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양동근은 '본인이 그런 걸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가장의 삶을 노래한다고 했다

Part1. 양동근은 '본인이 그런 걸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가장의 삶을 노래한다고 했다

에스콰이어 2023-09-25 20:00:00 신고

3줄요약

후드 지방시. 이어커프 포트레이트 리포트.

후드 지방시. 이어커프 포트레이트 리포트.


화보 촬영 중에 춤 같은 걸 요청드려도 될지 물었더니 소속사에서 그러더라고요. “아마 안 시켜도 먼저 추실 거”라고.
(웃음) 이 정도면 안 한 거예요. 시안 보니까 좀 정적인 느낌인 것 같아서요. 이건 춤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 그냥 움직임이죠. 흐름에 몸을 맡기는 정도.
동근 씨 인스타그램만 봐도 본인이 나오는 게시물에서는 대부분 춤을 추고 있어요.
요즘 SNS 보면 다들 춤 많이 추잖아요. 저는 사실 그런 데에 큰 관심이 없고 ‘많이들 하니까 나는 안 해야겠다’ 하는 생각까지 있었거든요. 그래도 워낙 많이들 권유해서 시도는 해보는데, 하다 보니까 생각이 나더라고요. 제가 춤을 너무 좋아했다는 게. ‘그래, 그게 나였지.’ ‘대화로 뭔가를 이야기하기보다는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쪽의 사람이었지.’ 결혼하고 가장이 되면서 어느새 그걸 다 잊고 살았던 거죠. SNS가 저한테는 정말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연세 지긋하신데도 창피해하지 않고 춤을 추는 분들이나 젊은이들이 정말 즐겁게 춤을 추는 모습에서 감명을 많이 받았어요.
지금 양동근의 춤은 전성기 양동근의 몇 퍼센트 정도나 될까요?
한 7퍼센트?
(웃음) 백분율이 맞는 거죠?
네, 100 중의 7이요. 제 입으로 하기엔 민망한 얘기지만, 그때는 제가 무대에 오를 차례가 되면 댄서들이 다들 제 춤을 보러 나왔다는 얘기도 들었거든요.(웃음) ‘구리구리’ 같은 캐릭터를 하던 배우가 춤을 춘다는 의외성 때문에 궁금한 부분도 있었겠죠. 그런데 이제 그렇게는 안 돼요. 일단 몸이 그 시절을 못 따라가고 애들, 개들, 집을 보살펴야 하니까 그때만큼 몰두할 수도 없죠. 옛날에는 매일 몇 시간씩 춤만 췄으니까. 그런데 오히려 춤을 대하는 게 더 편해진 것 같기도 해요. 100%를 보여주는 게 목표가 아니게 됐잖아요. 춤을 즐길 수 있게 됐죠.
예전에도 춤을 즐기셨겠지만 좀 다른 느낌의 즐거움이 됐군요.
예전에는 즐겼다기보다 음… (표현을 고르다가) 그냥 숨 쉬듯이 했어요. 춤으로만 살아 있는 걸 느끼고 춤으로만 감정 해소를 했던 것 같아요. 눈 떠서 감을 때까지 계속 춤이었죠. 얼마나 춰댔는지 벌써 20대 중반에 몸에 문제가 생길 정도였거든요. 측만이 와서 의사가 더 이상 춤추지 말래요. 그래서 이제 행사 같은 걸 가도 춤추는 노래가 아니라 랩 곡 위주로 하고. 그러면서 계속 재활 치료를 했죠.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야기예요.
YDG(양동근의 랩 네임)의 음악이 댄서블한 ‘랩 뮤직’에서 점점 ‘힙합’을 추구하는 느낌으로 변해간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속사정이 숨어 있었군요.
그 부분도 맞아요. 드렁큰 타이거 멤버였던 디제이 샤인 형이 한번은 저한테 그런 말을 했거든요. “힙합은 춤추는 거 아니야.” 그래서 그때부터 춤을 안 췄죠. 저는 너무 힙합이고 싶었으니까요. 좋아해서 그 음악을 하고는 있지만 사실 그때는 내가 하는 게 힙합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또 시간 지나고 보니까, 내가 얼마나 힙합을 좋아하든 그냥 제가 잘하고 좋아하는 걸 하면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춤추는 힙합 음악을 하기도 하고. 그렇게 된 거죠.
아역 때부터 배우로 활동하다가 2001년에 래퍼 YDG로 첫 앨범을 내셨죠. 당시에 래퍼들이 엄청나게 ‘샤라웃’을 했는데, 사실 사람들은 동근 씨 랩이 잘하는 건지 어떤 건지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국내에 빠르고 타격감 있는 랩이 대부분이었으니까요.
(웃음) 맞아요. 당시에 그런 얘기 많이 들었죠. 그래도 저는 그때 외국 음악을 많이 듣고 있었고, 외국어로 하는 그 느낌을 우리 식으로 녹여내려는 노력을 꽤 했어요. 그게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는 좀 생소할 수 있었겠죠. 그래도 이제 10년, 20년 지나서 제 랩에 대한 ‘리스펙’을 표현해주는 분들이 많으니까 그게 저에게는 엄청나게 위안이 돼요. 애들 다 재운 다음에 휴대폰으로 그런 댓글들을 보면서 버틴 것 같아요. 그러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찾고, 이렇게 다시 지금까지 오게 된 거죠.

