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인터뷰] ‘소년들’ 설경구, “형사 NO!” 외치던 그를 바꾼 단 하나의 이유는?

[K-인터뷰] ‘소년들’ 설경구, “형사 NO!” 외치던 그를 바꾼 단 하나의 이유는?

한류타임스 2023-11-03 16:36:25 신고

3줄요약

‘강철중’ 같은 형사 캐릭터는 안 한다던 배우 설경구가 정지영 감독의 신작 ‘소년들’에서 다시 한 번 형사로 분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출연을 고사했겠지만, 정지영 감독 그 자체만으로도 ‘소년들’을 해야 될 이유는 충분했다.

지난달 26일 서울시 종로구 소격동에서 한류타임스와 만난 설경구는 올해 열일 하는 것 같다는 인사말에 “촬영은 없고 올해 개봉만 하고 있다. 영화를 30년 했는데, 이렇게 촬영이 없는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소년들’도 2020년에 끝난 작품이다. 영화계가 어렵다는 말이 정말 체감 된다”고 답했다.

‘소년들’은 지방 소읍의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소년들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형사,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건 실화극이다. ‘부러진 화살’, ‘블랙머니’를 잇는 정지영 감독의 신작이다.

“정지영 감독님과 어느 상가에서 사적으로 만났는데, ‘‘강철중’ 같은 거 해야지’라고 하셔서 의례적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다. 그 뒤로 일주일 만에 ‘고발’이라는 책을 주셨다. 전에 한 번 제의를 주신 적이 있는데, 스케줄이 안 맞아서 거절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작품에 출연하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정지영 감독님이라서’였다”

설경구는 극 중 우리슈퍼 사건의 재수사에 나선 완주서 수사반장 황준철 역을 맡았다. 이야기는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된 사건의 전말을 관객들이 몰입해서 들여다볼 수 있도록 황준철의 시선을 따라 전개된다.

“황준철 반장은 ‘삼례나라슈퍼 사건’이 아닌 ‘약촌오거리 사건’의 실존 인물이다. ‘소년들’에서 보여지는 황준철 반장의 모습들은 실존 인물에서 일정 부분 따왔다. 실제 황 반장님은 아직도 ‘약촌오거리’에 머물러 계신다. ‘소년들’을 보면서도 재심한다고 좋아하셨다. 황 반장님도 정의까지는 아니어도 진실을 말하려 하는데, 다 막으니까 어마어마한 상처를 받으셨다. 조직 내에서도 소외당하고, 모든 것에 열외 당해서 16년 전에 경위로 퇴직하셨다”

‘소년들’에는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사람부터 이를 가로막으려는 사람, 모든 것을 외면하려는 사람까지 다양한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과거 잊혀진 사건이 아닌 현재에도 외면해서는 안 될 이야기라는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정지영 감독님은 사회에 거침없이 이야기하시는 분이다. 이런 작품에 참여하는 데 책임감이 있는 것 같다. 감독님께서 ‘이런 일이 또 생길 수 있으니 ‘소년들’이 거울 같은 역할을 하면 좋겠다’라고 하셨다. 감독이 책을 쓰고 계실 때 이미 분노 게이지가 올라가 있다. 그 눈을 거절하기 어렵다. ‘소년들’은 이야기를 하려는 감독님의 의지가 와 닿았다. 누군가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그걸 외면하지 못하는 분이다”

황준철 반장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부조리한 상황에 분노하고 가슴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어느 순간에는 무기력감이 밀려들어와 허무해지기도 한다.

“연기지만 속 터져 죽는 줄 알았다. 진짜로 울고 싶었다. 한 소년이 글을 모르는 상태에서 가짜 진술서 작성을 강요당한다. 한글 받침이 얼마나 어려운데, 글을 모르니까 그냥 그린 거다. 오랜만에 소리 지르고 연기한 것 같다. 감정을 되게 여과 없이 드러냈다. 위, 아래 구분 없이 멱살도 잡았다. ‘미친개’라는 별명이 있어서 그냥 내버려둔 것 같다”

허성태와 염혜란이 무겁게만 흘러갈 수 있는 이야기의 흐름에 숨통을 틔워 준다. 극 중에서도 허성태가 맡은 후배 형사 박정규와 염혜란이 맡은 황준철의 아내 김경미가 황준철을 든든하게 지원해준다.

“허성태, 염혜란 배우가 내 캐릭터를 많이 도와줬다. 실제로 허성태 배우랑 붙어 다니다가 17년 후 장면 찍는데 혼자가 된 느낌이었다. ‘오징어 게임’ 찍으러 가서 없을 때도 ‘성태가 너무 없는 거 아냐?’라고 말했을 정도다. 황 반장 캐릭터가 허전하고 외롭다. 그 옆을 한결같이 지켜준 게 염혜란 배우다. 황 반장 캐릭터를 만들어 준 두 사람에게 고마웠다”

끝으로 설경구는 ‘소년들’에 언급된 ‘삼례나라슈퍼 사건’ 등을 비롯한 유사한 사건의 중대함과 더불어 한국영화 활성화를 위해 당부의 말을 남겼다.

“이 영화는 봐야 하지 않을까. 사건의 중대함도 있고, 2000년대 초반을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 하는데, 잘 돼서 그런 게 아니라 다양한 작품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소년들’이 잘 되면 한국영화도 다시 잘 될 것 같다. 다양한 작품들이 나오는 거니까.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대화하고 토론하는 문화들이 다시 활성화됐으면 좋겠다”

한편, ‘소년들’은 현재 극장에서 절찬리 상영 중이다.

사진=CJ ENM

 

 

조정원 기자 jjw1@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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