함 등 수출 물량 대응을 위한 생산설비 확충 △​자체 생산능력확충을 위한 레이아웃 고도화 △​다목적 쉘터 증설 △​창정비 전문 작업장 구축 △​생산자동화설비 구축 등을 위해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

HD현대중공업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출 강화전략으로 2030년까지 매출 2조원을 달성해 특수선 사업부의 독자 운영을 실현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매출 2조원은 특수선사업본부가 자체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올해 국내 수주 싹쓸이한 '한화오션'

[그래픽=한화오션]

올해 들어 한화오션이 국내 특수선 수주를 싹쓸이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올해 6척의 특수선 계약을 확보했다. 지난달에는 7917억원 규모의 울산급 배치3(Batch-Ⅲ) 5~6번함 건조사업 본계약을 체결했다.

장보고III 배치-II(Batch-II​) 3번함 또한 HD현대중공업을 제치고 수주했다. 이는 3600톤급 잠수함으로 1조원대 사업이다. 앞서 한화오션은 장보고III 배치-II 1번함과 2번함도 수주해 현재 건조 중이다.

한화오션이 장보고III 배치-II 3번함을 건조할 경우 그동안 대한민국 해군이 발주한 총 24척의 잠수함 중 17척을 건조하게 된다. 현재 한화오션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90%에 달한다.

기술력은 양사가 모두 팽팽하지만, 업계에서는 수상함 분야는 HD현대중공업이, 잠수함 분야는 한화오션이 앞선다고 평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1975년 이후 총 102척의 함정을 건조해 전체 수주 실적에서 한화오션을 앞선다. 한화오션은 2018년 이후 수상함 건조 실적이 없다.

한화오션의 연이은 승기는 HD현대중공업이 지난 2020년 9월 '차세대 한국형 구축함'(KDDX) 논란서 받은 페널티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KDDX 기본 설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한화오션의 개념 설계 도면을 빼돌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따라서 2025년 11월까지 모든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1.8점 감점을 적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소수점 차로 결과가 갈리는 시장인 만큼 1.8점 차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내년 초 예정된 KDDX 수주전에서도 한화오션이 우위를 점할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다.

방위사업청은 2030년까지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을 국산화하는 KDDX 사업자 선정을 내년부터 진행한다. 총 6척 발주 예정으로 7조8000억원에 달하는 수주 규모다. ​

KDDX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실시 예정이다. 앞서 한화오션이 개념설계를 맡았고, 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 입찰에 성공했다.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계약을 따내는 기업이 최종 승자가 된다.
​​
◆수출 노리는 HD현대중공업 "코리아 원팀 필요"

HD현대중공업은 해외 수출로 수주 비중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으로부터 호위함 2척, 초계함 2척, 원해경비함 6척을 수주하면서 최근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본부장(부사장)은 지난 20일 울산조선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수주한 필리핀뿐 아니라 다른 동남아 지역과 중동·남미까지 수출 전선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폴란드, 캐나다 등 잠수함 프로젝트 입찰에 본격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다. ​캐나다는 3000톤급 잠수함 12척을 발주할 전망이다. 사업 예산은 총 60조원 규모(유지·보수포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는 3000톤급 2~3척 발주를 내용으로 하는 '오르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사업 규모는 약 3조원으로 추정된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지난 30일 성남 HD현대 사옥에서 개최한 'HD현대&SNU 인공지능(AI) 포럼'에서 "함정 수출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한팀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주 부사장은 같은 기자간담회에서 "​캐나다 등 함정 수출은 절충교역을 요구하기 때문에 단독 입찰이 아닌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캐나다 프로젝트에 ​미쓰비시와 가와사키중공업가 한 팀을 이뤄 입찰에 나설 예정이다.

한화오션은 원팀 구성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해외 정부를 상대로 하는 함정 수주는 기술 이전 등 제공해야 할 부분에서 양사가 이해관계가 달라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해외로의 잠수함 수출에 있어 '팀코리아'는 국산화율 80%를 이룩한 장보고III 급​ 잠수함에 약 200여개 국내 협력업체들이 팀을 이루어 잠수함 수주 및 향후 유지 보수 사업을 같이 영위하는 개념이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사업의 중요성, 규모, 반대급부 요구, 과거 사례들을 견주어 볼 때 코리아 원팀이 충분히 타당한 주장이라고 분석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업 규모가 60조에 달하는 캐나다 프로젝트의 경우 1개 기업이 독자적으로 수주하기에 버거울 수도 있다. 과거 글로벌 수주에서 양사는 출혈 경쟁이 있기도 했다"며 "캐나다는 절충교역 반대를 요구하는 나라인데 범정부 차원에서도 수출금융 등을 요구할 때 업체가 경쟁하면 각각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방산 수주를 할 때 글로벌 업체들과도 협력을 많이 하기 때문에 양사 간 이익이 맞는다면 여러 장점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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