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그 참을 수 없는 욕망. 어디서부터 시작된걸까?

속도, 그 참을 수 없는 욕망. 어디서부터 시작된걸까?

맥스큐 2023-08-25 19:00:00 신고

왜일까? 인간은 끊임없이 속도에 도전해왔다. 두 다리로 달리기 실력을 겨루기 시작했고 말을 타고도 누가 더 빠른지 자웅을 다퉜다. 자동차가 개발된 이후 속도에대한 욕망은 자동차로 넘어갔다. 일정한 코스를 자동차로 누가 더 빠르게 달리는지를 겨루는 모터스포츠는 1894년 처음 열렸다. 세계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이 대중에 처음 판매되기 시작한 게 1886년이니까 이로부터 딱 8년 후 모터스포츠가 시작됐다.

 

최초의 모터스포츠

TOTAL 헬스N피트니스 미디어-맥스큐 2019년 03월호(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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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4년이면 우리나라에선 고종 31년이다. 조선이 막바지로 치닫던 갑오년이다. 동학농민운동이 벌어지고 갑오개혁이 시작되던 바로 그해 7월 22일 프랑스에서는 세계 최초의 모터스포츠가 개최됐다. 파리와 루앙을 왕복하는 126㎞ 코스를 달렸다. 총 102대가 참가했지만 완주한 건 21대에 불과했다. 가장 빨리 결승점에 도착한 건 쥘 알베르 드 디옹이었다. 직접 제작한 증기기관 자동차로 6시간 48분 만에 완주했다. 시속으로 따지면 18.66㎞다. 지난 9월 16일 2시간 1분 39초라는 마라톤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 선수의 당시 평균 속도가 시속 20.9㎞였다.드 디옹의 증기기관차와 42.195㎞를 달리는 경쟁을 했다면 킵초게 선수가 이겼을 법한 기록이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모터스포츠 우승자로 역사에 남은 건 알베르 레미트레가 운전한 푸조의 타입-7이다. 당시는 실질적인 경주보다는 실험적인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기록은 물론 승차감과 안정성, 연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우승자를 가렸다. 타입-7은 다임러가 만든 가솔린 엔진으로 바퀴를 굴렸다. 증기관차로는 가솔린차의 승차감과 안정성 등을 이겨내지 못했다.

 

가장 빠른 옛날 전기차

TOTAL 헬스N피트니스 미디어-맥스큐 2019년 03월호(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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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장토라는 자동차 제조사에서 만든 듀크는 가장 처음 ‘세상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라는 공식 인증을 받은 차는 전기차다. 1898년 12월 18일 작성된 기록인데, 시속 63.15㎞로 인류 최초의 기록을 남겼다. 당시 인증한 기관은 1895년 설립된 프랑스 자동차 클럽이다. 최초의 자동차 경주에서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했던 드디옹이 설립한 단체다. 참고로 그는 파리모터쇼의 공동 설립자이며 현재 스마트 포투와 포포 등에 쓰이는 드디옹 서스펜션 개발자이기도 하다. 한편 국제자동차연맹(FIA)은 1904년 6월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결성됐다. 이후 세계 최고속도 자동차 기록은 전기차가 연속으로 5번이나 갈아 치웠다. 처음으로 시속 100㎞를 돌파한 것도 전기차로, 라 자메 콩탕트(La Jamais Contente)라는 모델이었다. 오직 속도 기록만을 위해 만들어진 최초의 자동차다. 앞뒤에 뾰족한 원뿔이 달린 짧은 원기둥 아래 바퀴 네 개가 달려 있는 모습이다. 운전자의 상체는 차체 밖으로 불쑥 올라온다. 참고로 라 자메 콩탕트는 우리말로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증기기관의 폭주

TOTAL 헬스N피트니스 미디어-맥스큐 2019년 03월호(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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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를 처음 제친 건 1902년이었다. 내연기관차일까? 아니다. 증기기관 자동차다. 지금 생각하면 증기기관차라니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20세기 초까지 증기기관 차는 대중형 승용차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퀴뇨의 증기기관차를 떠올릴 필요도, 석탄을 태우는 증기기관 열차의 초대형 보일러를 생각할 필요도 없다. 초기 자동차는 대부분 마차를 기본 형태로 삼아 만들었기 때문에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자동차와 형태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일러가 보닛 쪽에 들어가 있었고 경유를 태워 물을 끓였다. 물론 보일러와 물 때문에 무게가 많이 나갔고 무게중심도 보일러 쪽으로 많이 쏠려 있었다. 안정적으로 달리기 쉽지 않은 구조였다.
하지만 가드너 세흐폴레에서 만든 증기기관차 오프드파퀴에는 끝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시속 120.8㎞. 인류가 지상에서 처음으로 시속 100㎞를 돌파하고 난 뒤 3년이 지난 1902년 4월 13일 벌어진일이다. 부활절 달걀이란 뜻의 자동차 이름이 속도를 향한 열정에 행운이 깃들게 한 건 아닐까?

