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기울어진 운동장'…어젠다 세팅을 해부한다 [강명일의 네이버 바로읽기 ②]

네이버의 '기울어진 운동장'…어젠다 세팅을 해부한다 [강명일의 네이버 바로읽기 ②]

데일리안 2023-08-11 00:09: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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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일 MBC노동조합 공동비상대책위원장 기고

강명일 MBC노동조합 공동비대위원장ⓒ 강명일 MBC노동조합 공동비대위원장ⓒ

그렇다면 네이버는 어떻게 사회적 의제설정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가?

네이버 CP사 (콘텐츠제휴사)들은 콘텐츠 소비에 따른 광고수익을 네이버와 CP사가 나눠 가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이들 콘텐츠제휴사들은 이른바 '네이버뉴스' 서비스를 통해 네이버 플랫폼에 직접 댓글을 달 수 있게 하고 있는데, CP사 상당수가 네이버의 기본적인 댓글 배열기준인 ▲순공감순 ▲최신순 ▲공감비율순의 댓글배열기준으로 댓글을 노출시키고 있으며 별다른 기준 변경이 없다면 이들 중에서도 순공감순 댓글이 먼저 노출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함에 따라 네이버뉴스에 서비스되는 CP사일수록 '댓글 많은 뉴스'나 '순공감 많이 받은 뉴스' 순위에 드는 기사가 많아질 수밖에 없고, 이러한 기사는 소비자들이 찾아서 클릭하는 경우가 많게 되므로 순식간에 기사 조회 수가 폭증하는 사례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종합해보면 네이버의 뉴스 CP사가 되면, 첫째 기사가 알고리즘의 자동추천 기능의 혜택을 받는 데다가, 둘째 네이버의 플랫폼상에서 '네이버뉴스'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댓글을 함께 보는 서비스가 추가되고, 셋째 위와 같은 '랭킹뉴스'에 의해 주목을 받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네이버 뉴스에 들어가는 CP 언론사는 파워가 막강해지고 기업들의 광고도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만약 CP사가 댓글의 공정성을 위해 '최신순' 댓글배열기준만 선택한다고 한다면 CP사 스스로도 광고 파워가 줄어들게 되고 네이버로부터 배분받는 수익도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구조이기 때문에 네이버 CP사 들은 대체로 ▲순공감순 ▲최신순 ▲공감비율순의 네이버 댓글배열기준을 그대로 차용해 사용하고 있다. 결국 '순공감순' 댓글배열이 압도적으로 많게 유지되는 구조인 것이다. 그래서 '댓글배열기준'이 중요하고 CP사에 누가 들어오는지도 '공정성' 측면에서 중요하다.

◎ '기울어진 운동장'의 어젠다 세팅

네이버는 현재 인터넷/IP지 CP사로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미디어오늘, 노컷뉴스를 올려놓고 있고, 종합지로는 한겨레, 경향신문을 CP로 올려놓고 있으며, 전문지 중에는 뉴스타파, 일다, 기자협회보를 CP사로 등재하고 있다. 경제지로는 머니투데이가 들어가 있다. 이러한 매체들은 대체로 좌편향 논조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된다.

반면 우편향 매체로 여겨지는 매체는 데일리안,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정도이고, 경제지로 한국경제 정도를 꼽을 수 있다.

한눈에 보아도 좌편향 매체의 CP사 숫자가 압도적이다. CP사의 절대적인 숫자가 어젠다세팅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현실에서 매우 우려스럽다.

네이버 알고리즘 추천에 영향을 미치는 16개 요인 가운데 '개인화'팩터에 ▲제목 키워드 선호 ▲엔터티 키워드 선호도 ▲기자구독 여부 ▲언론사구독 여부 등이 반영되고 있고, '비개인화' 팩터에는 ▲기사 최신 인기도 ▲유사기사 묶음 점수 ▲유사 기사 묶음의 최신성 ▲소셜 임팩트 점수 등이 반영되고 있다.

CP사일 경우 독자의 구독을 받을 기회는 늘어나고, 같은 성향의 언론사들끼리 특정 이슈에 대한 키워드가 겹칠수록 '기사 묶음'(클러스터화)이 잘 되기 때문에 알고리즘에 따른 노출빈도가 늘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 날리면’ 발언을 가지고 좌파성향 매체가 일제히 '외교참사'라는 키워드로 제목을 뽑고 기사에 해당 키워드를 자주 넣으면 이러한 기사들이 자동으로 묶여지고 (클러스터화) 이러한 기사일수록 네이버 검색에서 상단에 노출되게 되는 것이다.

MBC가 쓰고, 비슷한 기사를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미디어오늘, 노컷뉴스, 경향신문, 한겨레신문이 내보낸다면 특정 이슈가 자연스럽게 어젠다 세팅이 되는 것이다.

(과거 언론사가 상호인용 하는 일은 구체적인 문구를 정확한 인용표시와 함께 하여 표시해 주어야 하지만 네이버의 알고리즘은 같은 키워드가 다른 언론사 기사에 사용되었는지가 중요하다)

반면 네이버 CP사 가운데 주요 우파성향 매체로 조중동을 들 수 있으나 이들 신문사가 종합편성채널을 운영하면서 논조가 점점 단일화되지 않고 중도성향으로 바뀌고 있어서 우파성향 매체들은 좌파 성향 매체들만큼 네이버상에서 '묶음기사'로 클러스터화되거나 어젠다 설정 기능을 행사하기 어려워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조선 중앙 동아가 단순한 종이신문 매체일 때는 논조가 있는 기사를 좋아하는 구독자들 때문에 명징한 이념성이 보이는 기사일수록 판매 부수가 늘어나는 효과를 누렸지만, 일단 종편 방송을 하게 되면서 미디어그룹의 발전전략의 축이 신문이 아닌 방송으로 전향되었고, 상황이 바뀌게 되었다.

방송이 광고 수익을 늘리려면 일반대중 특히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20대~40대 여성 시청자를 끌어들여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들 연령층의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진보적인 정치 성향을 보여왔다.

광고 수익을 늘려서 매출을 올리는 수익구조를 안고 있는 방송사로서는 당연한 매체 전략이 변화할 수밖에 없다. 진보는 아니더라도 중도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파 매체는 줄어들고, 오직 조선일보 등 몇몇 매체만이 우파 CP 언론사로서 네이버에 남아 활동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포털과 미디어 시장의 구도를 깨지 않는 한 불공정한 포털 서비스의 어젠다 세팅은 계속될 것이다.

다음에는 이러한 편향적이거나 조작된 어젠다 세팅이 실제로 일어난 사례를 ‘드루킹 사건’을 중심으로 분석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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