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 가격, 전년 동월비 25.4%↓…통계 작성 이래 최대 하락한 영향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다. 휘발유 등 석유류 가격 하락폭이 확대되고 서비스 가격 상승이 둔화하면서다.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11.12(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 올랐다고 4일 밝혔다.
6월 물가 상승률은 전월(5월) 대비로는 보합세(0.0%)를 보였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5.0%에서 지난 1월 5.2%로 급등세가 완화된 뒤 지난 2월 4.8%, 3월 4.2%, 5월 3.3%로 둔화세를 이어왔다. 이어 지난달 2%대까지 내려온 건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이다.
석유류 가격 하락이 가장 큰 요인이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25.4% 떨어지면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5년 1월 이후로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경유는 32.5%, 휘발유는 23.8%, 자동차용 LPG는 15.3% 각각 내렸다.
하락한 석유류 전체 물가 상승률에 대한 석유류의 기여도는 -1.47% 포인트에 달했다. 석유류 가격 하락이 전체 물가 상승률을 1.5% 포인트 가까이 떨어뜨렸다는 의미다.
달리 말해 다른 품목들은 사실상 상승률이 둔화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전기 가스 수도는 20%대 급등세
실제 전기·가스·수도는 작년 동월 대비로 25.9% 올랐다. 전기 요금 인상 등과 맞물려 20%대 오름세를 이어간 것이다. 서비스도 외식 가격(6.3%)을 중심으로 3.3% 상승했다.
농·축·수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로는 0.2% 오르고 전월 대비로는 0.1% 내렸다. 양파, 닭고기, 고등어 등이 10% 넘게 오른 반면 돼지고기, 소고기 등 축산물 가격이 4.9% 하락해서다.
논란이 됐던 라면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3.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라면 업체들이 출고 가격 인하를 발표했으나, 7월부터 적용될 내용이어서 이번 물가지표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1% 올라 지난해 5월(4.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의 상승률도 5월 3.9%에서 6월 3.5%로 0.4% 포인트 떨어졌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 상승률도 지난 5월 3.2%에서 6월 2.3%로 낮아졌다.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가 2%대로 둔화한 것은 27개월 만에 처음이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 통계 심의관은 “석유류 가격이 하락하고 서비스 부문의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021년 9월 이후 처음으로 2%대를 기록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7월까지는 기저효과를 고려할 때 물가가 많이 안정될 것 같고 하반기는 그에 비해 하락폭이 둔화할 수 있다”라며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 등은 상방 요인이고, 국내 경기에 따라 하방 요인이 있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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