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바라는 사람들

바다를 바라는 사람들

바자 2023-10-07 00:30:00 신고

3줄요약
‘비단에 새긴 수’라는 뜻의 ‘수라’는 새만금에 남은 마지막 갯벌의 이름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사라져간 갯벌 중 마지막 남은 수라를 7년간 기록한 다큐멘터리 〈수라〉는 우리가 잘 몰랐던 갯벌의 경이로움을 스크린에 펼쳐 보인다. 새만금의 마지막 갯벌에 수라라는 이름을 지은 사람은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 단장. 갯벌이 매립되기 전 목격한 도요새 수만 마리의 군무를 잊지 못해 20대에 시작한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활동을 40대가 된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검은머리갈매기, 흰발농게 등 말라가는 갯벌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은 생명들을 카메라에 담는 그는 사람들이 다 죽었다고 해도 갯벌이라는 이름을 놓지 않으면 언젠가는 갯벌로 돌아간다고 굳게 믿는다. 
 
Q 새만금과 관련한 뉴스에 오동필 단장의 이름이 빼놓지 않고 등장한다.

A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을 통해 관련 대응을 계속 해나가고 있다. 새만금 수질을 측정하고 갯벌을 찾아오는 새를 기록하는 등 관련 모니터링도 진행하고 있다.

Q 다큐 〈수라〉가 개봉하고 나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새만금으로 향하고 있다. 표현할 어휘력이 부족하다 생각될 만큼 압도적인 수라의 풍경에 “영화를 보기만 해도 절로 환경 지킴이가 된다”고들 하더라. 사람들의 이런 관심이 피부로 와닿나?

A 갯벌에 관한 문제 인식이 갯벌을 지키기 위한 싸움으로 이어지는 것은 별개다. 많은 사람들이 새만금을 찾는 것과 싸움은 다르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독도는 우리 땅이다, 나무를 보호해야 된다, 물을 깨끗이 해야 된다는 건 다 안다. 하지만 이를 위한 실무적인 행정 절차나 법적인 영역은 사람들이 많이 ‘느낀다’고만 해서 진행되는 게 아니다. 행정 실무자들과 운동가들이 필요한 부분이다. 일시적인 흥행과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이 둘이 완전히 관련성이 없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각자의 생활이 있기 때문에 일시적인 방문이나 관심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걸 알고 있다. 현실과 희망의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희망은 있어야 한다. 영화가 잘돼야 희망적인 사람들이 많아질 테고 그 중에 실천하는 사람이 생겨날 테니까.

Q 지금도 새만금에 갯벌 탐방을 온다는 사람들이 있으면 아무리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 안내해준다 들었다. 실제 갯벌의 경이로움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 자연의 소중함을 몸소 느끼게 될 거란 생각으로 시간을 쪼개는 건가?

A 그런 측면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새만금을 방문하곤 있지만 자신들의 교육을 위한 프로그램 위주의 목적이 많다. 수많은 사람들이 새만금을 찾는데 왜 갯벌이 이렇게 망가져 있을까. 일시적인 탐방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재차 강조하지만 중요한 건 실제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조직화된 움직임이다. “제가 뭘 할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는 사람들도 많다. 일단 예비군 조직처럼 텔레그램방이든 카톡방이든 새만금 활동 관련한 그룹을 떠나지 않고 남아 지켜봐주는 것이 큰 힘이 된다. 그러면서 토론회에 참석하거나 일손이 필요하면 자원하는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살펴보고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아보면 좋겠다.

Q 20여 년 동안 새만금을 기록하고 있다. 환경을 지키는 데 있어 기록은 어떤 힘을 갖는다고 생각하나?

A 기록이라는 건 중요하다. 누군가 장난을 치더라도 그게 거짓말이라고 하려면 현장에 있어야 한다. 기록을 통해 증명해내고 이를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으니까. 새만금 사업을 홍보하는 광고를 보면 친환경과 조화로운 삶을 강조한다. 그 다음에 새가 날아다니는 그림을 넣는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매립과 준설이 계속되고 있다. 지역민을 위한 정책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새만금 개발청에 매년 어마어마한 예산이 내려온다. 계속 기록을 해나가야 하는 이유다.

Q 최근 가장 심각하게 여긴 문제점이 있나?

A 잼버리 얘기를 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희망과 정책은 달리 가고 있다. 희망을 보여주고 정책은 달리 가면서 잼버리를 열어 SOC 사업을 하겠다는 꼼수가 볶음밥처럼 버무려져 있다. 잼버리의 근본 취지에 걸맞게 장소와 시기, 방법을 고민하지 않고 이를 통해 새만금 매립의 SOC 사업을 원활하게 하게끔 이용하는 데 충실했다. 그러다 보니 농지관리기금을 편법으로 쓰게 됐고 여러 기관들이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 장소를 고집하게 된 것이다. 케이크를 선물하고 싶다면 케이크를 만드는 곳에 가서 사 오면 되는데 본인이 빵집을 만드는 격이다. 부안, 변산국립공원에 가보면 얼마나 좋은 장소들이 많은데. 전주 인근이나 완주에 자리한 산과 나무가 있고 강물이 흐르는 부지를 다 배제하고 일 년 전 매립한 장소에서 아이들과 함께 자연을 위한 캠프를 하겠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새만금신공항 사업의 경우도 잼버리에 많은 사람들을 실어나르겠다고 해서 예산을 받았다. 그런데 잼버리가 끝난 지가 언제인데 아직 첫 삽도 못 뜨고 있다. 신공항도 졸속으로 예타 면제를 했기 때문에 돈이 그렇게 많이 들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거다. 대기업들을 위한 사업을 하다 보니 결국 지역민들은 자연을 이용하지도 못하고 죽어가는 물고기만 쳐다보고 있다.

