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도 '50년 주담대' 판매중단

[아시아타임즈=신도 기자]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중단키로 하면서 보험업계에서 해당 상품 취급을 사실상 중단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건전성을 이유로 규제 압박에 나선 탓이다. 이에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관치금융이라며 볼멘소리도 나온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중단키로 하면서 보험업계에서 해당 상품 취급을 사실상 중단했다. (사진=연합뉴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4일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의 취급을 중단했다. 지난달 7일 선보인 상품으로 1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사실상 전면 중단 상태를 맞은 것이다. 기존에 취급했던 40년 만기 주담대는 그대로 유지한다.

앞서 한화생명도 지난 1일부터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연령 제한 등을 이유로 수요가 없어 판매를 중지했다는 이유지만, 실제로는 금융당국의 압박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최근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가운데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많이 판매한 곳을 상대로 가계대출 관련 회의를 열고 DSR 만기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언급했다. 해당 개정안은 50년 주담대 만기는 유지하되, DSR 산정 때 만기를 40년으로 간주하도록 규정을 개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경우 DSR 산정 과정에서 연 대출 상환액이 늘어나 대출한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사실상 대출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당시 회의에서는 다주택자 대출, 집단대출과 관련해서도 금융당국에서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출 관리가 느슨해진 부분이 있는 만큼 금융감독원을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대출잔액 경감을 위한 방안을 수립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황이다.

결국 한화생명을 시작으로 삼성생명과 삼생화재도 상품을 중단하면서 보험업계에서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은 사라졌다. 상품 출시를 계획했던 보험사도 검토를 그만둘 것으로 점쳐진다.

보험업계는 금융당국이 지난 6월 기준 만기별 주담대 잔액 현황과 신규 취급액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현황과 50년 만기 주담대 취급 계획 등 관련 자료를 지속적으로 요구한 상황이라 예견된 수순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관치 수준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들어서 보험사의 상품이나 행태에 대해 금융당국이 지적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신상품을 내거나 서비스를 운영하기 껄끄럽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시행하는 상생금융이나 지난 1일부로 단행된 운전자·어린이·단기납종신보험 등 상품 개정, 그리고 이번 50년 만기 주담대 사례 등 금융당국 차원에서 보험 판매나 사업에 영향이 큰 분야에 대한 통제나 규제가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생금융의 경우 현재 한화생명만 참여하고 관련 상품을 내놓은 상황인데, 이후 비슷하게 보험상품을 내놓는 방식으로 참여해야 하는지 여부를 두고 보험업계에서도 고민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담대의 경우에는 현 정부에서 청년층 내집 마련을 위해 필요하다는 취지가 있어서 내놨던 상품이었는데 도리어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이 됐다"며 "해당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한 것은 다른 업권인데, 괜히 보험사만 도매금으로 지적받았다는 언급이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