 

내연기관의 등장

TOTAL 헬스N피트니스 미디어-맥스큐 2019년 03월호(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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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을 품은 차가 세상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 지위에 오른 건 ‘부활절 달걀’의신기록이 작성되고 딱 4개월 만이었다. 1902년 8월 5일 모흐가 만든 제드라는 차였다. 역시 프랑스에서 만들었다. 1903년까지 나온 기록은 모두 프랑스에서 만든 차들이 갈아 치웠다. 프랑스를 처음 꺾은 나라는 미국이었다. 포드가 만든 999라는 경주용 차가 시속 136㎞를 기록하며 세상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가 됐다. 당시 이 차를 운전한 사람은 헨리 포드다. 의외라 생각하겠지만 사실이다. 포드를 설립한 그 헨리 포드다. 시속 136㎞는 주행거리를 1㎞로 제한했을 때의 속도다. 1마일, 즉 1.609㎞까지 주행거리를 늘리면 999의 최고속도는 시속 147.05㎞까지 올라갔다.

 

열차를 제치다

TOTAL 헬스N피트니스 미디어-맥스큐 2019년 03월호(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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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시속 200㎞를 넘어선 건 1906년의 일이다. 미국 스탠리에서 만든 로켓이란 자동차가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해변에서 시속 205.44㎞를 기록했다. 1906년 당시 시속 200㎞라면 대중은 정말 이름처럼 쏘아 올려 날아가는 느낌을 받았을 듯하다. 스탠리 로켓이 작성한 기록은 최초의 시속 200㎞ 돌파에 그치지 않았다. 자동차가 열차의 속도를 넘어선 것도 이때가 처음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열차는 정규 운행 열차를 말한다. 더불어 시속 205.44㎞는 2009년까지 증기기관 자동차가 기록한 가장 빠른 속도였다.

 

내연기관의 한계는 어디?

내연기관, 흔히 말하는 엔진으로 세계를 제패한 마지막 기록은 1960년에 세워졌다. 9월 9일 챌린저Ⅰ라는 차가 미국 보너빌 소금사막에서 654.56㎞를 기록했다. 슈퍼차저가 더해진 GM의 V8 엔진이 들어갔다. 5년 뒤 이 기록이 깨졌는데 터보차저나 슈퍼차저 같은 과급기를 더한 엔진이 아니었다. 자연흡기 엔진을 품은 골든로드가 기록 경신의 주인공이었다.
골든로드는 1965년 11월 12일 미국 보너빌 소금사막에 올라섰다. 드라이버로 밥 서머스가 나섰다. 골든로드는 오직 기록 경신을 위해 만들어졌다. 마치 날개 잃은 전투기처럼 낮고 가늘며 길게뻗었다. 공기저항계수는 Cd=0.1165. 이로 인해 골든로드는 사상 가장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기록한 차에도 한동안 이름을 올려놓았다.일반적인 승용차가 Cd=0.30 안팎 수준인 걸 생각하면 정말 반도 안 되는 수치다. 기다란 보닛 아래 숨어든 크라이슬러의 V8 헤미 엔진은 2400마력을 뿜어냈다. 골든로드는 1마일을 달렸다. 속도계는 시속 658.526㎞를 나타냈다. 가장 빠른 자연흡기 엔진 자동차가 탄생한 순간이다. 골든로드는 2010년 9월 21일 스피리트 오브 레트가 시속 666.777㎞를 기록하기 전까지 무려 44년 10개월 12일 동안 가장 빠른 자연흡기 자동차라는 영광을 안고 있었다.

 

제트엔진 시대
골든로드는 아쉽게도 모든 자동차의 꼭대기에 올라설 수 없었다. 1964년 10월 2일윙풋 익스프레스가 비행기에나 쓰이는 제트엔진을 장착하고 시속 665㎞를 달성했기 때문이었다. 이후에는 모두 제트엔진을 붙이고 비행기처럼 수직 꼬리날개를 단 차들이 지상의 속도를 지배했다. 제트엔진 시대가 활짝 열린 셈이다. 제트엔진은 속도계가 올라가는 속도를 마치 날아가는 속도처럼끌어올렸다. 시속 700㎞의 벽을 처음 허문 건 1964년 10월 13일이었다. 스피리트 오브 아메리카가 시속 754.330㎞를 찍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이 이틀 뒤 벌어졌다. 같은 차를 같은 드라이버 크레이그 브리드러브가 몰았는데 시속 846.961㎞까지 기록을 끌어올렸다. 엄청난 시험주행에 이어진 역사적인 ‘하드 캐리’, 아니 ‘스피드 캐리’가 눈앞에서 펼쳐졌다. 하지만 이 기록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12일 뒤인 1964년 10월 27일 아트 아퐁스의 그린 몬스터가 시속 863.751㎞로 기록을 갈아 치웠다. 1년 뒤인 1965년 11월 2일 크레이그 브리드러브가 스피리트 오브 아메리카-소닉1으로 시속 893.666㎞까지 내달리며 복수하는 듯했지만 겨우 5일 뒤인 11월 7일 아트 아퐁스는 다시 그린 몬스터로 시속 927.872㎞를 기록하며 크레이그 브리드러브를 멋쩍게 했다.
하지만 크레이그 브리드러브는 1년 전 일을 잊지 않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딱 8일 만에 스피리트 오브 아메리카-소닉1으로 다시 도전해 시속 966.574㎞를 기록했다. 치열한 경쟁은 시속 1000㎞ 시대를 바로 눈앞까지 끌고 왔다

