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금융권 횡령, 디지털 내부통제 기술이 잡을까

계속되는 금융권 횡령, 디지털 내부통제 기술이 잡을까

한스경제 2023-09-22 08:01: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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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2일 금융협회장 간담회에서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 /금융위원회
지난 6월 22일 금융협회장 간담회에서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 /금융위원회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횡령을 포함, 계속되는 금융사고에 금융권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다각적인 방지 대책 마련이 절실하게 요구되면서,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내부통제 기술, 소위 ‘레그테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레그테크는 규제(Regulation)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이는 내부통제 절차가 복잡해지고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업무량의 증가로 인해 소수의 인력으로 챙기지 못한 영역을 디지털 기술의 힘을 빌어 빠르고 정확하게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보조하는 기술을 가리킨다.

레그테크는 생소한 개념이 아니다. 이미 국내 금융권에선 지난 2018년~2020년 사이 다양한 측면에서 여러 시스템이 도입돼 운영되고 있다.

신한은행이 2018년 가장 발빠르게 레그테크 시스템을 도입했다. 정보보호 관리체계와 현장점검 업무를 전산화한 시스템이다. 이후 자금세탁 위험도 측정모델, 이상행동 탐지 ATM 등을 뒤이어 선보였다.

하나은행은 자금세탁방지(AML) 업무에 있어서 의심거래보고(STR) 부문을 2019년 고도화했다. 또한 국외 AML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의 업그레이드도 2020년 완료했다. 특히 올해 3월에는 뱅킹 앱에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을 탑재했다.

우리은행은 2019년 AI 기반 이상거래 탐지시스템을 선보였다. 2020년에는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 △글로벌 통합 AML 시스템 △불완전판매 적발 시스템도 개발했다. 수출입 선적서류 심사 검토 업무에 AI 기술을 적용한 것 역시 성과다.

KB국민은행도 2020년 영업점 내부통제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AML 업무 지원 챗봇을 론칭했고, 2021년엔 스마트 시재관리기 시스템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레그테크 기술에 대한 실효성의 관건은 기존 시스템을 주기적으로 고도화하는 동시에 업무별로 특화할 필요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업무현장과 연계성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은 시스템은 결국 구식 기술이 적용돼 있는 것이며, 빅데이터가 산재된 상태에선 오히려 업무 혼선과 비효율을 가져올 수 있다. 기술 동향의 지속적인 팔로우 업과 함께 최신 기술로 시스템을 고도화하며 정기적으로 DB를 정비하는 등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여신과 상품판매 등, 리스크 발생 우려와 대고객 피해가 큰 영업업무는 일선의 업무에 특화된 시스템을 추가하거나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현업 부서와 관리·준법 부서 간 협업이 필요한 내부통제 프로세스인 만큼, 이를 실효성 있게 정비하기 위해선 관련 부서가 규제준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공동작업 시스템과 AI 툴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내부통제의 실패로 인한 리스크는 막대하다. 다른 부분은 차치하고 순전히 각 사고 금융사의 입장에서만 이야기한다 해도, 규제 비용 증가나 평판 하락 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지난 2020년 미국의 주요 금융회사에 내부통제 실패에 따른 규제 위반으로 부과된 벌금만 해도 142억 1000만달러, 약 1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골드만삭스는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62억 5000만달러의 벌금이 부과됐으며 웰스파고는 가상계좌 무단 개설로 30억달러의 벌금이, JP 모간체이스는 시장 조작 등으로 11억 6000만달러의 벌금이 부과된 게 주요 사례다. 우리 시중은행들이 다양한 레그테크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하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린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의 김혜선 연구원이 정리한 ‘디지털 내부통제 체계 사례’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금융회사들이 레그테크 도입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크게 △대용량 데이터의 신속한 처리 △인적오류 방지 △프로세스 효율화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용량 데이터의 신속한 처리가 왜 중요하냐 하면 AML 시스템에 적용된 레그테크 기술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는 무수하게 많은 금융거래 데이터에서 의심거래를 빠르게 포착해 필터링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담당 직원은 절약된 시간을 분석업무에 더 쓸 수 있다. 레그테크 기술을 통해 의심거래로 판별된 거래의 고객 신원, 과거 재무행동 등을 확인하고 당국에 보고하는 등의 업무다.

