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영화산업의 중심지인 미국 할리우드의 배우와 작가들이 63년 만에 'AI 파업'에 돌입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자신들의 작품·외모·목소리 등을 무단 도용할 수 있으니 제작·배급사를 상대로 대책 마련을 요구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배우조합)이 파업을 결정하면서 63년 만에 할리우드 양대 노동조합이 파업에 나섰다. 지난 5월 파업에 나선 미국작가조합(WGA·작가조합)으로 수만 명이 뉴욕 등의 거리에서 두 달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할리우드의 첫 대규모 파업은 1960년 메릴린 먼로가 참여하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배우조합장을 지내던 1960년에 일어났다. 당시 22주간(약 6개월) 이뤄진 파업 끝에 할리우드 8대 메이저 영화사와 TV의 영화 재상영에 대한 보상이 확립됐으며 작가 연금기금과 의료보험 제도가 도입됐다.
이번 할리우드 파업의 원인은 바로 AI다. 던컨 크랩트리아일랜드 배우·방송인 노동조합 수석 협상가는 기자회견을 통해 "지도부 투표로 13일 자정부터 파업 시작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며 전날 영화·TV제작사연맹(AMPTP)이 제시한 협상안에 대해 "제작사 측은 연기자들이 하루 일당만 받고 촬영하면 그 이미지를 회사가 소유하고 동의나 보상 없이 원하는 작업에서 영원히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밝혔다.
실제로 배우의 얼굴과 목소리는 딥페이크 기술로 구현되고 있다. 지난해 실어증으로 은퇴한 <다이하드> 배우 브루스 윌리스가 그의 전성기 모습을 사용한 딥페이크 광고가 나와 논란됐다. 브루스 윌리스씨가 모르는 상태에서 진행된 광고로 알려졌다. 올해 개봉한 <인디아나존스> 5편에 등장한 해리슨 포드의 젊은 시절 모습도 딥페이크 기술로 만들어졌다. 인디아나존스> 다이하드>
'AI 아바타 저작권'으로 막대한 저작권을 챙긴 톰 행크스도 AI 기술에 대해 "내가 당장 교통사고로 죽어도 계속 연기할 수 있다는 이야기"라며 묘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에는 실제 배우를 대신해 연기하는 'AI 아바타 저작권'도 등장했다.
순식간에 TV·영화 대본을 만들어 내는 AI로 인해 작가들도 곤욕을 겪고 있다. 유명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인 빌리 레이는 "쉽게 만든 대본은 쉽게 소비되고 버려질 것"이라며 "이제 <대부> 나 <오즈의 마법사> 같은 명작은 못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오즈의> 대부>
배우·방송인 노동조합에는 16만여 명의 배우와 방송인이 소속됐다. 파업 동참 의지를 밝힌 이는 맷 데이먼·마크 러팔로·제니퍼 로렌스 등 유명 배우들을 망라했다. CNN에 따르면 작가조합 파업까지 고려했을 때 그 피해는 40억 달러(한화로 약 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승재 한국국제지식재산보호협회 부회장은 "AI의 발전으로 무명 배우나 보조 작가부터 일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에는 인간 배우가 아닌 디지털 휴먼만으로도 콘텐츠 제작이 가능해 할리우드 배우나 작가들이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할리우드 양대 파업으로 인해 여러 작품의 일정도 늦어질 전망이다. 올해 가을까지 촬영 예정이던 리들리 스콧 감독의 <글래디에이터 2> 와 톰 크루즈가 주연인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속편 촬영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작가조합 파업 때도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 제작 일정이 무기한 중단되기도 했다. 기묘한> 미션> 글래디에이터>
Copyright ⓒ 여성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