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이 보유한 주택들이 줄줄이 경매로 나와 전세사기가 의심된다. 이럴 때 임차인의 대응 방법은 무엇일까?
지난해 9월 주택 전세 계약을 한 A씨는 요즘 좌불안석이다. 임대인이 대략 30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데, 최근 이들 중 5채가 경매로 나온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임대인은 현재 은행 대출이자를 내지 못하고, 지난 7월 이후 신규 입주가 끊겨 공실이 20개 정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A씨의 걱정을 더 한다.
A씨를 더욱 속 타게 하는 것은 내년 8월 말이 돼야 2년 계약이 만료된다는 사실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세금은 돌려받기 어려울 것 같은데 그때까지 손 놓고 기다려야 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A씨가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이 없을지, 변호사에게 물어보았다.
전세 사기가 의심되는 상황이라는데 변호사들도 동의한다. 법률사무소 청진 임승빈 변호사는 “A씨의 경우 전세 사기로 의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렇다 해도 A씨가 당장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없어 보인다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법률사무소 인도 안병찬 변호사는 “아직 임대 기간이 많이 남아 있어, A씨가 직접적으로 취할 수 있는 법적 조치는 없을 것 같다”고 봤다.
법무법인 인화 김명수 변호사도 “현시점에서 곧바로 어떠한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변호사는 “만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남아 있으므로 다른 임차인들이 움직임을 잘 지켜보라”며 “만일 다른 임차인들이 임대인을 전세 사기로 형사 고소해 수사가 개시된다면, 그 상황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A씨가 알아봐야 할 게 있어 보인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임대인을 만나서 임대인에게 다른 재산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경매가 발생할 부동산을 소개한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으므로, 임대차계약 때 이 사실을 왜 알리지 않았는지 물어보고 문자, 카톡, 녹취 등 증거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변호사들은 A씨가 임대인을 만나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법률사무소 조이 윤관열 변호사는 “현재 임대인이 연락 두절 상태가 아니라면 임대인과 만나 전세보증금 환급에 대한 별도 약정서나 차용증을 작성해 보라”고 권한다.
그는 “계약기간이 남았음에도 A씨가 계약 해지 및 보증금의 반환을 원한다면, ‘보증금을 미리 청구할 필요성 때문에 소송할 수도 있다’는 점을 내세워 보증금의 지급에 관한 임대인의 의사를 서류로 남길 것을 적극 권유한다”고 부연했다.
김명수 변호사는 “내년에 임대차계약 해지 통지에도 불구하고 만료일까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과 보증금반환 청구 소송 그리고 난 후 강제경매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만료일 6개월 이내로 접어들면 바로 계약 해지를 통지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해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증거자료를 마련해 두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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