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뷰] ‘소년들’, 묵직한 진심 던져 일으킨 정지영이라는 파문

약자를 향한 시선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 제기로 우리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정지영 감독의 뚝심이 영화 ‘소년들’에 다시 한번 진정성 있게 담겼다. ‘삼례나라슈퍼 사건’으로 이미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사건이지만, ‘강 건너 불구경’하듯 지나쳐버린 사건의 이면을 되짚으며 ‘거기에서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커다란 물음표를 던진다.

‘소년들’은 지난 1999년에 있었던 ‘삼례나라슈퍼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당시 범인으로 지목돼 수감 돼 감옥살이를 마치고 세상에 다시 나온 세 명의 소년이 2016년 10월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과정들이 작품에 그려졌다.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사반장 ‘황준철’(설경구 분)의 모습과 소년들을 범인으로 몰아넣은 당시 사건 책임자 ‘최우성’의 모습이 현실 공감과 공분을 자아낸다.

영화는 크게 1999년과 2000년, 그리고 2016년까지 크게 세 시기를 다룬다. 사건이 일어난 시점과 황준철이 최초로 사건이 잘못됐다는 걸 인지하고 재수사에 돌입한 시점, 그리고 재심을 위해 준비하는 현재 시점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소년들’은 정지영 감독의 작품 성향을 정석대로 녹여놨다. 사건 실화극이 가지는 힘을 바탕으로 공감과 감정이입을 극도로 끌어 올려 보는 이들을 어느새 작품 속으로 빨아들인다. 이야기의 주인공들과 함께 울고, 분노하고, 웃는 과정들을 경험하며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한다.

정지영 감독은 억지 감동이 아닌,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나선 사람들의 연대 과정에서 울림과 여운을 선사한다. ‘부러진 화살’과 ‘블랙머니’에서 그랬듯이 정지영 감독은 ‘소년들’을 통해 법의 맹점과 사각지대에서 억울하게 피해를 당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물 위로 다시 끄집어 올리며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물론, 배우들의 빈틈없는 열연이 정지영 감독과 관객 사이에서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킨다. 황준철은 실제 사건에 없는,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사건’에서 차용한 인물이다. 실제 사건과 다르지만, 이야기를 힘 있게 끌고 가기 위한 정지영 감독의 선택으로 탄생했다. 정지영 감독은 배우 설경구에게 중책을 맡겼고, 설경구는 그 믿음에 진정성 가득한 연기로 보답했다.

황준철과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우는 최우성 역은 유준상이 맡았다. 유준상 그간 작품에서 보여온 부드럽고 자상한 이미지를 완전히 지우고 얼굴만 봐도 분노가 저절로 치미는 악인으로 분했다. 진경은 사건의 유일한 피해자이자 목격자 ‘윤미숙’ 역을 맡아 호소력 짙은 연기로 공감대를 높인다. 허성태는 황준철을 믿고 따르는 유쾌한 매력의 후배 ‘박정규’로 분해 전체적인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해준다. 여기에 황준철의 가장 큰 지지자인 아내 ‘김경미’ 역을 맡은 염혜란은 생활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처럼 ‘소년들’은 ‘조작된 사건, 사라진 진실’이라는 포스터 카피처럼 모두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강력한 스토리에 정지영 감독과 베레랑 배우들의 뜨거운 진심을 담아 다시 한 번 대중의 마음을 흔들어놓을 예정이다. 

한편, ‘소년들’은 오는 11월 1일 개봉한다.

사진=CJ ENM

 

조정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