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신수정 기자] 1심에서 징역 30년을 받고 수감 중인 김봉현(49)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A4 27장짜리 탈옥 계획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노린 틈은 재판받으러 구치소에서 법원으로 오가는 출정 경로였다.
검찰이 확보한 A4용지 수십장 분량의 '탈옥 계획서'에는 법원·검찰청 호송 통로는 물론 지하 주차장으로 가는 방향과 호송차 내부 구조, 법정에서 교도관이 어디에 착석해 있는지, 흡연 장소와 CCTV 사각지대는 어딘지 등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문건에는) 자기가 다녔던 법원이나 검찰청 호송 통로를 기억해서 약도로 굉장히 치밀하게 정리해 놓았다"며 "출정해서 검찰 조사받으면 식사 시간은 언제고 교도관이 몇 명 들어오는지, 법정에서 교도관이 어디 앉아있는지 이런 것을 머릿속에 넣어뒀다가 방에 들어가 복기하고 메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담배 피우는 곳, CCTV 없는 곳도 표시해 놓고 (호송)차로 갈 때 직원들 앉는 좌석까지 표시해 놓았다"고 말했다. 이때 본인이 앉을 자리에 '구출자'라고 적어두기도 했다.
김씨는 이 계획서를 조직폭력배 출신인 같은 구치소 수감자에 건넸고, 이 수감자가 외부에 있는 지인에게 전달했다. 검찰은 김씨가 동료 수감자를 포섭하기 위해 탈주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의 탈옥 계획은 이 수감자의 지인이 김씨의 친누나(51)에게 착수금 1천만원을 받은 뒤 검찰에 신고하면서 들통났다.
검찰은 김씨를 구치소에서 빼내려 한 혐의(피구금자도주원조미수)를 받는 누나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는 한편, 또 다른 누나 등 가족이 관여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김씨에게도 도주 미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법리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누나가 착수금을 건네는 현장에 동행했던 또 다른 누나에 대해서도 (탈주 계획을 알고 있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며 "다시는 이런 꿈을 꿀 수 없도록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착수금을 건넨 누나는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았으나 법원은 "도주원조 고의 등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서울남부지법 유환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상당 부분 증거가 수집됐고 범인도피교사죄와 관련해 수사기관에 협조하는 태도와 사회적 유대관계 등에 비춰볼 때 증거 인멸이나 도망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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