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값부터 내려라” 정부 가격인하 압박에 식품업계 ‘초비상’

“밀가루값부터 내려라” 정부 가격인하 압박에 식품업계 ‘초비상’

이뉴스투데이 2023-06-27 15:28: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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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라면이 진열돼 있다. [사진=안경선 기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라면이 진열돼 있다. [사진=안경선 기자]

[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국제 밀 가격이 안정화됐다는 이유로 라면값 인하를 권고했던 정부의 압박이 제분업계로 번졌다.

이에 제분업계는 밀가루 가격 인하에 대한 논의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라면 업계 1위 농심은 식품업계 중 처음으로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전날 오후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등 제분업계 7개사와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선 밀가루 가격 동향 및 전망, 업계 건의사항 등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농식품부는 제분업계에 밀 수입 가격이 낮아진 것과 관련해 밀가루 가격에 밀값 하락분을 반영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제분업계는 “업체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선물가격과 수입가격의 시차, 부대비용과 환율상승 등 어려움 점이 있다”면서도 “밀 선물가격 하락과 물가 안정을 위해 7월 밀가루 출하가격 인하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또 제분업계는 경영 안정을 위해 밀 구매 자금 지원 등을 건의했다. 이에 대해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업계의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지속적으로 소통해 정책에 반영할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국민들의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와 제분업계가 밀가루 가격을 지속적으로 안정시키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밀가루 가격은 왜? 

농식품부에 따르면 국제 밀 선물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해 5월 t(톤)당 419달러까지 급등했고,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해 11월부터 이달까지 300달러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이달 밀 선물가격은 t당 243달러로, 이는 지난해 5월 대비 58% 낮은 수준이다.

이에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18일 라면값의 적정성과 관련해 “국제 밀 가격과 인건비가 많이 올랐다는 이유로 지난해 9~10월에 라면값을 크게 올렸는데, 지금은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정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밀 가격이 하락한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 정부가 일일이 원가 조사해 가격을 통제할 수는 없으니 소비자단체가 압력을 행사하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이후 라면업계는 국내 제분사를 통해 밀가루를 공급받기 때문에 국제 밀 가격과 직접적인 영향이 적다고 토로했다. 국제 밀 가격이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가공해 밀가루를 만드는 공급사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밀가루를 가공·공급하는 제분업계에 가격 안정 협조를 요청하고, 이를 통해 라면뿐만 아니라 빵, 제과 등의 물가 안정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에서 소비자가 라면을 고르고 있다. [사진=안경선 기자]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에서 소비자가 라면을 고르고 있다. [사진=안경선 기자]

◇앞으로 가격 인하 가능성은?

제분업계도 사정은 어렵다. 원가 부담이 여전한 상태라는 게 그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밀 수입가격은 작년 9월 t당 49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고 이달 들어 t당 416달러로 하락했지만, 평년(평균값)의 283달러와 비교하면 아직도 1.5배로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인건비와 물류비, 에너지 비용 등이 늘면서 제분업계의 원가 부담은 가중된 상황이다. 

특히 원맥의 수입 시기와 밀가루 생산 시기가 다르다는 점도 주목할 사안이다. 현재 생산되는 밀가루의 원료인 원맥은 가격이 폭등했던 시점에 구매한 것으로 당장 가격을 인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밀 선물 가격은 3분기에서야 밀가루 생산가격에 적용되는 상황이다. 

한 제분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 안정 의지에는 공감하지만 원가 부담이 여전한 상황이라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가격 인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라면업계 1위 농심은 7월 1일부로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소매점 기준 신라면 한 봉지의 가격은 50원, 새우깡은 100원 낮아진다.  

이는 농심이 국내 제분회사로부터 공급받는 소맥분의 가격이 오는 7월부터 5.3% 인하되면서 결정됐다. 이로써 농심이 얻게 되는 비용 절감액은 연간 약 80억원 수준이며, 이번 가격 인하로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연간 200억원 이상이다. 

농심 관계자는 “가격 인하 대상인 신라면(봉지면)과 새우깡은 국내에서 연간 36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국민라면’과 ‘국민스낵’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면서 “이번 가격 인하로 경영에 부담은 있지만, 국민생활과 밀접한 제품을 대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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