과거에 비해 거래량이 더욱 늘어나고, 범죄수법도 교묘해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AML 시스템 역시 개선의 필요가 크다. 기존의 AML 시스템은 거액의 현금이나 외환거래, 반복 거래 등 특정 조건에 해당하는 거래를 의심거래로 간주하는 규칙으로 작동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신종 자금세탁 방식이 등장하면서 거짓 정보로 인한 위양성(False Positive) 오류가 자주 발생할 수 있다. 마치 코로나 팬데믹 초기 양성 진단키트의 정확성이 떨어져 많은 이들이 보다 정밀한 검사가 필요했던 점을 연상하면 이해할 수 다. 금융범죄가 아닌 거래가 의심거래로 판단되는 사례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결국 불필요한 조사에 공수(工手)가 드는 셈이다.

분석에 필요한 자료가 여러 시스템에 산재되어 있는 경우, 여기에 드는 시간과 인력이 더욱 가중된다.

지난 2019년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이 AML 플랫폼 ‘CRUISE’를 대대적으로 정비한 것도 이와 같은 것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머신러닝과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우선순위 모델 도입 △분석결과 시각화 △통합 DB 구축 등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성능을 높였다. 결과적으로 동일 시간동안 분석 가능한 의심거래량이 약 33% 늘었다.

2016년 JP모건은 대출계약서 검토 과정에서 인적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AI 계약서 검토 소프트웨어인 ‘COiN’을 도입했다. 대출 사고의 약 80%가 계약 해석 오류로 인한 것을 고려하면 문서 검토의 정확도를 제고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계약서 검토는 대출 최종 승인 전 은행 법무팀이 대출 조건이 정당하며 잠재 리스크가 없는지 확인하는 단계인데, 정밀한 작업이 ‘반복’되는 업무 특성상 인적 오류가 발생하기 쉬운 작업으로 평가된다.

사람이라면 실수할 수 있는 부분을 소프트웨어는 머신러닝으로 학습된 자연어 처리와 이미지 인식 기술 등을 활용해 주요 부분을 선별해 빠짐없이 검토가 가능하다. 금리변동이라든지 담보물 설정 조건 등 중요한 대출 조건을 빠뜨리지 않고 검토가 가능하다.

이러한 시스템은 업무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2022년 피델리티 인베스트먼츠가 AI 기반 마케팅 컴플라이언스 플랫폼인 ‘Saifr’를 출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광고 심의 절차를 효율화하는 솔루션이다. 광고 심의는 다양한 부서의 참여가 필요해 피드백 절차가 길며, 최근에는 특히 소비자보호 강화와 광고 채널로서 소셜미디어 이용증가로 규제가 복잡해지면서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업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21년 미국의 투자자문협회에 등록된 35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선 58%가 ‘광고 규칙’을 가장 중대한 컴플라이언스 문제로 선정했다.

실무적인 차원에서는 마케팅·준법·법무·상품 제작팀 등의 다양한 부서가 이메일 등으로 광고 콘텐츠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과정에서 결국 의견조율에 시간이 걸리며, 최종 오케이 파일이 혼동될 수 있는 일차원적 문제의 우려도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플랫폼 역시 자연어처리 기술이 활용된다. AI가 각 광고 콘텐츠에 부적합한 표현 등이 있는지를 판단하고, 그 이유와 함께 대체 표현까지 제시하면서 기초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특히 해당 시스템에는 마케팅과 컴플라이언스 부서가 지난 15년 동안 작업한 수백만 건의 문서를 학습시켜서 더욱 독자적인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텍스트 정보만이 아니라, 이미지나 비디오 등 다양한 형식의 광고 콘텐츠에 대한 해석이 가능하다.

열 명이 도둑 한 명 못 막는다는 말처럼, 철옹성 같은 내부통제 시스템도 내부의 모럴헤저드로 균열이 생길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얼마나 실효성 있는 통제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이슈는 별개의 일이다. 무엇보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업무효율성까지 일석이조를 노릴 수 있는 레그테크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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