 

초음속 돌파

TOTAL 헬스N피트니스 미디어-맥스큐 2019년 03월호(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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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도 속도에 대한 도전은 내내 이어졌다. 1970년에는 드디어 시속 1000km 벽이 무너졌다. 1997년에는 결국 소리까지 앞지르며 초음속을 깨뜨려버렸다. 주인공은 바로 스러스트 SSC다. 약속의 땅은 미국 블랙록 사막이었다. 도전은 1997년 9월 25일과 10월 15일,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첫 도전에서는 시속 1149.303km를 기록했다. 음속, 그러니까 마하 1은 시속 1224km다. 이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세계기록은 세웠다. 그리고 운명의 두 번째 도전. 영국 공군 소속의 전투기 조종사 앤디 그린은 스러스트 SSC를 끝까지 몰아붙였다. 마침내 따라잡은 음속. 속도계는 조금 더 올라가 시속 1227.986km까지 치솟았다. 인류는 이렇게 지상에서 처음 음속을 돌파했다. 스러스트 SSC가 음속을 돌파한 지 벌써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지상 최고속 기록은 여전히 스러스트 SSC가 갖고 있다.
속도에 대한 도전이 멈춰버린 걸까? 아니다. 10년 전 심은 꿈의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 이제 결실을 맺기 직전에 다다랐다. 바로 블러드 하운드 SSC 프로젝트다.

 

도전은 이어진다

TOTAL 헬스N피트니스 미디어-맥스큐 2019년 03월호(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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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하운드 SSC에는 영국을 중심으로 10개 이상 기업과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목표는 시속 1000마일, 즉 시속 1609㎞ 돌파다.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에 들어가는 롤스로이스제 유로젯 EJ200 터보제트엔진이 추진기로 들어간다. 여기에 미사일과 탄약, 추진체 등 을 만드는 노르웨이 방산업체 남모의 HTP 하이브리드 로켓을 주요 추진기로 더했다. 시속 500㎞ 부근까지는 터보제트엔진이 밀어붙인다. 그 이상은 하이브리드 로켓이 블러드 하운드 SSC를 음속 너머 한계까지 맹렬하게 내몬다. 재규어의 V8 엔진도 들어간다. 하지만 로켓에 사용되는 산화제 펌프를 돌리는 보조 동력원으로만 사용된다. 지난해 9월 26일 영국 콘월 공항에서 스러스트 SSC를 몰았던 앤디 그린과 함께 시범 주행도 마쳤다. 시속 338㎞까지 속도를 내며 몸을 풀었다.

 

TOTAL 헬스N피트니스 미디어-맥스큐 2019년 03월호(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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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해 10월 블러드 하운드 SSC 프로젝트는 자금난으로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12월까지 투자자를 끌어들이지 못하면 10년간 준비한 게 무산될 수밖에 없을 만큼 긴급한 상황에 내몰려 있었다. 이때 귀인이 나타났다. 블러드 하운드 ssc 프로젝트는 지난해 12월 17일 이언 워허스트라는 새로운 투자자를 만나 구사일생으로위기를 넘겼다. 요크셔 지방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가 워허스트는 “블러드 하운드 SSC의 사업과 자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며 블러드 하운드 ssc프로젝트의 새로운 소유자가 된 소감을 밝혔다.
새로운 투자자의 등장으로 블러드 하운드 SSC는 다행히도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다만 원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계획대로라면 1차도전은 내년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학스킨 판에서 속도 테스트 겸 1차 도전을 실시한다. 이미 이곳에 길이 19㎞, 폭 3㎞ 규모의 시험주행 구역을 마련했다. 처음부터 시속 1609㎞에 도달하리라 기대하진 않는다. 앞으로 3년에 걸쳐 도전하면서 이뤄내야 할 최종 목표로 삼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내년이면 스러스트 SSC의 기록은 넘어설 것으로 본다. 과연 인류는 지상에서 시속 1000마일을 넘어설 수 있을까?블러드 하운드 SSC는 그 물음에 답하고자 지금도 담금질을 거듭하고 있다.

 

고정식(〈모터 트렌드〉 한국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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