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소속 5급 사무관이 초등학생 자녀의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해 직위해제시킨 사건에 배후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2023년 8월 11일, 초등교사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교육부 5급 사무관인 학부모 S씨는 자녀의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했으며, 이에 세종시교육청은 즉시 해당 교사에게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습니다.
당시 학부모 S씨는 자신이 교육부 사무관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나는 담임 교체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협박했으며, 실제로 그의 자녀가 3학년일 때 해당 학급은 두 차례나 담임이 교체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새로 부임한 담임 교사에게 자신의 자녀를 지도하면서 지켜야 할 수칙을 담은 편지를 보냈습니다. 이 편지에는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하라', '하지마, 안돼, 그만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 하지 말라', '또래의 갈등이 생겼을 때 철저히 편들어달라', '반장, 줄반장 등의 리더를 맡게 되면 자존감이 올라가 학교 적응에 도움이 된다', '칭찬은 과장해서 하고 사과는 자주, 진지하게 해라', '고개 숙이는 인사 대신 손 흔들기 등 다른 방법으로 인사하라'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교육부는 즉시 조사반을 편성해 사태 파악에 나섰으며, "조사 대상자인 학부모 S씨가 근무하고 있는 대전광역시교육청에 직위 해제를 요청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누리꾼들은 "교사를 보호해줘야할 기관이 갑질을 하고 있었네", "교육부 홈페이지 들어가서 조직도 보면 교육부 5급 사무관 신상 알 수 있을 것 같다. S씨 사무관은 몇 되지도 않을 테니", "사무관은 학교에서 행정실장으로 근무하고 있고, 아내는 유치원 교사라고 하더라", "5급 사무관의 자녀가 왕의 DNA라니 너무 웃긴다. 이 나라에 왕이 어디있냐. 얼굴 한번 보고 싶네", "저 사무관 실명 공개하고 당장 직위해제 및 보직해임 시켜라"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편 교육부는 대전시교육청에 논란이 된 5급 사무관의 직위해제를 요청했고, 교육청은 이날 사무관에게 직위해제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왕의 DNA 사무관 배후에는 '사이비 카페' 있었다
교육부 5급 사무관인 학부모가 교사에게 갑질한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을 산 가운데 해당 사건 배후에는 자폐를 무약물 치료한다는 '제2의 안아키' 카페가 있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안아키'란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의 줄임말로, 지난 2013년 한의사 김모 씨가 개설한 네이버 카페입니다. 한때 회원 수가 6만명에 달했던 '안아키'는 자연 치유를 표방하면서 예방접종을 거부하고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으로 병을 치료하려 하는 등 큰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다 결국 폐쇄된 바 있습니다. 이후 개설자인 김 씨는 식품위생법, 약사법 위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한의사 면허가 취소됐습니다.
최근 한 누리꾼은 SNS에 "어휘가 너무 이상해서 '왕의 DNA, 극우뇌'를 검색해 보니 출처가 자폐·언어장애·학습장애 무약물치료한다고 주장하는 사이비 안아키 카페더라"라고 말했습니다.
'사이비 안아키'로 지목된 이 카페는 회원 수 5300여명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모 연구소 공식 카페'라는 설명과 함께 '획일적 교육으로 아이 잡았고 흉내내기 교육으로 아이 망친다!'는 표어를 내걸고 있었습니다.
해당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연구소는 2013년 설립돼 서울 마포구에서 운영되다 대전으로 소재지를 옮긴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연구소장 "ADHD, 자폐 아이에게 '이것' 실시해야 한다"
해당 카페의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는 연구소장 A씨는 "ADHD 소아 환자는 왕의 DNA를 가지고 태어났으며, 이들은 우뇌가 극도로 발달한 '극우뇌'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ADHD 소아 환자를 비롯해 자폐 등 발달장애를 앓는 아이들에게 '좌뇌 보강'을 실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즉 주의력이 부족하거나 과격한 행동을 하는 ADHD, 자폐 판정을 받은 아이들을 '극우뇌'형으로 분류해 연구소에서 개발한 양육법 '좌뇌 보강'을 강요하는 것이었습니다.
연구소장 A씨에 따르면 '좌뇌 보강'은 넓은 의미로 극우뇌나 강우뇌의 손상을 회복시키는 과정입니다. 그는 "좌뇌 보강을 해주면 산만하고, 모둠활동이나 정리 정돈을 못하고, 질서나 규칙을 지키지 않고, 사회성이 부족한 점 등이 일정 부분 개선된다"며 "약을 먹이지 않았는데도 약 먹인 상태보다 더 좋아진다"고 강조했습니다.
2019년 기준 ADHD 소아 환자의 '좌뇌 보강' 수업 한 달 비용은 취학 전 180만원, 초 5~6학년의 경우 210만원 전후로 알려졌습니다.
연구소장 A씨가 쓴 ADHD와 자폐 관련 책에는 "3급 지적장애와 언어장애, 지체장애 등을 약물 사용 없이 6~8개월 이내에 치료할 수 있다"고 적혀있었습니다. 해당 책의 저자 설명에 그는 '서울대학' 출신으로 소개됐으며, 서울대학교인지 서울권 대학인지 명확치 않습니다.
A씨가 주장한 치료법은 ▲고개를 푹 숙이는 인사는 자존감을 하락시켜 뇌 기능 저하로 연결되므로 강요하지 않기 ▲무리한 요구에 거절하지 않고 재미있게 응대해 뇌 기능 활성화하기 ▲아이를 어른처럼 대우해 영웅심을 높여주면 뇌 기능이 빠르게 안정됨 ▲'갑'의 입지를 느껴야 유익한 신경전달물질이 생산되므로 내려다보지 않기 ▲왕자 또는 공주 호칭을 사용해 우월한 존재임을 확인시켜주기 ▲사과는 뇌 기능을 저해시키므로 잘못이 있다면 악수, 허그 등으로 대체하기 등입니다.
심지어 해당 연구소에서는 카페 회원인 부모들에게 '첫째가 왕의 DNA를 가졌으면 둘째를 낳아서 신하이자 장난감으로 줘라', '둘째를 못 낳으면 강아지라도 들이라'라는 말까지 한 것으로 전해져 더욱 충격을 안겼습니다.
연구소장 A씨의 치료법은 교육부 소속 5급 사무관이 교사에게 보낸 편지 내용과 일맥상통했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카페의 한 회원은 "소장님이 부모에게 주는 미션지를 필터링 없이 몇 년간 교사에게 보내고 교사를 직위해제 시킨 사건으로 갑자기 난리가 났다"며 "학교 선생님에게 보냈다는 그 미션지 극비 아니냐. 보강 때 비밀이라고 했다. 그 사무관이 여기서 보강을 한 사람이 맞는지 너무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아무리 말해도 우리 이론을 사이비 취급하는 이 한국 교육현장에 더 발붙이기 힘들어졌다. 마녀사냥을 당하는 기분이 들어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Copyright ⓒ 원픽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