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어릴 적 상처까지 보듬어주려는 한 여성의 진심 어린 글이 큰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계란국과 눈물을 훔치는 남성 (참고 사진) /MIKITO SHIRAI·yamasan0708-shutterstock.com
여성 A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계란국 끓여줬더니 남편이 울었어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저는 결혼한 지 두 달 갓 지난 새댁입니다. 저는 37세, 남편은 39세인데 조금 늦은 나이에 둘이 소개팅으로 만나 1년 정도 연애하다가 결혼했어요.
남편은 표면적으로 교육도 잘 받고 좋은 집에서 잘 큰 듯한 사람인데, 알고 보면 엄마의 정을 제대로 못 받고 자란 사람이에요.
엄마가 엄하게 공부만 시키고 따뜻하게 대해주질 않았대요. 성적 잘 나오면 그나마 한 번씩 잘해주고 칭찬해줘서 죽자고 공부만 했다고 해요.
그래서 학벌 좋고 직장도 좋고 보기엔 성공한 사람 같지만, 내면에 외로움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그런 부분이 안쓰러워서 제가 품어주고 싶어 결혼했어요.
어제는 남편이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왔어요. 속 풀 걸 뭘 해주나 고민하다가 숙취에 계란이 좋다고 해서 간단하게 계란국에 흰밥, 김치, 김, 감자조림, 무나물을 준비했어요. 그리고 남은 밥을 프라이팬에 기름 없이 구워서 끓여 숭늉을 만든 다음 시원하게 식혀뒀어요. 너무 뜨거운 것만 먹으면 더 속이 안 가라앉을 것 같아서요.
아침에 밥을 차려줬는데 남편이 몇술 뜨다가 우네요. 왜 우냐고 안아줬더니 자기는 술 마신 다음 날이면 술 마셨다고 잔소리만 듣고 집에서 항상 쫓겨나듯 출근을 했었답니다.
원래도 아침 이래 봐야 냉동 떡에 사과 한 쪽, 요구르트 한 병이 다였는데, 술 마시고 나면 그나마도 안 주고 구박만 해서 출근길에 삼각김밥이랑 실론티 하나 먹으면서 속을 달래곤 했대요.
남편 입장에서는 술 마시는 게 뭐 잘한 짓이라고 숭늉에 계란국에 반찬까지 있는 밥상을 받느니 내가 이런 밥상을 정말 받아도 되냐고 묻더라고요.
제가 무슨 멸치육수 내서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시판 육수에 간장 넣고 끓인 계란국에 이렇게 감동하니 이 남자가 한없이 가엽고 보호해주고픈 마음만 듭니다.
둘이 결혼하며 남편 회사 쪽으로 이사하다 보니 잠시 외벌이인데요. 나중에 맞벌이하더라도 밥은 꼭 제가 챙겨주려고 마음먹었어요.
내일은 고기반찬 해주려고 찜갈비 주문했어요. 갈비찜은 처음이지만 유튜브 보고 공부 열심히 해놨거든요.
평생 집에서 만든 갈비찜을 한 번도 안 먹어봤다는 남편이 안쓰러워 이제부터는 제가 종종 해주려고요.
그동안 못 받은 사랑 하나하나 다 채워주고 싶습니다. 평생 사랑해줄 거예요.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잘 챙겨 주는 아내와 고마워 할 줄 아는 남편이 잘 만난 것 같아요. 부유해도 사랑은 부족하게 컸나 보네요. 서로 보듬으며 행복하게 사시길" "애정결핍으로 함께 있는 사람을 힘들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사람이라서 다행이네요. 행복하세요!" "부유하지만 모성애가 부족한 가정에서 살았나 보네. 두 분 잘 만난 것 같네요" 등의 댓글을 남기며 부부의 행복한 앞날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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