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눈 돌린 농협은행, 치솟는 연체율에 건전성 위기

기업대출 눈 돌린 농협은행, 치솟는 연체율에 건전성 위기

르데스크 2023-09-25 15:40: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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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은행의 연체율과 부실채권 비율이 치솟으면서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기업금융을 강조한 이석용 행장은 취임 이후 기업대출 확대에 주력했는데, 수익에만 치중하다보니 정작 중요한 건전성 관리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농협은행]

 

농협은행의 연체율과 부실채권 비율이 치솟으면서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 건전성 악화의 원인으로는 기업대출이 지목됐다. 기업금융을 강조한 이석용 행장은 취임 이후 기업대출 확대에 주력했는데, 수익에만 치중하다보니 정작 중요한 건전성 관리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금리와 경기침체 여파로 당분간 연체율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무리한 기업대출 자산 확대가 자칫 부실 폭탄으로 이어질 거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농협은행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금융 강화에 나서고 있는데, 벌어들인 돈으로 빚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늘고 있어서다.

 

농협은행의 올해 상반기 연체율은 0.35%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0.17%p 오른 수치다. 5대 시중은행 중에서 연체율이 0.30%를 돌파한 건 농협은행이 유일하다. 농협은행을 제외한 5대 시중은행(하나·KB국민·신한·우리)도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연체율이 오르긴 했지만 대부분 0.23~0.29% 수준인 것과 대비된다.

 

건전성 악화 정도를 엿볼 수 있는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5대 은행 중 농협은행이 가장 높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을 말한다. 농협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29%로 전년 동기 대비 0.07%p 올랐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24%에서 0.21%로 오히려 0.03%p 낮아졌다.

 

올해 상반기 농협은행의 총여신 규모는 293조3490억원이다. 시중은행 중 여신 규모가 가장 적다. 통상 여신 규모가 늘어날수록 건전성 관리가 힘들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농협은행의 경우 여신 규모에 비해 건전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은행의 건전성을 악화시킨 주범으로는 기업대출이 지목된다. 농협은행은 올 들어 가계대출은 줄이고 기업대출은 늘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업여신 규모는 153조85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조7828억원 늘어난 반면 가계여신은 전년 동기 대비 4조1657억원 감소한 130조5282억원이다.

 

가계대출 부실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각종 규제를 내놓자 수익 확보를 위해 가계에서 기업대출로 눈을 놀린 결과로 분석된다. 문제는 기업대출을 늘리면서 연체율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점이다. 상반기 농협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45%로 지난해 상반기(0.22%)와 비교해 무려 0.23%p나 오르면서 전체 연체율을 끌어 올렸다.

 

기업금융 강조한 이석용 행장, 건전성 관리 대책 마련 시급

 

▲ [그래픽=김진완] ⓒ르데스크

 

시중은행이 기업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농협은행이 유독 건전성 관리에 부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기업여신 규모를 가장 큰 폭으로 늘리고 있는 곳은 하나은행이다. 올해 상반기 200조6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했지만 기업대출 연체율은 0.11%p 오른데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농협은행이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무리한 영업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석용 행장이 취임 이후 농협은행의 중점 경영전략으로 중소기업 금융을 강조하다보니 영업현장에서 기업대출 실적을 쌓기 위해 대출의 질보단 양을 우선하다보니 건전성이 악화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 행장은 올해 1월 취임 이후부터 기업 대출 확대를 강조해왔다. 취임 직후 충북 청주에 있는 중소기업을 방문한 데 이어 2월과 4월 5월에도 경기도 용인부터 전라북도 전주시,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있는 중소기업을 찾는 등 대내외적으로도 중소기업 금융 강화를 강조해왔다.

 

이 행장의 경영 방침은 농협은행이 중소기업 특화 금융상품 출시에 이어 중소기업 금융지원에서도 엿볼 수 있다. 취임과 동시에 중소기업에 이자를 지원하는 금융지원책을 시행했고, 농식품업종 중소 영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우대금리를 0.3%로 늘렸다. 중소기업 연체 차주에겐 연체 가산금리를 최대 3%p 이내에서 감면해주기도 했다.

 

중소기업을 공략하기 위해 신용보증기금과 손잡고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핵심전략산업 영위기업 및 경영혁신형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금융지원에 나선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특별출연금 120억원 등 총 6400억원의 협약보증대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지난 7월에는 강남에 기업금융특화 점포도 열었다. 기존에 있던 선릉금융센터를 강남구 테헤란로 코레이트타워로 이전해 기업금융전문센터로 재단장했다. 17명의 기업 여·수신 전문인력을 갖추고 기업금융에 집중한다는 게 이 행장의 복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농협은행이 기업금융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건전성 관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이 앞다퉈 기업대출 확대에 뛰어드는 상황인 만큼 공격적인 영업 경쟁이 자칫 부실대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건전성 악화는 대손충당금 확대로 이어져 수익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수익보단 건전성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농협은행은 정교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겠단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화되는 시점에 리스크관리를 위해 견고한 리스크관리 체계를 구축할 것이다"며 "경기상황을 상시 점검해 위험요소를 차단하고, 시나리오 분석에 따른 포트폴리오 분산을 통해 위기상황에 적극 대응할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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