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절반 이상이 “부족”
국내 산업 현장의 인력난 완화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 고용 규모와 업종을 확대해달라는 경제계 요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외국인 고용이 불가능한 직원 규모 300명 이상의 중견기업도 지방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외국인 고용 허가를 요청하고 있다.
1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현재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기업 502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외국 인력 활용 실태 및 개선사항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외국인 근로자 도입 규모에 대해 ‘올해 도입 규모 11만 명을 유지’(43.2%) 하거나 ‘더 확대해야 한다’(46.8%)는 응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현재 인원이 충분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인 57.2%가 부족하다고 대답했다. 응답 기업들의 외국인 근로자 평균 고용 규모는 9.8명이며, 이들은 평균 6.1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부족한 이유로는 가장 많은 41.5%가 내국인 이직으로 인한 빈 일자리 발생을 꼽았다. 이어 고용 허용 인원 한도 초과(20.2%),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이탈(17.8%), 직무에 적합한 외국인 근로자 고용의 어려움(16.4%) 순이었다. 기업이 바라는 제도 개선 사항은 외국인 근로자 재입국 기간 완화(53.0%), 사업장별 고용 허용 인원 확대(43.2%), 사업장 변경 요건 강화(36.6%) 등 순이었다.
또한 기업들이 바라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 제도 개선 사항(복수응답 허용)으로는 ‘외국인 근로자 재입국 기간 완화’(53.0%)가 가장 많았다. 이어 ‘사업장별 고용 허용인원 확대’(43.2%), ‘사업장 변경 요건 강화’(36.6%), ‘외국 인력 도입 규모 확대’(33.5%), ‘한국어·문화 교육 강화’(29.1%), ‘생산성 향상 위한 직업훈련 제공’(26.5%) 순으로 집계됐다.
현재 외국인 근로자는 최대 4년 10개월 동안 국내에서 체류한 후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재입국은 1개월 또는 6개월 이후 가능하다. 이들 기업은 본국으로 돌아갈 필요 없이 계속 국내 체류를 가능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잦은 근로계약 해지 요구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같은 국적의 지인과 함께 일하거나,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가 근로계약 해지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사업장 변경을 위한 근로계약 해지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는 기업이 전체의 52.4%였다. 이를 거부한 경우 외국인 근로자들은 ‘태업’(41.1%), ‘무단결근’(14.8%), ‘무단이탈’(8.7%), 단체행동(4.2%) 등 불성실한 근무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일 외국인 근로자 이동을 제한하기 위해 그동안 업종 내에서 전국 이동이 가능했던 사업장 변경을 오는 9월부터는 일정한 권역과 업종 내에서만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선 기업들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매출 규모가 큰 중견기업도 현장 제조업 인력 부족으로 고민하는 것은 비슷하다.
외국인 근로자 체류연장·이직 방지책 요구
대한 상의는 실태 조사를 토대로 외국인 근로자 제도 개선안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건의서에는 비전문 외국 인력(E-9 비자) 관련해 △도입 규모·인원 확대 △체류 기간 연장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 △고용 허용 업종 추가(택배 분류 업무·플랜트 공사) △숙련기능인력(E-7 비자) 도입 허용 등을 담았다.
유일호 대한 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이제는 단순히 내국인 인력을 대체하는 차원을 벗어나 다양한 수준의 외국 인력을 도입하고 이들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잡아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앞서 외국인 근로자 도입 정책과 관련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15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포럼에 참석해 숙련기능인력 비자(E-7 비자)를 3만 5000명으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숙련기능인력 비자는 오랜 기간 정주가 가능하고 가족을 초청할 수 있는 영주권의 전 단계다. 한 장관은 “현재 비전문취업비자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가운데 10년간 열심히 일하고 대한민국에 기여한 검증된 근로자에게는 숙련기능인력 비자로의 승급 우선권을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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