Q 우리의 일상에서도 그린워싱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린워싱의 거대한 버전이라고 보면 될까?

A 적절한 비유다. 기업들이 그린워싱을 잘 이용하지만 그나마 국가보단 낫다. 기업은 돈이 되지 않으면 자연을 훼손하고 싶어도 안 하니까. 국가나 공기업은 예산이 국가에서 내려오니 하면 안 되는 건데도 불구하고 한다. 새만금 문제가 바로 그렇다. 우리가 시간을 투자해 새만금을 들여다보겠다 했을 때 새만금 문제가 왜 이렇게 커졌는지, 황윤 감독이 왜 다큐 〈수라〉를 만들려고 했는지, 그리고 또 한쪽에서는 왜 신공항 반대를 하면서 수라의 갯벌을 보존하려고 하는지가 서서히 보이는 것이다.

 
Q 환경오염이나 갯벌을 떠올리면 지금도 문제지만 다음 세대에 대한 걱정이 더 크게 느껴진다.  

A 과거 새만금에는 거의 3천 척 이상의 배들이 있었다. 경제적 가치는 5천억~1조원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방이 막히면서 관련 산업이 모두 붕괴돼버렸다. 고기를 잡으려면 그물도 만들어야 하고 배도 팔아야 한다. 엔진도 수리해야 하고. 고기를 잡으면 손질해야 하고 냉동 창고도 필요하다. 2만 명가량의 수산업 관련 종사자들이 갈 곳을 잃게 됐다. 이게 어떻게 지역경제를 위하는 거냐. 말도 안 된다. 공장이 하나 들어와도 몇백 명밖에 취업 못한다. 새만금도 매립 공사를 그만두고 그나마 남아있는 갯벌이라도 해수 유통량을 늘려 지역 수산업을 복원해야 한다.

Q 수라의 아름다움은 다큐를 통해 봐도 말로 형용하기 힘들다. 실제로 보면 어느 정도로 경이로운가?

A 새만금은 지금 산소호흡기를 꽂고 있다. 산소호흡기를 꽂고 있는 환자한테 피부가 곱다, 예쁘다 말하기 어렵다. 지금 새만금은 겨우 생명만 부지하고 있다. 완전히 살아있는 갯벌에서 보이는 생물량의 100분의 1도 안 된다.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보았을 때 물이 들어오면 2년 정도면 다 복원이 된다. 물만 제대로 들어오면 충분히 복원될 수 있는 장소가 아직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있다. 수라 갯벌, 거전 갯벌, 해창 갯벌도 그렇다. 매립 정책이 빨리 중단돼야 한다.

Q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새만금 사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A 준설의 문제점을 잘 모를 것이다. 과거에는 외부에서 흙을 준설해 새만금에 부었는데 지금은 새만금 내부 호 안에서 모래를 준설해 매립한다. 하지만 새만금 호의 1m, 2m 되는 낮은 수심이 굉장히 중요하다. 조개나 꽃게, 장대, 새우 같은 생물들이 낮은 수심의 모래 바닥에 산란을 한다. 그런데 봄철에 자라다 늦봄이 되면 다 폐사해버린다. 우리가 수질 문제를 얘기할 때 대부분 COD를 얘기하지만 COD는 유기물 양을 수치상으로 보여주는 지표일 뿐이다. 더 중요한 건 그 안에 생물이 살 수 있느냐의 여부다. 새만금 수질 문제를 얘기할 때 직접적으로 생물이 살 수 있는 기준인 용존산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다.

Q 용존산소가 왜 중요한가?

A 수질 조사를 해보면 바닥이 다 썩어 있다. 단지 며칠 동안 바닷물이 안 들어와서가 아니라 거의 일 년 내내 물이 들어오지 않아 썩고 있는 것이다. 수질은 인간이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하는 것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갑자기 산소를 다 빼버리면 우리는 몇 분이나 살 수 있을까. 3분도 못 살고 다 죽을 것이다. 용존산소는 살아가는 생물들에게 중요한 핵심 요소다.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수질이 좋다 나쁘다 하는 COD만 얘기하는 것이 맞지 않다. 표면과 가까운 표층수는 대부분 민물이다. 표층수 아래는 밀도가 높은 해수가 차지하는데 밀도가 낮은 밀물과 그 아래 있는 해수는 서로 섞이지 않는다. 연안 습지는 다 이런 형태다. 연안 습지에 관해 일반 사람들이 잘 모르다 보니 그냥 섞이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마찬가지로 산소도 표층에서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다. 그럼 아래쪽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산소를 다 소모해버린다. 산소가 있어야만 살 수 있는 호기성 미생물도 산소가 없는 상태가 돼 유기물로 남는다. 유기물은 그 상태로 남아 새 물이 들어오면 또 산소를 빨리 없애고. 계속 반복된다. 핵심은 용존산소인데 환경부는 표층과 저층의 평균만 낸다. 표층이 12ppm, 저층에서 1ppm이 나왔다 치자. 평균을 내면 생물이 살아가는 데 문제가 없는 수치인 6.5ppm이 나온다. 그렇게 사람들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Q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져보라 말하고 싶나?

A 결국 ‘나의 수라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나의 수라가 동네 놀이터라고 해보자. 살고 있는 아파트 뒤에 있는 거대한 나무가 말도 안 되는 민원에 잘릴 수도 있다. 관리사무소에서 나뭇잎을 쓸기 귀찮다든가 하는 갖가지 이유로 나무를 자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나의 수라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주변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문제점을 찬찬히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프리랜스 에디터/ 김희성 사진/ 다큐 <수라> 스틸컷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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