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인터뷰] ‘빈틈없는 사이’ 한승연 “고민할 시간에 즐거움으로 시간을 채워라”

[K-인터뷰] ‘빈틈없는 사이’ 한승연 “고민할 시간에 즐거움으로 시간을 채워라”

한류타임스 2023-07-10 18:34:10 신고

3줄요약

JTBC ‘청춘시대’ 시리즈로 연기자로 전향에 성공한 한승연은 그리 많은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나이에 비해 너무 어린 외모를 갖고 있어, 캐릭터 폭이 넓은 편이 아니기도 하고 연기력도 완벽히 검증됐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너무 작은 배역을 맡기엔 이름값이 너무 높은 것도 있다. 한승연에게 딱 맞는 작품이 썩 많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 ‘빈틈없는 사이’ 속 ‘라니’는 한승연이 소화하기에 상당히 딱 떨어지는 인물이다. 얼굴에 쓰인 것처럼 똑 부러지게 자기 일을 처리하는 면면이나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고 할 말은 딱 하기도 하는 사이에서 상처로 인한 아픔으로 그림자가 짙다. 저예산이라 다소 허술한 점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 영화가 그래도 볼만한 건 한승연이 라니를 현실에 딱 붙어있는 인물로 묘사해서다. 

한승연은 ‘빈틈없는 사이’에서 발군의 연기를 보인다. 어떤 장면이 특별히 좋다기 보다는 전반적인 톤앤 매너가 분명히 존재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타인에게 퉁명스럽고 시니컬한 면이 있는데, 사람에게 처절하게 배신당한 경험에서 기인한다.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며 웃음을 되찾는 과정이 담긴 ‘빈틈없는 사이’는 라니의 성장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주인공으로서 120% 이상의 재능을 드러냈다. 

그런 가운데 한승연이 지난달 30일 한류타임스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첫 영화 주인공이기도 하고 카라 복귀와 관련해서 복잡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담이 컸다고 밝힌 한승연은 인물을 분석하는 것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했다고 전했다. 귀여운 외모와 달리 얄미운 면모가 있으면서도 사람에 대한 존중이 있는 라니를 완벽히 담으려 했다고 했다. 한류타임스는 영화 첫 여주인공으로 수준 높은 연기를 펼친 한승연의 빈틈없었던 촬영기를 일문일답으로 풀어본다.

‘빈틈없는 사이’가 시나리오 읽었을 때 어떤 점이 끌렸던 걸까?
제가 대본 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내가 재밌을까?’다. 내가 행복해야 보는 사람도 재밌고 부럽고 그렇다. 그런 포인트가 있어야 저도 보게 되더라. 저도 제가 촬영하면서 재밌어야 연기도 능동적으로 살린다. 딱 보자마자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작 영화에서는 외국 언니가 섹시하고 아름다웠다. ‘나도 이렇게 아름답게 찍어줄까?’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대본에서 재밌다고 생각한 포인트는?
마음껏 소음 유발을 한다는 게 통쾌했어요. 사랑에 빠질 때 외모가 갖는 영향력이 상당하잖아요. 넷플릭스 ‘블라인드 러브’를 볼 때 외모를 안 보고 하다 보니까, 오히려 진심이 더 느껴지더라고요. 원작 영화 자체도 재밌었고, 한국에서도 신선할 것 같았어요.

또 작품에서 기대했던 바가 있을까.
연애하는 건 작품 밖에서 할 수 없기 때문에, 설레면서 촬영에 임했어요. 이전까지는 상대 남자가 굉장히 동생이었어요. 이성의 느낌보다는 동네 꼬마들 만나는 기분이었죠. 이번에는 처음으로 동갑이에요. 확실히 실제로 봤을 때 어색하고 쑥스럽고 그렇더라고요. 리딩 때도 벽이 두꺼워서 뒤에서 리딩을 해줬어요. 마주보고 연기한 건 영화 말미에나 가능했어요. 

그래서 끝내 친해지지 못한 것인가?
그분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저는 친해졌다고 생각해요. 연습생 때 연기할 줄 알고 들어왔는데 아이돌 연습생 기간을 거쳤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때 이미 카라였고요. 니콜씨가 아이돌 연습생 중간 평가 같은 거 할 때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대요. 이런 불편한 관계가 있어서였는지, 하늘 같은 선배님이라고 어색하게 하더라고요. 

