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RA ‘FEOC’에 쏠린 눈…'째깍째깍' 속 타는 韓中 배터리 합작사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과 만나 악수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제혜택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해외우려기업(FEOC)’ 세부지침 공개를 미루면서, 중국기업과 손잡은 국내 배터리업계가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만약 FEOC에 한중 합작사가 포함될 경우 IRA 보조금 혜택 대상 제외는 물론 각종 불이익이 수반되는 만큼 업계 초미의 관심사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지난 3월 말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 지침 규정안을 발표했다. 오는 2025년부터는 비율과 관계없이 FEOC로부터 조달한 핵심 광물을 배터리에 쓸 경우 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IRA 백서에서 중국·러시아·북한·이란 등의 소유·통제하에 있는 기업을 FEOC로 지정했으나, 구체적인 지침이나 개별 회사 등은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다. FEOC 관련 세부지침은 올해 말 발표가 예고됐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기차 배터리용 원자재를 공급하는 중국기업들이 올해 들어서만 한국에서 9건의 합작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IRA 우회수단을 마련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실제로 LG화학,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등 국내 배터리 소재사들이 배터리 원료 시장에서 중국의 입지를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손을 맞잡았다. LG화학은 화유코발트, SK온·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거린메이(GEM), 포스코홀딩스·포스코퓨처엠은 CNGR, 화유코발트과 합작형태로 국내에서 전구체·니켈 등 배터리 소재를 생산키로 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FEOC를 통해 한중 합작기업을 직접적으로 겨냥할 확률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IRA가 사실상 중국 견제용인 만큼 합작사 등 중국 기업을 원천 차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에는 미국 민주당 소속 조 맨친 상원의원이 한중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업을 거론하며 IRA 전기차 보조금 관련 엄격한 기준 마련을 요구해 업계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 넣기도 했다. 맨친 의원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가장 강력한 FEOC 규정을 세우는 것이 궁극적으로 미국의 납세자들을 보호할 것”이라며 “중국의 배터리 업체들이 한국이나 모로코와 조인트 벤처 및 투자 등 형태로 사업 기회를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는 최근 보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보조금을) ‘광물 세탁’에 관여한 적국들에 도둑맞아서는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IRA 보조금이 내수 기업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동맹을 위한 것이란 시각이다.

이와 관련, 정부 또한 나서서 미국 정부에 합리적 수준의 IRA 배터리 지침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과 만나 FEOC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지속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방 장관은 “연내 발표될 예정인 FEOC 지침이 배터리 및 핵심 광물의 세계 공급망 구조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수화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