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이슈] ‘엘리멘탈’의 심상치 않은 역주행 ‘이것은 픽사의 복수’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역주행 행진이 심상치 않다. 현재 추세라면 픽사 역대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10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엘리멘탈’은 지난 8일과 9일 동안 65만606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지난달 14일 개봉한 이 영화는 누적관객수 340만6,139명을 기록 중이다.

‘엘리멘탈’은 개봉 첫 날 4만7,000여명을 동원해 ‘범죄도시3’와 ‘플래시’에 이어 3위로 출발했다. 개봉 1주차 주말까지 누적관객수 51만여명에 그쳤다. 이후 입소문이 점점 나면서 개봉 열흘 만인 지난달 24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선 뒤 꾸준히 1위를 지키고 있다. 아울러 평일과 주말 모두 관객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통상적으로 개봉 첫 주말 가장 많은 관객이 들고 2주차부터는 관객이 점차 줄어들거나, 흥행 성공작이라 해도 개봉 첫 주말과 비슷한 스코어를 유지하는데, ‘엘리멘탈’은 지속적인 성장세에 있다. 국내 영화계에서 흔치 않은 그래프를 그리며,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픽사 애니메이션 국내 흥행 3위인 ‘토이 스토리4’(340만명)을 넘어선 ‘엘리멘탈’은 이번 주 내로 2위 ‘코코’(351만명)를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속도를 더 낸다면 국내 4대 배급사에서 내세우는 텐트폴 영화 개봉 전인 이달 말과 다음 달 초까지 역대 픽사 국내 흥행 1위인 ‘인사이드 아웃’(497만명)을 넘어 500만명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엘리멘탈’은 북미에서도 픽사 역대 최악의 흥행 실패를 거뒀다는 평을 듣다가 조용히 역주행을 시작한 뒤 놀랄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엘리멘탈’은 북미에서 2960만 달러의 오프닝 성적을 기록, 픽사 애니메이션 사상 최악의 성적을 받았다.

하지만 ‘엘리멘탈’은 북미에서도 꾸준한 입소문으로 3주차만에 1억 달러 매출을 돌파했다. 북미에서 2018년 이후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 1억 달러를 돌파한 건 ‘엘리멘탈’이 처음이다.

앞서 디즈니는 픽사 애니메이션을 디즈니+로만 공개하거나, 픽사 직원들을 대대적으로 구조조정했다. 이와 관련해 외신은 디즈니가 픽사를 지나치게 홀대했고, 이에 따라 ‘엘리멘탈’도 최악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것이라 분석했다. 그럼에도 우수한 작품성을 내세운 ‘엘리멘탈’은 북미에서도 역주행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1억 달러가 넘는 매출을 기록한 것. 영화계가 ‘픽사의 복수’라 부르는 이유다.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4원소가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에서 재치 있고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가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를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으며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이야기다. 한국계 미국인 피터 손 감독이 연출을 맡아 이민자로서 정체성을 담았다.

국내에서 흥행한 이유로 엑소 멤버 도경수의 영화 관람평을 비롯한 바이럴 마케팅이 주효했으며, 가족끼리 보기에 안성맞춤인 장르적 특성이 맞불리면서 흥행 성공을 이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움츠러들던 국내 극장가에 관객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한 ‘엘리멘탈’이 한국 텐트폴 영화들의 공세도 이겨내고 ‘인사이드 아웃’의 기록마저 제칠 수 있을지, 영화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함상범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