영화 첫 여주인공이고, 여러모로 연기 도전의 포인트가 많다. 
되게 어려웠고 혼란스러웠어요. 영화 봤을 때는 위화감이 없었는데, 막상 상대를 보지 않고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저는 타인의 에너지를 받아서 가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뒤에서 소리가 들리니까 시선 처리도 어려웠고요. 벽 중간 중간에 카메라가 있어요.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카메라 피해서 하다 보니까 자유롭지 않았어요. 

현장 분위기가 좋았다고 하던데, 술자리도 많았을 것 같다.
광주에서 숙소를 잡고 촬영을 했어요. 거의 에브리데이 저녁 술자리가 있었어요. 저는 제 비주얼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많이 빠졌죠. 친목이나 소통이 중요한 것도 맞는데, 어찌됐든 로맨스 영화면 여주인공 비주얼이 중요하잖아요. 저는 얼굴이 정말 잘 부어요. 라니는 예민한 사람인데, 그렇게 얼굴이 부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되도록 불참했어요. 그렇다고 모두 빠진 건 아니고요. 요거트 먹으면서 자리에 있기도 했어요.

첫 영화 주인공인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부담스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에요. 촬영 당시 카라 앨범 관련해서 콘셉트나 방향성, 선곡 등 결정할 게 많았던 시기예요. 연기와 앨범 작업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냈어야 하는 상황이었죠. 제가 선택한 거라서 책임감 있게 서로에게 아쉽지 않도록 업무를 했었죠. 바쁜 나날이었는데, 연기에 더 치열하게 했던 것 같아요. 모니터도 많이 하고 계속 돌려보면서 어디가 아쉬웠는지 계속 피드백하고 분석하고요. 주위에도 계속 이것저것 물어보고요. 

감독님은 피곤했을 수 있어요. 두 주인공이 새벽에 계속 연락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치열했어요. 뒤풀이에 참석하지 않는 대신, 대본을 깜지처럼 써서 찍고 보내드렸어요. 라니를 한승연이 티 안 나게 감싸 안을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했어요. 라니는 사람에 대한 호감을 잃어버린 캐릭터잖아요. 저랑 비슷한 점이 있어요. 그래서 리얼리티를 높이는데 정말 고심을 많이 했어요. 

연기를 꽤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글거리는 장면이 많을 편인데, 그 와중에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진짜 감정을 찾아낸 느낌이었다. 준비를 많이 한 게 느껴졌다. 
남자들의 친구가 다 나이가 많아 보이잖아요. 청춘 영화이긴 하지만 제가 너무 어려보일 것 같은 거예요. 극 중에서는 동갑인 설정인데요. 상대적으로 제가 너무 애 같을 것 같았어요. 감독님은 귀여운 비주얼을 좋아했고, 스태프들도 저를 정말 예쁘게 담아주셨어요. 어떻게든 애 같아 보이지 않으려는 데 집중했던 것 같아요. 

동갑인 척하는 설정이지, 동갑은 아닐텐데.
원래는 동갑이었는데, 대사가 바뀌었어요. 애매하게 ‘너랑 나랑은 무조건 동갑이야’라는 대사를 넣었죠.

남자 배우가 비교적 어렸던 것도 워낙 동안이어서 그런 것 같다. 동안인 점이 배우로서는 핸디캡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부분은 연기 시작하던 순간부터 항상 어려움이 있었어요. 생각해보면 저의 동안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어려 보인다고 캐릭터가 안 맞는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제가 부족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연기력이 귀신 같다거나, 콘셉트 소화력이 찰떡이었으면 저를 스셨겠죠.

어쩌겠어요. 제가 이렇게 생겼는데요. 아쉬워하고 고민할 시간에 제가 잘 할 수 있는 걸 잘 해내는 방향으로 시간을 보내야 될 것 같아요. 이런 외형으로 일해 온 시간이 길어서, 아쉬운 시간을 보내는 건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많이 내려놓아 졌어요.

가수 때는 분명 이득이었을 것 같다.
캐스팅 때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95%는 장점이에요. 요즘엔 동안을 즐겨요. 양갈래 머리도 해보고요. 어디까지 즐길 수 있는지 챌린지를 하고 있는 기분이에요. 다만 캐스팅 때는 어려보이지 않으려고 메이크업도 안 하고, 셔츠를 입어요.

