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홍윤기 기자] 환경부가 폐수 재이용 혐의로 HD현대오일뱅크에 대해 예비부과한 과징금(1509억원)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폐수가 아닌 대산공장 설비간 용수였다'는 입장을 거두지 않고 있는 HD현대오일뱅크는 정부의 최종 입장을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사진=HD현대오일뱅크)
24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4차 킬러규제 혁파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HD현대오일뱅크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조금 엄격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다"며 "순환경제를 이야기하고 공업용수가 부족하다고 하는데 공업용수 재이용을 킬러 규제 혁파에 포함해 활성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은 지난 2019년 10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공장 폐수 배출시설에서 나온 페놀 및 페놀류 함유 폐수 33만톤을 현대 OCI 공장으로 배출했다. 앞서 2016년 10월∼2021년 11월에는 페놀 폐수를 자회사 현대케미칼 공장으로 배출했다.
2017년 6월∼2022년 10월에는 대산공장에서 나온 페놀 오염수 130만톤을 방지시설을 통하지 않고 공장 내의 가스세정 시설 굴뚝으로 증발시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환경부는 현대오일뱅크에 1509억원의 과징금을 예고했으며 최근에는 검찰이 같은 혐의로 HD현대오일뱅크의 당시 대표이사 등 임직원 8명을 기소하기도 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당시 즉각 반박문을 내고 “폐수가 아닌 대산공장 설비간 용수였다”며 “이번 사안은 ‘물 부족에 따른 공업용수 재활용’의 건으로서, 위법의 고의성이 없고 실제 환경오염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올해 2월 현대오일뱅크에 1509억원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예비통보를 뒤엎고 검찰 수사 결과와 이해당사자 협의 등을 토대로 과징금을 낮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황이었다. 기업부담이 과도하다는 일부 지적과 적정 과징금 설정을 놓고 향후 전개될 소송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적정한 선에서 합의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과징금은 예비 통보된 액수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애초 환경부는 2695억원의 과징금을 산정했지만, 현대오일뱅크가 자진 신고하면서 제출한 감면신청 등을 참작해 44%를 깎았는데 당시 현대오일뱅크 측이 원하는 감면율은 최대 80% 수준이었다.
환경부가 예비 통보한 과징금 1509억원의 산출 근거는 '환경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대한 법률'(환경범죄단속법)의 페놀 등 특정수질유해물질 배출 규정에 있다. 이 법은 특정수질유해물질 배출 때 '매출액의 5%를 초과하지 않는 금액과 오염물질의 제거 및 원상회복에 드는 비용을 더한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HD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연결 기준)이 35조원이니 과징금 부과 규정에 따라 많게는 1조7000억원(매출의 5%), 적게는 3500억원가량(매출의 1%)을 부과할 수 있지만 회사 측의 자진신고 등을 참작해 크게 낮춘 것이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정부의 판단이라 기업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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