재킷, 팬츠, 슈즈 모두 질 샌더. 펄 네크리스, 링 모두 벨앤누보. 키 체인으로 활용한 네크리스 포트레이트 리포트. 이너 톱, 실버 체인 네크리스, 골드 체인 네크리스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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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뮤지션의 음악을 제일 많이 들었어요?
스눕독, 닥터 드레, 피프티 센트… 뭐 닥치는 대로 들었어요. 10대 때는 춤이었고 20대 때는 음악이었죠. 정말 CD를 어마어마하게 샀으니까. 그래서 스눕독 많이 따라 했어요. 피프티 센트도 많이 따라 했고.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표현하면 어떨까요?
제 생각에는 따라 한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제 지난 앨범들을 못 들어요. 1집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 뒤의 몇 개는 피프티 센트 느낌이 강했고. 그때는 몰랐죠. 그냥 그런 느낌을 내야 그 음악을 한다고 여겼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고 이제야 제 자신 안에서 솔직하게 인정하게 되는 거예요. 그건 따라 한 거라고. 무분별하게 흡수하고 뱉어내는 시기였던 거죠. 그래서 이제는 곡 작업을 할 때 기본에 충실하게 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해요.
그래도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YDG의 존재를 유의미하게 짚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말하듯이 노래를 한다’는 한국어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되기도 하고, 래퍼들뿐만 아니라 장기하 씨 같은 다른 장르의 뮤지션까지도 YDG의 영향력을 얘기하고요.
그렇게 콕 집어 말씀해주시니까 큰 위로가 되네요. 너무 감사하고. 사실 저도 음악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이게 제 입으로 이야기하려니까 쑥스러운데.(웃음) 저도 장기하 씨가 어떻게 보면 제 바통을 이어받아 자기만의 스타일을 개척하고 뻗어나가는 모습에 박수와 응원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런데 그런 표현을 하면 숟가락을 얹는 꼴이 되잖아요. 제 성격이 그렇게는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시도를 한 게 제가 처음이 아니라, 저도 분명 어디선가 영향을 받았을 테고요. 그래도 중요한 건 기자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거예요. 제가 그동안 살아온 세월을 다 보상받는 느낌이에요.
딱 자신이 아는 삶을 말한다는 점도 래퍼 YDG가 가진 멋 중 하나죠. 20대 때는 그 나이대의 즐거움과 괴로움을 말하다가, 최근에 피처링으로 참여하는 곡들에서는 늘 가장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해당 곡의 주제가 뭐든 간에 동근 씨 파트의 가사는 가장, 아빠 양동근의 삶과 연결되어 있죠.
제가 사실 힙합을 관두려고 했어요. 애를 낳았을 때. 제가 했던 노래들을 애가 들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가치 판단이 완전히 뒤집히는 거예요. ‘내가 왜 그런 똥들을 싸놓았지?’ 그런데 그런 이유로 한 발짝 뒤에 물러서 있으니까, 조금씩 다시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힙합이 뭔지, 랩이 뭔지. 그래 힙합은 삶이지. 거기까지 생각이 닿으니까 우리 선배 중에 이런 삶을 보여준 사람이 없어요. 젊었을 때 우리가 외국 힙합을 엄청나게 듣고 어떻게 음악을 해야 하는지는 알았지만 래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는 소스가 부족했던 거죠. 그래서 그냥 제가 생각하는 걸 얘기하기로 한 거예요. 젊은 친구들이 지금 당장은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하겠지 하고요.
저는 결혼하고 애 낳아본 적도 없는데 동근 씨의 그런 가사들이 너무 멋있던데요.
뭐, 나름 자신도 있었어요. ‘너 늙어봤냐? 난 젊어봤다’ 하고.(웃음)



EDITOR 오성윤 PHOTOGRAPHER HYEA W. KANG STYLIST 박선용 HAIR & MAKEUP 김환 ASSISTANT 송채연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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