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콘텐츠 이용 약관 불공정 여부 판단중
네이버에서는 내달 초거대 AI ‘하이퍼 클로바 X'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 그런 와중에 네이버 약관에 ’네이버 이용자가 블로그, 카페 등에 올린 글을 네이버에서 개발하는 인공지능 학습에 쓸 수 있다‘는 내용이 있어 이슈가 되고 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이 약관이 불공정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만약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어떠한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네이버의 AI 출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네이버 이용자의 콘텐츠를 네이버에서 AI 등의 연구개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 이용약관이 불공정 약관에 해당한다는 신고를 받고 접수한 상태이다. 문제가 된 약관의 정확한 내용은 ‘이용자가 제공한 콘텐츠는 서비스 개선 및 새로운 서비스 제공을 위해 AI 기술 등의 연구개발 목적으로 네이버 및 네이버 계열사에서 사용될 수 있다’는 부분이다.
해당 내용은 2018년 5월에 네이버가 이용약관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자사 개발 AI 학습에 이용자들의 글을 활용하기 위해 새롭게 포함시킨 내용이다. 그리고 네이버는 해당 약관을 근거로 하여 2018년 이전에 작성된 글들까지 모두 AI학습을 위한 재료로 이용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번 조사의 핵심은 해당 약관이 네이버 이용자들의 저작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가를 확인한 것에 있다. 일반적으로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할 때는 저작권자에게 이용 허락을 받아야 한다. 또한 저작물 사용으로 인해 경제적 대가가 생긴다면 이 역시 저작권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약관은 ‘저작물을 개별적 이용 허락과 보상 없이 연구개발에 쓸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어 불공정 약관에 해당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출시된 초거대 AI ‘하이퍼 클로바’에 대해 네이버는 공식적으로 개발 과정에서 자사 블로그 게시물 등을 AI 학습에 이용했다고 공개했다. 다음 달에 공개될 ‘하이퍼 클로바 X'의 학습 재료로 무엇을 이용했는지의 공개 여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네이버는 설명한다. 하지만 네이버 관계자의 “네이버는 사용자에게 동의를 받은 서비스 이용약관에 근거해 사용자가 생성한 콘텐츠를 AI 연구개발에 활용하고 있다”라는 설명을 참고했을 때 이번에도 블로그나 카페에 게시된 글들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불공정 약관 판단되더라도 이전까지 저작권 침해 피해보상은 붊가
이에 이번 조사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해당 약관이 불공정 약관이라고 판단한다면, 네이버는 앞으로 자사 플랫폼에 게재된 저작물을 AI 학습용으로 쓰는 데 제약이 발생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불공정 약관이라고 판단받게 되면 해당 사업자는 약관을 바꾸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를 어길 시 시정명령 등의 제재가 따르기 때문에 올해 안에 이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조사 결과 약관이 불공정하다는 판단을 받더라도 이전까지의 약관에 따른 계약을 무효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과 관계없이 저작권자들은 지금까지 AI개발에 활용된 저작물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번 조사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이번 판단이 앞으로 국내 AI 산업 전반의 학습용 데이터와 관련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나침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에서는 남의 저작물을 AI 학습용으로 복사, 저장하는 것이 저작권 침해인지 판단할 법 조항이 없다. 정부에서는 AI 학습의 용도라면 저작권침해가 아니라고 법개정을 추진하고자 하고 있으나,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은 하나의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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