둘이 동갑인데 남자는 여자한테 쫄아서 존대와 반존대를 섞고, 여자는 반말로만 한다.
저는 여자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많이 설렐 것 같아요. 대본에서 제가 설렜거든요. 남자가 존댓말 했다고 반말했다가 왔다 갔다 하잖아요. 남자 캐릭터도 더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싸울 때도 그렇고 얼굴을 안 본채로 사랑하다 보니까 더 특별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제 장점이 못된 말을 덜 밉상으로 하는 게 있어요. ‘청춘시대’에서도 그 경험을 살려서 밉상으로 보이지 않게 얄밉게 말했죠. 

노하우를 설명한다면?
표정이 너무 진지하면 안 돼요. 쏘아붙일 때 약간 말끝을 길게 늘려야 해요. 그래야 러블리한 느낌이 있어요. 뉘앙스가 찐 진심이면 안 돼요. 놀리는 느낌이어야 해요. 

평소에도 말투가 얄미운 듯 러블리한 편인지?
저는 주변 사람에게 팩트 폭행을 하는 사람이에요. 웃으면서 무서운 말 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평소 라니만큼 러블리 하진 않아요. 연기예요. 하하.

라니를 잘 이해하는 듯 하는 게 내면의 상처를 충분히 알고 있는 듯 보인다. 활발한 성격 같지만 실제 한승연은 다른 점이 있는 것 같다. 
제가 어마어마한 집순이에요. 코로나19 방역지침에 특화된 인간형이죠. 괜히 쓸데없이 왔다갔다 하지 않아요. 나갈 때는 차라리 익스트림 해야돼요. 액티비티 체험을 할 때만 거의 나가요. 어렸을 땐 댓글에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모르는 사람 만나면 ‘저 사람도 내게 악플을 썼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모르는 사람은 무서운 사람인 거죠. 사람 만나는 게 두렵다 보니까 집 안에서 뭘 많이 했어요. 그 덕분에 집 안에만 있고 예민한 코드를 가진 라니가 이해가 많이 됐어요. 

힘든 시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는지.
저는 연예인 친구들 보다는 비연예인 친구들이 많아요. 고마운 사람들이 많아요. 언니랑도 잘 놀고요. 언니들이 도움을 많이 줬어요. 심리 상담 책도 많이 일었고요. 많은 걸 알아가려고 노력했어요. 취미 생활도 열심히 했어요. 고민이라는 게 해결되려면 고민할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을 재밌는 걸로 채우는 게 방법이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비는 시간이 생기면 스쿠버 다이빙하고, 바리스타도 배웠어요. 

승진이 오디션장에서 뛰어나온다. 얼굴도 모르는 여자를 만나기 위해서 나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저는 오히려 현명하고 배려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꿈을 다 이룰 수 없는 거잖아요. 열심히 하고 사랑하더라도 결과는 다를 수 있잖아요. 본인의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였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쿨하게 발걸음을 돌리는 거죠. 더 능동적으로 살기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어요. 라니도 큰 꿈을 접고 빌런에게 복수를 하잖아요. 그 역시도 능동적인 선택이고요. 승진도 용기라고 생각해요. 용기가 없어서 부업도 못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제 주위에도 가수가 되려 했지만, 그렇지 못한 지인들도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승진이는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그건 너무 확대해석으로 보일 수 있다. 꿈을 접는다는 내용이 나온 건 없다. 
저는 그렇게 해석했어요. 돌아서는 용기를 보여준 거라고요. 어렸을 때는 노력하면 다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걸 느꼈어요. 승진이가 박차고 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 같아요. 

요즘엔 예능 ‘웃는 사장’에도 나온다.
저는 연예인이란 직업이 잘 맞아요. 첫 번째는 엄청난 고급인력 분들이 저를 예쁘게 찍어주잖아요. 그거 자체가 제 일기고 기록이 돼요. 또 하나는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어요. 레이싱도 했고, 양궁도 해봤어요. 아르바이트는 제가 일찍 일을 시작해서 못 했었는데, 이번에 ‘웃는 사장’에서 하게 됐어요. 박나래 언니는 예능에 정말 진심이더라고요. 많이 배우고 있어요. 덱스씨는 MZ가 분명해요. 신기하게 관찰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작품이나, 해보고 싶은 연기가 있다면?
‘악귀’ 김태리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시커먼 인물이라고 해야 하나요. 인격이 왔다갔다 하고요. 소름 끼치는 어두운 모습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실제로는 성격이 그리 발랄하지 않다보니까, 말이 없는 걸 해보고 싶어요. 

사진=영화로운 형제

 

함상범 기자 kchsb@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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