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천사라고 불리던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실체가 다시금 드러났다.
지난 9일 방송된 KBS 2TV 범죄 토크 프로그램 '과학수사대 스모킹 건'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저지른 범행을 재조명했다.
지난 2017년 9월 30일 서울시 중랑구의 경찰 지구대에 A양의 어머니가 "14살 딸이 12시에 친구를 만나러 나갔는데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신고했다.
A양은 실종 당일 이영학의 딸이라는 친구의 집 앞 폐쇄회로(CC)TV에서 포착됐다. 이영학의 딸과 A양은 같이 집으로 들어갔고 4시간 후 이영학의 딸만 집 밖으로 나왔다. 당시 집에는 이영학도 함께 있었다.
이영학은 딸에게 거대백악종이라는 희소병을 물려준 자신을 탓하며, 부성애와 다정다감한 아버지 이미지로 국민들에게 '어금니 아빠'라 불리는 등 응원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그의 정체는 악랄한 살인범에 불과했다.
이영학은 딸의 휴대 전화 메신저를 통해 우연히 A양의 얼굴을 보게 됐고 죽은 아내와 닮았다는 이유로 딸을 시켜 A양을 집으로 유인했다.
이영학의 딸은 친구 A양에게 수면제를 녹인 자양강장제 두 병을 먹였다. A양이 쉽게 잠이 들지 않자, 감기를 핑계로 수면제 두 알을 더 먹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이영학은 잠에 든 A양을 안방으로 옮겨 성폭행을 저질렀다. 이영학은 A양이 잠에서 깨지 못하도록 수면제를 계속 추가해서 먹였다. 이영학의 지시에 딸은 A양의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예전에 살던 집 지하에 버렸다.
다음날 A양이 잠에서 깨자, 이영학은 A양을 살해했다. 이영학의 딸은 피해자를 유인하고 시신 유기, 증거 인멸까지 모두 함께했다.
이에 김복준 연구위원은 "32년 수사하면서 14세 딸을 이용해 성범죄까지 저지르는 경우는 없었다. 일반적인 시각으로 이영학을 바라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당시 시체 유기만을 인정하고 모든 범행을 부인하던 이영학은 지난 2017년 10월 10일 모든 범행을 자백했다.
이영학의 딸은 "아빠가 친구를 죽였다. 살려 달라고 애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우리 아빠가 그런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 아빠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다"라고 말하며 아빠 없으면 못 산다고 울기도 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이광민 전문의는 "딸의 경우는 '공격자와의 동일시'라는 표현이 타당하다"며 "이것은 가스라이팅보다 강력한 심리적 지배"라고 덧붙였다.
현재 딸은 출소한 상태이며 이에 이 전문의는 "아버지와 일정 부분 떨어져 있는 시간이 지속되면 '공격자와의 동일시' 증상은 사라진다. 그러나 자신이 이 범죄에 참여했다는 죄책감, 당혹감, 슬픔, 아버지에 대한 분노 등 다양한 감정들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과학수사대 스모킹 건'은 과학 수사 토크 프로그램으로 매주 수요일 밤 9시 5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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