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3년 간 유지되고 있는 그 존재만으로도 가치있죠"

[인터뷰] "13년 간 유지되고 있는 그 존재만으로도 가치있죠"

중도일보 2023-12-07 15:49:2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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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꿈의오케스트라(정기연주회)
지난해 대전 꿈의 오케스트라 정기 연주회 모습 (사진=대전문화재단 제공)

클래식 인재를 키우는 것은 어느새 대전 음악계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 학령인구 감소와 입시 위주의 높은 교육열에 클래식 전공자들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 새 많은 대학의 음악학과가 폐과되거나 실용음악과로 전환됐다. 교육부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충청권 대학 음악학과는 2020년 62개에서 올해 32개로 줄었다. 그마저도 10개가 실용음악과다. 대전지역 대학 음악학과는 36개에서 17개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청소년들에게 클래식에 대한 관심을 심어주고,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한 때다.

이 역할을 대전에서는 '대전 꿈의 오케스트라'에서 하고 있다. 대전 꿈의 오케스트라는 2010년부터 대전문화재단에서 운영 중인 청소년 오케스트라로, 아동·청소년 음악교육사업이다.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교육과 악기를 지원하고 연주회도 열어 클래식 문턱을 낮추고 있다. 12월 16일 대전예술가의 집 누리홀에서 제13회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안용주 음악 감독을 만나 대전 꿈의 오케스트라의 비전과 운영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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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주 대전꿈의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모습

현재 대전 꿈의오케스트라는 70명의 청소년 단원이 함께 호흡하고 있다. 단원들은 대전예술가의집에 모여 주1회 음악 교육을 받고, 찾아가는 음악회와 정기연주회 등 연간 3회 이상의 연주회에 오른다. 지난 7월 대전시립박물관 야외공연장 그리고 지난 10월 엑스포시민광장에서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청소년들이 일상 속에서 음악을 누리고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타인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이 사업의 취지다. 그런 만큼 비용 부담 없이 아이들이 오케스트라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대전 꿈오의 장점이다. 청소년들이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는 민간 오케스트라도 적다 보니 최근 신규단원도 많이 늘었다.

안용주 감독은 "대략 30명으로 시작했다면 지금은 인원이 2배 이상이 됐다"며 "신규가 많이 들어와 기존 단원들과의 레벨 차이를 맞추기 위해 커리큘럼을 다시 짜기도 했다. 단원 중 한 명은 공부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여기서 푼다고 얘기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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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엑스포시민광장에서 진행한다 대전꿈의오케스트라 찾아가는 연주회 모습 (사진=대전문화재단)

대전 꿈의 오케스트라가 13년간 운영된 점은 분명한 의미가 있다. 이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꿈의오케스트라 전국 공모사업'에 대전문화재단이 1기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은 남아메리카 베네수엘라 빈민가 아이들을 위한 음악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에서 착안한 사업이다. 현재 전국 51개 기관에서 운영 중이다. 대전의 경우는 사업 7년 차부터 자립기관으로 전환돼 시비로 운영되고 있다. 도중에 폐지되지 않고, 13년 동안 매년 사업이 진행돼온 것은 광역 지자체 중에서 유일한 성과다.

그런 만큼 안 감독은 대전 꿈의 오케스트라가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미 경남 창원, 서울시 성동구, 구로구 등이 관련 조례가 있다는 점에서다. "대전 출신의 음악가이자 현재 음악감독으로서 지난 13년 동안 지속적으로 예산을 지원하고 운영이 될 수 있게 해준 대전시와 대전문화재단에 너무 감사해요. 하지만, 언젠가 재정이 어려워지면, 단체가 축소되거나 폐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대전 꿈의 오케스트라는 운영 지침은 있지만, 조례로 박혀있지는 않거든요. 우리도 사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려면 조례를 제정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더 나은 환경에서 오케스트라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후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전 꿈의 오케스트라는 대전시향, 대전시립교향악단처럼 후원회 조직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전문화재단은 지난 9월 대전·세종·충남 경제단체협의체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대전 꿈오 후원을 독려하기도 했다.

연습공간 개선은 시급하다. "현재 70명의 단원들이 대전 예술가의 집 다목적 회의실에서 연습하고 있습니다. 단체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장소는 너무 협소한 상황입니다. 재단도 그렇고 저희도 자체적으로 해결해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악기 문제도 있는데, 타악기가 부족하죠. 현악기는 셋팅이 다 잘돼 있어요. 기업 등 지역사회의 후원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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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7일 대전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연습 모습.

안 감독은 올해 2월부터 대전 꿈의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을 맡았다. 대전 출신의 음악가로서 지난 27년을 미국에서 유학 후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외국 생활을 잠시 내려놓고, 울산대 객원교수로 부임하게 된 안 감독은 대전에 살면서 한국 음악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안 감독은 한국의 국영수 위주의 입시에 대해 지적하며 음악교육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오케스트라는 신체적인 조건이 필요 없어요.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협동심과 사회성도 여기서 배울 수 있죠, 또 무대에 오르면, 연주를 위해 아이가 지휘자와 악보에 집중하게 되죠. 집중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도 청소년기 음악 교육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대전 꿈의 오케스트라는 새로운 운영 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청소년 오케스트라 사업이지만, 그동안 문화소외계층 아이들만 들어올 수 있는 한계점도 분명히 있었다. 클래식 전공자들을 길러내고, 폭넓은 음악교육을 위해 꿈의 오케스트라 내에 상위 오케스트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도 사업 확장을 위해 꿈의 오케스트라의 새 비전을 발표할 예정이다.

안 감독은 "음악적 재능이 있는 아이들과 음악을 전공하고자하는 학생들을 지원도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대전 꿈의 오케스트라가 시립 형 청소년오케스트라가 됐으면 한다. 전공생 지원사업도 도입해 지역 대학 음악 대학뿐만 아니라 대전시민교향악단과도 교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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